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탈세와 횡령을 한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수백억 원대 벌금을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으로 때우도록 판결한 데 대해 전형적인 '재벌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진보연대는 24일 논평을 통해 "허재호 전 회장에게 1일 노역의 대가로 무려 5억 원을 산정한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재벌 특혜 판결"이라며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사회 현상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부당한 판결을 철회하고, 허 전 회장에게도 일당 5만 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금 집행을 피해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하던 허 전 회장은 22일 자진 귀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그는 24일부터 쇼핑백과 두부 등을 만들며 교도소에서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49일만 일하면 벌금 254억 원을 면제받게 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당 5만 원을 적용받는 일반 국민이 교도소에서 벌금 254억 원을 때우려면, 50만 8000일, 햇수로는 약 1392년을 살아야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과거에 무슨 일을 했건 일당은 그 노역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며 "똑같은 두부와 쇼핑백을 만드는 데 다른 노역자들은 일당 5만 원을 받고, 허 전 회장은 일당 5억 원을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게다가 허 전 회장이 만드는 두부와 쇼핑백은 다른 이들이 일당 5만 원을 받고 만든 물건들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며 "교정 당국은 49일간 매일 4억9995만 원씩 손해를 보는 것이며, 그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벌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그의 벌금을 대신 내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이전에도 벌금 2340억 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노역을 3억 원으로 산정받았고, 벌금 1110억 원을 선고받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억 1000만 원을 산정받은 적이 있다"며 "액수만 조금 적었을 뿐, 재벌 특혜 판결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횡령과 탈세는 중범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형이 너무 가벼운 것도 모자라, '회장님이 돈이 없으시니, 두 달만 살게 해주겠다'는 식의 법원의 친 재벌 행태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허 회장은 508억 원의 세금 포탈을 지시하고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 원을 확정받았다. 그는 벌금 249억 원을 내지 않아 2012년 3월부터 수배됐지만, 뉴질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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