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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철회, 간첩은 맞다"? 검찰, 왜 이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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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증거는 철회, 간첩은 맞다"? 검찰, 왜 이러시나?

[기자의 눈] 유우성 기소한 김진태 검찰총장, 책임지는 게 맞다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조작된 증거 3건을 제출하고, 그 증거가 조작임이 밝혀져 철회했는데도, 검찰은 공소를 유지한다고 한다.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는데,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한 핵심 증거라며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유우성 씨의 북한 출입경 기록 문서를 철회한 마당에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고 우기고 있다. 증거 뿐 아니라 증인 신청도 철회했고, 증인의 자술서도 철회했다.

수사 기관에서 이뤄진 유우성 씨 동생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판결과 함께 무죄가 선고됐는데, 아직도 그가 간첩이 맞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여권 관계자에게 던졌다. 그는 "국정원에서 조사받을 때 나온 유가려의 진술을 봤느냐. 거기에 보면 일관되게 오빠가 간첩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직도 간첩이라고 믿고 있는 이유라는 게 변호인 없이 6개월 동안 독방에 갇혀 강압적 조사를 받았던 여동생의 진술 하나뿐이다. 이쯤 되면 뻔뻔함이 도를 넘는다. 지금까지 검찰이 유지해왔던 입장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 내놓은 논리가 '증거는 철회하지만 간첩은 맞다'는 것이라니, 참담하다.


김진태, 상설특검 1호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


이제, 입을 열어야 할 사람이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그는 유우성 씨 사건이 터지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기소할 때까지 대검 차장을 지냈다. 그리고 잠시 야인 생활을 하다 2013년 12월 2일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김 총장이 대검 차장 시절 지휘한 유우성 씨 사건은 지난해 8월 22일 무죄로 판명났다. 김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12월 2일 임명장을 받았다. 그리고 12월 6일 항소심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위조 증거를 제출했다. 그가 총장 임명 후 받았을 주요 사건에 대한 보고에 유우성 씨 사건 진행 경과는 분명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 무렵부터 "검찰 측 증거가 위조됐다"는 유 씨 변호인 측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문서 위조 여부에 대한 사실 조회를 신청했고 지난 2월 14일 "검찰 측 증거 3 건은 모두 위조"라는 답변을 받았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김 총장은 물론 검찰의 입장을 믿고 지지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믿음이 틀렸다는 게 밝혀졌다면 이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게다가 검찰 역시 증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총장에게 묻고 싶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유 씨가 간첩인지를 밝히는 일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인가 검찰 조직 방어를 위한 것인가? 간첩이 맞다면 김 총장은 증거 조작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


유 씨가 간첩이 맞다면 김 총장은 간첩을 놓아주게 된 것이고, 간첩이 아니라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려 한 셈이 된다. 어느 쪽에도 자리를 보전할 돌파구는 없다. 증거도 없이 우겨서 간첩임을 입증하겠다면,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2010년 9월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조간 1면에 오사카 지검 검사들의 증거 조작 특종 기사를 냈다. 이 여파로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검사는 처벌을 받았고 고바야시 히로시 검찰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의 구두 경고를 받은 히로시 총장은 "무겁게 받아 검증을 철저히하고 신뢰를 회복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전대 미문의 사태에 이르렀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제 입을 열어야 한다.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수 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상설특검법이 시행되면 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불안한 과반 의석이다. 특검의 요건인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만들어내면 이 사건은 '상설특검1호'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총장은 이런 난감한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 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법을 지키고 검찰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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