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화성남' 시진핑, '금성녀' 박근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화성남' 시진핑, '금성녀' 박근혜

[정욱식 칼럼] 韓 "북한 비핵화" VS 中 "한반도 비핵화"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청와대는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 공동인식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앞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대다수 국내 언론도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상회담 결과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은 그 뉘앙스가 다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나 국내 언론이 강조한 “북핵 불용”이나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없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아울러 시진핑이 “북핵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6자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다.

▲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각) 헤이그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는 작년 6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 내용을 발표할 때에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시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물론 중국 역시 북핵 문제 해결을 중시한다. 그러나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도 필요하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 맥락상 미국의 대북 핵 위협 해소도 포함되어 있다.

이건 단순히 한반도 핵문제를 바라보는 양국 정부 사이의 인식 차이만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6자회담의 공식 문서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없다. 북한의 핵포기, 미국의 대북 소극적 안전보장(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의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 등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줄곧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정명(正名)의 태도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할수록 북핵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특정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그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다. ‘북한 비핵화’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문제이고 이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건 문제의 한 단면만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에이피>통신을 비롯한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전쟁 때부터 지속되어온 미국의 대북 핵 위협도 한반도 핵문제의 중요한 본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실 9.19 공동성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는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미국의 대북 소극적 안전보장, 그리고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 준수 및 이행, 끝으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포기는 비교적 해석상의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에 나머지 세 가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크다. 가령 미국이 북한에 핵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수시로 핵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과 상충한다. 또한 “9.19 공동성명은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권리까지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는 미국의 추후 입장은 “핵무기를 접수 및 배치하지 않는다”는 9.19 공동성명에서의 남한의 입장과 충돌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둘러싼 갈등은 결코 식을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남한이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수·이행한다는 입장 역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확보하려는 남한 정부 입장과 모순된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면 또다시 첨예하게 부각될 사안들이다.

그래서 필요한 태도가 바로 정명(正名)을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라는 일방적인 용어 대신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합의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상호간에 인식과 목표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할수록 핵문제 해결에서 멀어진다는 역설을 이해할 때, 비로소 핵문제 해결의 문을 노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