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맑은 강물을 따라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내성천. 강물 흐름에 따라 모래의 모양도, 햇빛이 물에 반사되는 색깔도 변한다. 백사장에는 고라니와 수달, 삵 같은 야생동물의 작고 동그란 발자국이 총총 찍혀있다. 발자국은 강가에 있는 왕버들 숲까지 길게 이어졌다.
강물을 따라 내성천 하류 지보면으로 가면 비룡산과 내성천에 350도로 둘러싸인 회룡포 마을이 나타난다.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고운 모래밭에 둘러싸인 마을은 봄을 준비하는 식물로 온통 연두빛이다.
'천혜 자연'으로 불리는 경북지역 '내성천'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훼손위기에 놓였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내성천 정비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일부를 뺀 전 구간 공사가 승인됐기 때문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21일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동의 여부를 정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했다. 평가서 본안을 보면, 공사구간은 용궁(7.5km), 지보(10.2km), 호명지구(9.3km) 등 내성천 3개 지구 전체 27km, 사업비는 모두 769억원으로 확정됐다. 공사 목적은 "홍수에 안전하고 수변생태공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사업 주요내용은 ▶인공제방 9개 ▶제방도로 23개 ▶배수시설물 21개 ▶생태하천 7곳 ▶수림대 3곳 ▶다리 6개 ▶잔디공원 1곳 ▶자전거도로 21km 177m를 신축하는 것이다. 국가명승지(16호)로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회룡포'만 "현재 보존"결정이 났다. 캠핑장과 다목적광장도 공사에서 제외됐다. 반면, 같은 국가명승지(19호)인 '선몽대'를 비롯한 사업 대부분 구간은 국토보 초안대로 공사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4대강재자연화포럼(준)'과 '대한하천학회',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등 3개 단체는 23일 한국・독일・일본 하천전문가들과 함께 내성천 현장점검에 나섰다. 독일 칼스루에 공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와 나카가와 마나부 일본국토문제연구회 건설부문기술사,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20여명이 이날 내성천을 찾았다.
이들은 회룡포~선몽대~영주댐까지 내성천 하천정비사업 구간 일대를 둘러보고 "국토부가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면 내성천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공사계획 전면 철회" ▶"회룡포와 선몽대 국립공원 지정" ▶"내성천 전 구간 원형보존" ▶"영주댐 철거"를 촉구했다.
한스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는 "내성천은 정말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이곳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하천은 세계에서 몇 군데 없다. 반드시 한국 정부는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인공제방을 쌓고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정비사업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또 "4대강사업과 같은 공사가 또 벌어진다면 내성천도 낙동강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독일 정부도 10여곳이 넘는 댐을 지으려다 국민들이 막아 계획단계에서 철회했다. 보물과도 같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이 정부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공사는 생물 삶을 완전히 배제한 것. 물의 흐름도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잘못되면 내성천 생태계 시스템을 완전히 망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성천 버드나무 군락이나 각종 보호수들은 이미 자연제방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자연 생태하천에 시멘트로 덧칠해 생태복원을 한다니 화가난다"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국토부가 또 다른 4대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700억 원짜리 돈을 들여 천혜의 자연 경관을 망치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4대강재자연화포럼(준)'과 '대한하천학회',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21일에서 23일까지 2박 3일 동안 '4대강사업 하천복원과 재자연화'를 목적으로 금강과 낙동강, 내성천을 현장답사했고, 24일에는 서울에서 '하천 복원의 국제적 동향과 4대강의 미래'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 예정이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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