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농어촌교육지원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보수 정부가 오로지 경제논리에 기댄 통폐합 정책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고 있는 우리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 호소다. 이 법안은 "농어촌 교육의 황폐화는 농어촌 지역 학생 수를 감소시키고 도시지역의 학생 수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한 "도시지역의 과밀학급 및 과대학교 등의 문제는 결국 도·농교육 모두를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를 생성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선 법과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이나 행동은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다. 학교와 교육공동체를 죽이는 방향으로 계속 엇나가고 있다. 교육부는 2012년 5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관련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농어촌 작은학교'를 보는 진보와 보수의 두가지 시선
이렇게 '농어촌 작은학교'라는 동일한 문제를 놓고도 이른바 진보와 보수가 바라보는 시선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교육관은 천양지차다. 행정당국인 교육부와 각 교육청, 법안 검토자인 국회(교육위) 등은 대개 "농어촌 작은학교를 적정규모로 통·폐합하는 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라는 입장이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시장경제주의적이다. 반면 정진후의원 등 정의당을 비롯해 전교조, 학부모, 마을주민 등은 "농어촌 작은 학교를 살려야 농어촌마을(공동체)도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분히 진보적이고 공동체적이다.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다.
당초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관련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의 목적은 입법취지대로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교육여건을 개선해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 재정지원 금액을 대폭 확대하는 등 당근을 넉넉히 준비해두고 있다. 문제는 '적정규모'의 판단과 적용기준이다.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학교별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 기준 등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등을 위한 학교규모의 적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엄연히 강행적인 소규모학교 통·폐합기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통·폐합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와 의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그래서 따로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최소 적정규모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 기준에 관한 조항에서 학교별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시·도교육감이 학교별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를 정할 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적정한 수업시수 등을 반영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라는 표현 안에는 이미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정책적 실행의지가 강하게 내포되어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부는 "저출산 현상 등으로 앞으로 초·중등 학생수가 '11년 대비 '20년에 25% 감소(초등17%/중등31%)해 과소규모 학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지나치게 작은 학교의 경우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인성·사회성 발달면에서도 교육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해당지역 학교의 교육여건 개선 등을 위하여 지원하고 있는 지원금을 현행 초·중등학교 교당 20억 원에서 향후 초등학교 30억 원, 중고등학교 1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다"는 방침을 공공연하게 명시한 바 있다.
특히, 교육과정이 전문화·다양화되는 중·고등학교 적정규모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점 기숙형 학교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교육여건이 개선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시·도교육감이 농어촌지역은 학생수 60명 이하, 도시지역은 200명 이하 학교 중에서 지역실정을 감안하여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여 학부모 및 지역주민의 의견수렴과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고 있다.
정진후 의원이 발의한 '농어촌교육지원 특별법'은 이같은 교육부의 방침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고 본다. 학부모, 교사(전교조 등), 마을주민, 지역공동체의 시민사회단체 등 '농어촌 작은학교'의 존재와 가치를 공감하는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일단 이 법은 농어촌의 교육 진흥과 학생의 학습권 및 주민의 교육기회 보장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농어촌의 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농어촌교육관계장관회의(교육부), 농어촌교육심의위원회(시·도교육청),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운영, 교직원 추가배치 및 교원 우대, 농어촌학교 폐교의 특례(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를 한 후 폐교 1년 전에 그 사유를 공고하고, 주민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서면동의 필요), 완전 무상교육 실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교육부)는 물론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교육위) 조차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다. 일단 총론적으로는, 겉으로는 공감을 나타내는듯 하다. "농어촌은 교육여건의 열악함으로 인해 학생수가 감소하여 농어촌 폐교현상을 심화시키고 있고, 귀농 또는 농어촌으로의 이주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제정 취지는 타당한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는 검토의견을 내놓고 있다.
각론적으로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긍정적이지 않다. 동일 목적의 '삶의 질법'이 마련되어 시행 중이고 '초·중등교육법', '도서·벽지교육진흥법',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다른 법령에 이미 근거를 두고 있는 규정들이 많다는 이유를 거론한다. 결론적으로 재정운용 효율성, 도시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12년 12월 이낙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어촌교육발전 특별법'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추가재정 소요액은, 2014년 7436억 원을 비롯하여 향후 5년간 3조 4047억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가재정소요는 농어촌교육실태조사, 농어촌학교 운영비, 농어촌고등학교 입학금 및 수업료 지원액, 급식비 지원액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특별법은 재정부담의 문제가 법의 제정 등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민감한 고려사항이라는 반대논리다.
'농어촌 작은학교'는 정부 대신 지역주민들이 살리고 있다
정부는 1982년부터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벌이기 시작했다. 2006년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을 2010년까지 완료했다. 2009년에는 새로 '소규모학교의 적정규모화를 위한 종합적인 육성방안'까지 발표하면서 사업기간을 3년 연장하고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0년까지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정책에 의해 통폐합된 학교 수는 총 5452개교(본교 1313개, 분교장 폐지 2328개, 분교장 개편 1811개)에 달한다. 교육부는 통·폐합의 배경이자 명분으로 '작아서 비교육적'이라는 단순하고 경직된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과밀학급, 과대화학교 등 '큰 학교'에서 발생하고 만연하는 비교육적 요소를 외면하거나 간과할 수는 없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런 통·폐합의 부작용과 악영향을 주목하고 우려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이 본격 전개되었다. 1993년 경기도 가평 두밀분교 살리기 운동을 이끈 이들은 '인간 중심의 본질적 교육 가능성'을 소규모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전원의 학교'모델을 농어촌학교 살리기운동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농어촌학교의 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교육계 내부의 각성,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관련 정책의 변화 등 다양한 동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작은 학교 재생 및 활성화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전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11월 경기도 광주 남한산초등학교를 필두로, 2002년 9월 아산 송남초 거산분교, 2003년 3월 완주 고산서초고(삼우초), 2005년 3월 상주 남부초, 2006년 부산 금성초, 2007년 양평 조현초, 2008년 3월 순천 송산분교, 이후 단양 가곡초 대곡분교, 울주 궁근정초 소호분교, 진안 장승초, 임실 대리초교, 구례 토지초 연곡분교, 영광 모량중앙초교 등으로 혁신적인 성공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김승환 교육감이 이끌고 있는 전북교육청의 혁신 사례는 눈에 띈다. 2012년 9월 전북교육청은 예산, 시설, 행정, 인사, 혁신학교, 교육과정 등 관련부서 9개를 망라한 농어촌 작은학교 희망찾기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구성원도 정책공보담당관실, 학교교육과, 교원인사과, 교육혁신과, 인성건강과, 예산과, 행정과, 시설과, 교육연구정보원 등 장학관, 사무관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T/F팀은 각종 정책발굴을 통해 농어촌 작은학교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인데, 우선 교원인사과는 농어촌학교 공모교장제 확대, 농어촌 학교 교원정원 확보와 순회교사 지원, 복식학급 단계적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교육혁신과의 경우 농어촌 혁신학교를 묶는 혁신학교 벨트화사업 추진은 물론 작은 학교를 묶어 공동현장체험학습, 운동회 등을 진행하는 학교군사업 등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운영, 학교 마을도서관,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 등도 추진한다. 인성건강과는 도농교류 체험학습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예산과는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각종 교육협력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행정과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 육성, 학교 통폐합 숙려제 시행, 농어촌학교 학생 통학 지원, 농어촌 에듀케어 사업 등에 농어촌 작은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시설과는 농어촌 지역학교 교육환경개선을 적극적인 예산 투자, 교육연구정보원은 전북e스쿨을 통한 학생들의 학습 지원방안, 정책공보담담관실은 순회 토론회 등 농어촌 작은 학교 희망찾기를 위한 교육공동체 구성원과의 소통과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농어촌 작은학교'는 지역공동체의 교육, 문화, 생활의 공간
오늘날 '농어촌 작은학교 살리기'의 시계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게다가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강행하는 등 출범부터 진보적, 혁신적 교육진영에 비우호적, 비타협적 태도와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정당, 현장 교육운동가를 중심으로 농어촌 교육지원특별법 제정,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관련 법률 제·개정, 각 지자체별 농어촌 소규모학교 지원 조례 등 제·개정,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교육감후보 발굴, 교장공모제 추진, 농어촌유학센터 운영, 농어촌인성학교 지정, 귀농인 전원마을 조성 등 자체적으로 가시적인 전망을 도출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 또한 적지 않다.
농어촌의 작은학교를 살려 교육공동체를 유지하고 혁신하기위해서는 우선 복지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도·농간 교육격차는 가정요인, 학교요인, 학생요인 등으로 매우 복합적인데, 이중 학업성취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가정요인이다. 가정요인 중에서도 부모의 직업, 학력 등 가정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따라서 학력 향상, 학력관련 기본 생활, 신체적·정신적 건강, 사회적·문화적 소양 등 농어촌학생의 다면적 역량 강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돌봄과 교육의 시스템화도 선결 과제다.
농업과 농촌 관점의 고찰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우리 초·중등학생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질 높은 먹거리 확보, 도시에 비해 우월한 자연생태적 가치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다원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가치는 수자원 함양, 환경정화, 생태계 보전, 자연재해방지, 자연학습장 제공 등 자연적 가치, 전통문화 보전 가치, 정서의 순화, 진로직업교육 제공 등 사회적 가치, 농산물 공급, 국토의 균형발전, 타 산업에의 기여 등 경제적 가치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농업·농촌의 가치, 특성과 장점을 농어촌 학교교육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교육인프라 면에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작은 규모의 학교라는 면에서는 도시에 비해 장점과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은 점, 교사-학생 관계 형성이 용이한 점, 지역 교육공동체 형성 가능성 등 작은학교의 이점을 극대화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어촌학교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학교재구조화도 요청된다. 농어촌학교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장점을 살려나가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2008년 이후 도·농간 교육격차 줄이기 정책과 농어촌 교육복지 강화 및 농어촌학교 모델 개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교과에 반영하는 농어촌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농어촌학교로서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게 관건이다.
지역적 관점으로도 학교의 역할은 확장되어야 한다. 농어촌지역의 교육적 환경은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다만 농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지만 삶(생활)의 공간으로서 농어촌의 비중과 중요성은 점증하고 있다. 따라서 정주여건 조성 차원에서 농어촌지역의 교육적 인프라를 보완하고 보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어촌교육을 '농어촌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학생교육'에서 벗어나 '학교가 지역주민을 위한, 또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도 2009년, '농어촌 전원학교 운영 모형'을 도입해 지역주민의 교육·문화공간으로서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고, 주민참여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내부 동력 활성화, 지역개발사업 연계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교육·문화센터로서 농어촌학교의 새로운 위상과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교육적 기능을 재생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가수준에서 만들어진 농어촌형 교육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농어촌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이나 교육 활동 프로그램은 농어촌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도시 학교의 단선적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 답습해 나가는 상황인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농어촌 가정과 지역의 문화적 자본 결여가 학력의 격차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 농어촌 학교가 학생들의 문화·예술적 안목을 넓혀 주는 일이 절실하다. 기존 '예체능 교육' 수준을 넘어 '지식-인성-예체능 교육' 관계를 재조직할 필요성이 있다.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 과정에 문화·예술교육을 접목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기관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단순한 산업 구조와 농업·농어촌의 비전 상실이 농어촌 지역 학생들로 하여금 농업·농어촌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어렵게 한다. 농어촌 지역의 특성상 진로 및 직업 체험의 기회가 적은 농어촌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풍부한 전망을 가지도록 지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어촌 청소년용 진로교육 프로그램 . 교육과정을 활용한 진로교육. 지역과 연계한 진로교육 등의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학교·교육공동체는 마을·지역공동체 재생과 활성화의 열쇠
마을·지역공동체 재생과 활성화도 학교의 중요한 사명이다. 지역공동체의 관점에서 볼 때, '학교 울타리 안의 교육'이라는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학교가 상호 긴밀한 협력과 지원을 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는 주민들에게 학교를 개방하고 농어촌 지역의 생활 과제를 폭넓게 인식하는 학교가 되어야 하며, 지역의 측면에서는 학교의 강력한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렇게 농어촌사회의 지역 공동체성이 강화되어 학교와 지역의 협동이 강조되는 이른바 '지역사회학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학생과 교사가 지역 활동에 참가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학교에 의해 지역사회의 교육기관·교육활동을 조정하고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학교에서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민 공동의 힘으로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되며, 농어촌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적 문제 역시 지역 주민과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또 학교는 지역주민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농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교양·취미교육, 정보화교육, 문해(文解)교육, 생활체육 등 지역 주민들의 평생교육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다목적 강당, 정보실,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기반으로 이른바 '지역사회교육센터(community education center)'로 설립·운영함으로써 학생과 주민들의 교육 및 교류 공간으로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주민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개발·운영·평가를 위한 전문 인력(평생교육사 등)을 배치·활용함으로써 전문적인 교육 지원이 가능하고, 주민들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교육과정도 운영할 수 있다.
나아가 주민 학습동아리를 육성하고 활용할 수 있다. 학습의 결과로 주민 전체의 역량이 배양되고 지역리더육성 프로그램, 커뮤니티비지니스, 사회적 기업 등 사회경제적 재생사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관점에서는, 농어촌 지역의 내생적, 내발적인 인적·물적 조건 또는 자원을 충실히 활용해 새로운 교육이 가능한 '지속가능한 학교'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농어촌의 교육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가 선결과제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우리 마을에서 책임지겠다"는 주체 의식과 학교와 지역 간의 긴밀한 협동과 연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 지역 주민과 기관·단체들이 학교를 지역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지역의 가용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의 교육서비스와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지역주민·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실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와 연계된 학교발전계획을 수립·운영하고, 학교 운영 프로그램, 학교시설 관리, 학교급식 지원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교사 및 교장을 초빙하고 공모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지역교육공동체의 내발적 성장을 위해서는 홍성 풀무교육공동체, 해운대 반송 희망세상, 청원 교육문화연대, 충남교육연구소 마을학교, 익산 농어촌교육연구회, 횡성고른교육기회협동조합, 시흥시 참이슬학습마을만들기 등과 같은 주민주도 주체적 학습조직이 중요하다. 지역 발전과 연계되어 있는 지역교육계획, 장기적 지역교육계획을 수립해 지역 발전과 연계하고 지역 시설(주민자치센터, 마을회관, 보건지소, 체험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른바 '마을만들기'로 불리는 마을단위, 권역단위, 지역단위의 각종 농어촌지역개발사업과 연계해 '교육공동체'와 '마을공동체'사이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제고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다.
교육부, 교육청 등 관계당국은 시장경제주의, 재정효율성 등을 논리 근거로 내세운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반박과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이제 구체적이고 실사구시적인 해법과 대안의 개발과 실천, 그리고 투자에 함께 집중할 때다.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마땅히 해야하는 기본적인 책무란,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그대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공동체를 유지하고 혁신해야 한다. 주로 외생적, 또는 대외적 측면의 해법이 주효할 것이다. 농어촌 교육지원 특별법 제정,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관련 법률 제·개정, 각 지자체별 농어촌 소규모학교 지원 조례 등 제·개정,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교육감 선출, 교장공모제 추진 등을 통해 학교.교육공동체를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유지하거나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을·지역공동체를 재생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다. 내발적, 또는 대내적으로는 마을공동체 내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농어촌유학센터 개설을 통한 단기적 학생 유치, 농어촌인성학교, 평생학습 등 지역사회학교 운영을 통한 안정적 지역교육공동체 구축 등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보다 지속가능하고 중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이른바 마을만들기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어촌지역개발사업, 사회적경제 지원 프로그램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귀농인 임대주택 및 전원마을 조성을 통한 중장기적 인구 유치 전략, 마을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설립·운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사업 개발 및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사업 시스템 구축 등으로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농어촌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사람이 사라진다. 사람이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 농어촌마을이 사라지면 도시도, 국가도 곧 사라진다. 농어촌마을의 작은 학교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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