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억 투자한 가게, 8개월 만에 나가라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억 투자한 가게, 8개월 만에 나가라니…

[현장] 연희동 카페 '분더바' 세입자는 왜 눈물을 흘렸나

분더바(Wunderbar). ‘근사하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독일어다. 그 뜻이 좋아 김인태(55) 씨는 1년 전 서울 연희동에 카페를 열면서 이름을 '분더바'로 지었다. 애초 조용한 주택가의 가정집이었다. 그런 곳을 김 씨가 1억 원 넘는 거금을 투자해 '분더바'라는, 말 그대로 '근사하고 아름다운' 카페로 바꿨다.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인지라 카페 하나로 여생을 살고자 계획했다. 2012년 11월 29일 임대계약을 한 후, 두 달여 공사를 하고 난 뒤, 카페를 개업했다. 가게 곳곳에 김 씨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가게 입구에는 피튜니아 화분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테라스 곳곳에는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놓여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카페는 문을 열자마자 인터넷 블로그에 '분위기 좋은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사가 쉽지 않았다. 한적한 곳에 있는 카페는 생각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다. 한 달에 400만 원 가까이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천만 원의 빚을 떠 앉게 됐다. 고액 임대료를 내기 위해 제2금융권과 3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임대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더바' 주인 김인태 씨 부인 최성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그마저도 지난해 5월부터는 막혔다. 5월, 6월 두 달간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건물주는 기다렸다는 듯 지난해 7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임대료를 두 달 이상 연체했을 경우, 건물주는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계약조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건물주는 곧바로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적당한 카페 양수인이 나타나면 가게를 양도해도 좋다는 약속을 했다“며 ”우리는 이런 약속을 믿었기에 명도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양수인이 나타나면 권리금을 받고 떠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 새 양수인이 나타났고 7800만 원을 권리금으로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양수인에게 가게를 양도해도 좋다고 했던 건물주는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자기 아들이 카페를 직접 경영할 것이라며 나가 달라고 요구한 것.

첩첩산중이었다. 법원에서도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월 31일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김 씨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나갈 수 없었다. 건물주 자신이 건물을 쓴다고 세입자에게 나가달라고 하면 세입자는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다. 권리금이 임차인 간 관행적인 거래인만큼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줄 법적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권리금이 상용화된 구조 속에서 권리금 없이 가게를 얻는다는 것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김 씨의 경우, 가게 2층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라 여기서 밀려나면 노숙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뾰족한 수 없이 그곳에서 계속 장사하다 지난 17일 집기가 모두 철거됐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것. 이후 김 씨와 김 씨 부인은 찜질방을 집으로 이용하고 있다.

24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카페 ‘분더바’ 앞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 부인 최성희 씨는 "건물주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을 호소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허환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