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석(40) 씨는 늦깎이 로스쿨 학생이다. 5살, 3살 난 자녀를 둔 그는 8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뤄뒀던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했다. 그러나 합격 이후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절반 가까이 축소하겠다는 문자 메시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입학금을 포함해 학자금 900만 원을 대출받아야만 했다.
유 씨를 비롯한 입학생들은 올해 건국대 로스쿨 입시 설명회에서 학생 75%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홍보를 믿었다. 학생들은 뒤늦게 분통을 터뜨렸다. 로스쿨 신입생 송경재(26) 씨는 "입학생 절반은 전액 장학금을, 나머지 절반은 반액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주저 없이 건국대를 선택했다"며 "장학금이 아니었으면 이 대학에 애초에 원서를 안 냈을 텐데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학금이 축소됨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이 더 내야 할 돈은 한 학기에 평균 316만 원, 연간 632만 원에 달한다. 등록금도 9.8% 올랐다. 건국대 로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1697만 원이다.
"로스쿨인데 법대로 안 하는 게 말이 됩니까?"
1일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앞에 학생 80여 명이 모였다. 이 대학 로스쿨 학생 128명 전원이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 통보에 반발해 28일부터 5일째 수업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는 "학교가 교육부 설립 인가 조건을 어기고, 장학금 지급률을 기존 75%에서 40%로 일방적으로 조정했다"며 "법을 가르치는 로스쿨에서 법을 위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건국대는 2008년 교육부에 로스쿨 설립 이행계획서를 통해 개원 초기 3년간 83억 원을 지원하고, 장학금 지급률을 7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는 "학교가 개원 초기 35억 원(약 45%)밖에 지원하지 않아 인가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5년 뒤인 2013년 말과 지난 1월 재인가 이행계획서에서 건국대 측은 장학금 지급률을 20%로 낮춰 제출했으나, 교육부는 지난 2월 27일 재인가 불승인 통보를 내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건국대학교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은 설립 인가 당시 조건인 75%라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종윤 학생회 간부(2학년)는 "건국대는 로스쿨이 '돈스쿨'이 아니며 가난한 학생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곳이었다"면서 "16억이 넘는 빚더미를 떠안기는 것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휴학 사유가, 어떤 학생에게 학업 포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학금 제도를 믿고 지원한 이 대학 로스쿨 신입생 40명 가운데 25명 정도가 가정이 있는 30대라고 그는 덧붙였다.
학교 측이 실질적인 등록금 인상 방침을 고수하면서 학생들은 3년간 16억116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등록금 부담이 163.5% 증가했다.
건국대 관계자 "교육부가 남의 집 살림에 간섭해"
초유의 수업 거부 사태가 벌어지자, 건국대학교 측은 1일 보도 자료를 통해 "로스쿨의 장학 혜택이 학부 과정 재학생 및 다른 대학원생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로스쿨 긴축 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장학제도를 변경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건국대가 인가 조건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가 털어놓는 속내는 다르다. 전태진 건국대 로스쿨 행정실장은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을 때 장학금은 20% 이상만 지급하면 만점이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에 맞춰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며 "그런데 교육부에서 '돈스쿨'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시장에서 물건값 깎듯이 장학금 지급률을 65%로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 행정실장은 "집안의 가장(학교)이 파산하게 생겼는데, 교육부가 남의 집 살림에다가 간섭을 한다"며 "교육부가 앞장서서 파산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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