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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오바마 MD 구축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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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오바마 MD 구축 '꽃놀이패'

[정욱식 칼럼] 朴대통령, 대화 프로세스의 시동을 걸어라

‘이보다 더 절묘할 수 있을까?’

오늘(26일) 새벽 두 가지 소식을 접하고서 나온 탄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협 대처를 명분으로 3국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결속을 어떻게 심화할 수 있는지, 외교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군사작전, 그리고 미사일방어체제(MD)를 통해 어떻게 더 심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자신의 동아시아 순방에서 MD를 비롯한 한미일 삼각동맹을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바로 이때 북한은 노동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 평양 북쪽 숙천지역에서 발사된 이들 미사일은 약 650km를 비행하곤 동해로 떨어졌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1993년 5월과 2006년 7월, 그리고 2009년 7월에 이어 네 번째이다.

▲ 지난 2013년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의 군사퍼레이드에 노동 미사일을 실은 군용 트럭들이 등장한 모습. ⓒAP=연합뉴스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시험발사는 북한이 최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핵 억제력을 과시하겠다”고 경고해온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한미일 3국이 북한 위협을 이유로 3자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데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짙다.

‘고도화’되는 북핵 능력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는 아니더라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조만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핵미사일 보유에 그만큼 다가섰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북핵의 고도화”가 대화와 협상이 단절된 사이에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거듭 확인해준다. 동시에 “대화는 북핵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준다”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거듭 확인시켜준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한미일 3각 MD이다. 미·일 동맹은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희망해왔다. 그러나 한일간의 냉랭한 분위기와 동북아의 신냉전 우려 때문에 가다 서기를 반복해왔다. 그런데 오바마가 본격적으로 3자 MD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시점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일 동맹의 발언권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 북한은 한미일 삼각동맹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맹비난을 퍼부어왔다. 그런데 북한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그 구실을 제공해왔다. 2009년 4월 광명성 발사와 5월 핵실험을 두고 미·일 동맹은 3자 동맹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한일 양국이 비밀리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던 2012년 4월에도 소형인공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그리고 오바마가 ‘3자 MD로 가자’고 외친 시점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한미일 MD 구상에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는 현실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로 넘어갈까?

한미일 정상들이 6자회담 재개와 같은 평화적 해법보다는 군사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함으로써 한반도 상공에는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질 공산도 커졌다. 당장 관심의 초점은 북한을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지의 여부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3월 3일 스커드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26일 새벽 발사를 놓고도 한미 양국은 즉각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3월 3일 발사에 대해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거리가 더 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세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안보리에 회부해왔던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달리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안보리로 넘길 것인가의 문제이다. 둘째는 중국,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정면 대결 상태에 있는 러시아가 이에 동의해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셋째는 안보리로 회부할 경우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서는 등 위협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박근혜 정부의 차분한 대응이 요구된다. 안보리 회부와 한미일 MD 추진은 피해야 할 악수(惡手)이다. 이에 맞서 북한이 4차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의 위기를 조성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손을 잡게 되면, ‘통일 대박’은 멀어지고 동북아 신냉전을 재촉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유럽에 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시해야 할 유라시아 지정학이 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유럽 신냉전은 미국이 나토와 함께 MD 구축을 서두른 것이 큰 원인이 되었다. 또한 21세기 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도 미국 주도의 MD를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졌으니 미국 및 일본과 함께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1차원적 사고방식으로는 격변의 동아시아 시대에 한국이 생존과 번영의 길을 개척할 수 없다.

이제는 “대화는 북핵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대화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만이 북핵의 고도화를 막고 꿈틀거리는 동북아의 신냉전을 기우로 돌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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