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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안전보건법 위반 21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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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안전보건법 위반 21만 건"

금속노조 특별 안전점검 조사결과 발표…"삼성에도 '법과 원칙'을"

삼성전자서비스 고양센터에서 일하는 이일호(46) 씨는 재작년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업무 중 발생한 재해였음에도, 센터 사장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 씨의 치료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입원했을 때는 사장님이 병문안을 와서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실비만 입금됐다. 이걸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다 포기했다. 그때는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이었고 산재라는 게 있다고만 들었을 뿐 그게 뭔지도 잘 몰랐다. 노조가 생기고서야 사장님이 산재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위장 폐업' 의혹을 사고 있는 해운대센터 심경섭(31) 씨는 1996년 입사해 지난 8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가 올해 초에야 팀장으로부터 5분가량 간단한 구두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심 씨는 "납땜을 하거나 전자기기 세척 등을 할 때 어떤 약품을 쓰는지도 잘 몰랐다"며 "고객이 앞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납땜을 하고 세척을 했는데 고객들에게도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피해를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센터에서 일하는 최호정(34) 씨는 "건물 15층 높이까지는 스카이(고소차) 없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해야 한다"며 "안전 바를 걸 수 있는 앵글(에어컨 실외기 설치대)마저 없는 곳엔 보조 기사를 데려가 허리띠나 어깨를 잡게 하고 수리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안전 바나 장갑, 안전화 등 장비도 언제나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구매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야 한다며 구두와 정장, 넥타이를 반드시 착용하게끔 해 더욱 위험하다. 성수기 때는 그런 복장을 하고 낮에도 하기 힘든 작업을 한밤중에 어둠 속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가 별도 장비 없이 냉장고를 옮기고 있다. 노조는 중량물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유압식 기구'가 지급되지 않아 일하다 다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48개 센터에서 법 위반 21만2869건 발견"

이와 같은 사업주의 산재보험 청구 조력 의무 불이행, 안전·보건 교육 불이행, 위험방지시설 미설치 등은 모두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5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 박상범 대표이사와 48개 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 사장들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1월 15일부터 두 달간 진행한 특별안전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48개 센터(소속 수리기사 4378명)에서 총 21만2869건의 산안법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가입한 수리 기사들이 있는 센터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벌이고 지회 노조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 문답(447명), 면담, 전화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증언을 통해 소개된 사례 외에도 금속노조는 각 센터가 "산압법령의 요지를 게시하지 않고, 소화기구나 불꽃방지 조치를 비치하지 않았으며, 법상 의무인 5킬로그램 이상 중량물을 표시하지 않고, '물질안건보건자료'를 미치하지 않아 산안법을 위반했다"며 "삼성이 돈벌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파괴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소속 수리 기사들에게 넥타이와 정장 바지, 구두 등을 의무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복장으로 아파트 난간 등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외근 기사들은 일상적으로 사고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에도 '법과 원칙'을 적용하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서 상임 활동을 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된 삼성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을까를 생각하면 절망적"이라며 "그러나 드러나지 않던 위험이 노조 설립으로 이렇게 생생하게 소개된 점은 긍정적이다. 많은 삼성 노동자들에게 자극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말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 센터를 담당하는 노동지청에 순차적으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법 위반 사업주의 처벌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찾기 위해 △외근 작업 시 위험을 키우는 구두와 넥타이 착용 거부 △부실한 안전보건교육 시 서명 거부 △추락 방지 없는 고소 작업 등 위험 작업 거부 △ 업무스트레스를 키우는 비인간적 자아비판․반성문․대책서 제출 요구 거부 △재해 발생 시 산업재해 처리 등 5대 긴급행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며 "약자들에게만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 말고 삼성에도 '법과 원칙'을 적용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사용주인 각 협력사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협력을 다하겠다"며 "이미 1월초 산안법 개정 내용을 경영에 참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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