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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찰' 이마트, "반성의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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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찰' 이마트,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이마트 정규직 전환 1년…"시간제로 밀어내고 노조 활동 방해하고"

"절대 내 이름이랑 나이 (기사에) 실으면 안 돼요. 어휴. 이마트가 어떤 덴데…."

서울의 한 이마트 점포에서 일하는 ㄱ 씨는 언론과 인터뷰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질 것을 먼저 걱정했다. "나 계속 일해야 해요. 잘리면 큰일 나'라고 거듭 말하지만, 할 말은 많아 보이는 ㄱ 씨. "이마트가 절대 좋게는 안 해주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라는 그의 어투에서 답답함이 묻어 나왔다.

1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노조 사찰'과 '불법 파견'이 한창 논란이던 지난해에도 '할 말은 많지만 나서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인정한다'는 허인철 전 대표이사의 1년 전 약속에도 이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눈치를 보고 있다.

'착한 기업'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 1년

이마트가 노조 인정을 약속하고 용역 노동자 약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지 1년이 됐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불법파견 적발과 노조 및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 장하나․노웅래 의원 등의 노조 사찰 정황 공개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마트는 지난해 4월 1일 자로 '정규직 전환'이란 카드를 내놨다.

당시 '이마트가 유통업계의 공정한 고용 구조를 선도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일부 언론들은 지금도 이마트의 전환 사례를 '모범'인 듯 회자한다. <동아일보>가 지난 2월 '2014년 존경받는 기업'으로 이마트를 선정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바람을 만든 착한 기업"이라 표현한 게 대표적 예다.

'불법 기업'이란 수식어를 한 순간에 '착한 기업'으로 바꾼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정규직으로 재고용된 이들은 이전보다 나은 노동을 하고 있을까. 이마트 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대로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회사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을까.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연합뉴스

"이마트,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전 위원장은 "일부 고용이 안정되고 복리후생 혜택이 새로 생긴 것은 좋은 결과"라면서도 "그 외에는 대체로 이전과 같거나 외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마트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그 외'는 전환 노동자들의 급여 등의 근로 조건과 노조 활동 방해 등을 가리킨다. 지난해 4월 1일 자로 정규직이 된 9100여 명은 급여 수준이 최저임금 선에 맞춰져 있는 이른바 '전문직 2' 직군으로 편재됐다. (관련 기사 보기 : "이마트 정규직 전환 후, 저임금 합법 노예 됐다")

전문직 2는 공통직, 전문직1, 전문직 2란 세 종류의 정규직 부류 중 가장 낮은 계급으로, 엄밀하게는 정규직보다는 무기계약직에 가깝다. 전 위원장은 "전문직 2는 2014년도 임금이 전년보다 4% 올랐다. 한 달 기본급 2만 원이 오르는 셈이다. 이렇게 올라서는 다니면 다닐수록 실질 임금은 하락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돌고 도는 신세…"불법 파견 → 촉탁직 → 시간제 비정규직"

더욱이 과거 용역업체 소속이었을 때엔 없었던 55세 정년 규정이 적용되며 많은 노동자가 심각한 고용 불안과 임금 하락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촉탁직'으로 채용한 55세 이상 노동자들을 3월 10일 자로, 주당 25시간, 30시간, 32시간짜리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한 일이다.

이마트가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한 이들은 전국적으로 720여 명. 이마트는 "55세 정년 규정에 따라 고용할 의무는 없지만, 기존 수급사에서 체결한 계약 기간을 존중하는 의미로 촉탁직 채용을 했던 것"이라며 "채용 과정에서 3월 10일 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고 설명하고 직접 서명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계속 근로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당초 이마트로부터 '원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노동자들은 "또 한 번 속았다"는 분위기다. 최근 32시간 시간제로 전환된 ㄱ 씨는 "작년 면담 때는 지원팀장님과 점장님이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하면 언제까지나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이제는 정말 신뢰가 안 간다. 이마트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 또한 "지난해 4월 1일, 1만 명을 상대로 일괄적인 근로계약서 작성 작업이 있었다. 근무 중에 인사 팀장이 전화해서 '사인하고 가라'고 하면 일하다 말고 후다닥 서명을 하는 식이었다. 그때는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 보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3월 10일 자 해지란 걸 알게 된 사람들이 꽤 된다. 촉탁직 문제로 노조에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다시 비정규직이 됐다. 1년마다 계약 해지를 걱정해야 하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다.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불법 파견으로 판정돼 정규직 신입 사원이 되고, 다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비정규직으로 돌아간 셈이다. ㄱ 씨는 "잘릴 걱정 없이 일하던 용역 때가 나았다"며 "조금이라도 더 일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노조를 '허락' '승낙'의 대상이라는 이마트"

불법 파견과 함께 이마트 논란을 만들었던 또 다른 축은 '불법 사찰'로 대표되는 노조 탄압 문제였다. 노웅래․장하나 의원 등은 이마트 인사담당 기업문화팀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 등의 문건을 공개하며 이마트가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들을 사찰․미행하고 직원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주노총 사이트 회원 가입 여부를 조회해 가입자는 해고하거나 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허인철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법이 보장한 노조 활동을 인정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겠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개선해 이를 계기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마트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마트 노사는 단체협상 체결을 위한 교섭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해 4월 23일 시작된 교섭을 지금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1년 사이 두 번이나 교섭이 중단됐다. 노조는 지난 1월 27일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돼 교섭을 계속할 수 없다'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허인철․김해성 당시 대표이사, 4개 점포의 관리자 11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직원 사찰과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한 데 이은 두 번째 고발이다.

고소고발장에서 노조 등은 이마트 몇 개 지점 관리자들이 노조 홍보 차 방문한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나가라. 우리 지점에서는 노조 인정 못 한다. 자존심 상한다. 꺼져', '조끼 벗어라, 홍보물 버려라', '노조 활동 내(박 모 점장) 허락받고 해라. 다 끌어내' 등의 폭력적인 언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점에선 "전 사원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늦춰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교섭을 빨리 매듭짓기 위해 많은 (단체 협약) 조항을 삭제하며 양보했음에도 사측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노조 활동과 관련해선 계속해서 '승인', '허락', '승낙'이란 단어를 협의 내용에 집어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직원 사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마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노조 설립 관련 정보는 넘겨주고 그 대가로 현금 8000만 원을 받았다. 이마트가 고용노동청 조사를 앞두고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퇴직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보기 : "이마트에 노조 설립 정보 주고 8000만 원 받았다")
▲ 2011년 3월 이마트의 인사 담당 기업문화팀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 전략' 일부.

허인철 전 대표는 그룹 '상근 고문'으로 복귀

한편, 해당 재판에서 최병렬 이마트 전 대표 등 5명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재판에서 최 전 대표는 "단순히 노조원을 미행·감시했다는 것만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이마트 측 법정 대리인은 "객관적인 사실 관계(사찰과 노조 설립 방해 등)는 인정하지만 법리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애초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 '불법 행위 가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던 허 전 대표는 최근 신세계 상근고문에 합류해 강남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자문 업무를 보며 현직 임원과 동등한 수준의 비서와 차량 등을 제공받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불법파견과 노조사찰 논란 한가운데 있었던 장하나 의원은 "이마트의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일부 재벌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불법 발각과 같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이마트가 진짜 대한민국 1등 할인점이 되고 싶다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행복지수가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이마트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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