18대 대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 청와대가 7일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회담 요청에 거부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입장 표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이날 청와대가 '대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출구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만간 당 지도부가 '모종의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靑, '공천 회동' 거부 입장 공식 통보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이번에도 확인됐다. 제1야당 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노골적인 '야당 무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2시 국회를 찾아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면담을 갖고 박 대통령의 '대화 거부'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각 당이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면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기초공천 폐지 사안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여야 간 논의를 통해 국회에서 합의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고, 여당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니 여야가 합의를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안철수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선거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선거 중립 등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때는 선거법 개정 사항인줄 몰랐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박 수석은 "박 대통령만큼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박 수석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폐기된 데에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안 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 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반문했지만, 면담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금태섭 대변인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 정중하게 (회담을) 제안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야당을 무시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진 않았다"며 "박 수석의 말씀을 공식 통보라고 생각하고, 오늘 논의해 내일부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靑 요지부동 속 '무공천 딜레마'…진퇴양난 지도부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가 불거진 건 박 대통령의 공약 폐기가 시발이지만, 통합 신당 창당 후 첫 과제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관철이란 과제를 떠안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대여 투쟁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체적인 무(無)공천 결정으로 인한 당내 반발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날 박 정무수석과의 회동 전 국회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선 기초선거 출마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지만, 공천제 폐지가 불가능해졌을 경우 당의 무공천 결정만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결의대회는 '약속 정치'를 강조한 두 공동대표보다 "당원들의 생환"을 위해 무공천 재검토를 주장했던 인사들이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받는 등 묘한 분위기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누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후보인지, 누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후보인지 국민들을 판단해 주실 것"이라며 "국민을 믿고 국민의 바다로 가자"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출마자들 사이에선 공개적으로 무공천 철회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조숙자 도봉구 의원은 "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일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수렴해 (무공천 결정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며 "작금의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 출마자도 기자들과 만나 "전 당원 투표에 부친다면 공천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더 많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 우리만 불리한 싸움을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내에서도 연일 대여 강경 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은 "전 당력을 집중해 공천 폐지를 관철해야 한다"고 당을 압박하고 있고, 일각에선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가 청와대에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이날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청와대가 공천제 폐지 문제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지도부도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는 결의대회에서 "오늘까지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 당이 나아갈 바를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두 대표가 무공천 방침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선거에서 이를 심판해 달라고 이슈화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합 이후 '약속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이 결정을 철회한다면 두 대표로선 정치적 치명상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금태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해 내일부터 대응할 것"이라면서 "무공천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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