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24일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수정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이 고노 담화의 수정을 시사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가 반발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스가 장관이 이날 오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화와 관련해 “검증은 실시하나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가 고노 담화를 검증한 뒤 “새로운 정치담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스가 장관은 이어 하기우다 특별보좌의 발언은 “개인적인 견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신조 수상과 내각의 견해는 국회 답변 그대로”라면서 지난 14일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고 역대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 고노 담화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아베 총리 발언의 진의마저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일본 현 정부 내에서 고노 담화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곧 아베 총리의 지난 14일 입장 표명이 한일 간 지속되고 있는 갈등을 잠시 완화시키려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1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아베 총리의 발언과 더불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에 일본 외무성이 진지하게 협의에 임하겠다고 한 점 등을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 아래 정부는 3국 정상회담 참가를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과 다른 의견이 나옴에 따라, 한국 정부의 판단이 너무 섣불렀던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하기우다 의원의 발언이 나온 당일인 지난 23일 긴급 입장을 발표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언급했는데 자민당 특별보좌 인사가 이를 부정하는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이러한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스가 장관의 입장 표명이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 됐지만, 정부가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참가를 결정한 지 이틀 만에 일본 정부 내에서 고노 담화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옴에 따라 3국 정상회담이 결국 미국과 일본에만 외교적 성과를 안겨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비롯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춘계 예대제(제사),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외교청서 발표 등의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있어, 회담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3국 회담이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하는 전기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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