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근혜, '기초 무공천' 직접 만나 논의하자"

"공약 뒤집으면 막걸리 선거만큼 큰 해악"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 회동을 제안했다.

안 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무공천 약속을 한 후보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를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박 대통령의 기초선거 무공천을 비롯한 정국 현안을 직접 만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치지도자가 국민 앞에서 공약으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거짓 공약과 약속을 내세웠다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다면, 그것은 과거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만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큰 해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약속의 이행은 정치, 나아가서는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기본"이라며 박 대통령의 표현을 빗대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최우선의 과제"라고 했다.

안 대표는 특히 4년 전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둘러싸고 벌어진 박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 사이의 '미생지신(尾生之信)' 언쟁을 언급하며 "지금 박 대통령께서는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생지신'은 융통성 없는 미생이 다리 밑에서 애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다 홍수에 불어난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내용의 중국 고사로, '어리석은 신의'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정몽준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의원을 향해 미생의 어리석음을 비유해 비판하자 박 의원은 "미생은 진정성이 있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대표는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빗대 "4년 전 미생에 대한 입장이라면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압박한 것.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원래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실리 차원에서 약속을 어기기로 한 것인가? 아니면 지키고 싶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는가? 이 중 어느 것이냐"며 "왜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안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정치, 이러고도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자.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펴나가자"고 무공천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안 대표는 이어 기초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들에게도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새 정치를 믿고 꿋꿋하게 나가신다면 누가 새 정치 후보이고 누가 낡은 정치 후보인지, 누가 약속을 지키는 후보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후보인지를 가려주실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 후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양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역사에서 시민들을 만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TV에 나와 '하늘이 무너져도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라고 또박또박 말했다"며 "그 말을 들은 국민들이 어떻게 박 후보의 약속을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어 "많은 국민과의 약속 중 정치개혁의 대표공약으로 내건 것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며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방자치는 정치와 관계없이 일하자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에 따라 모든 후보들이 정당공천 폐지를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