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인터뷰라고요?"
몇 번의 시도 끝에 통화가 성사됐다. "인터뷰 좀 하자"는 말에 강태영 조합원(28)은 당황한 듯 크게 웃었다.
최근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구직 중인 강 조합원은 <프레시안>의 오랜 애독자다. 지난해 협동조합 전환 소식을 듣고 덜컥 조합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조합원 모임 등에 활발한 참여를 하고 있지 않다.
"저도 사는 게 바쁘다 보니…"라고 말을 흐렸지만, 오히려 대의원도 열혈 조합원도 아닌 그에게,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대해 묻고 싶었다. 어떤 매력이 그를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이끌었는지, 그리고 어떤 '장벽'이 조합 활동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지.
쓴 소리를 부탁했는데, 돌아온 첫 대답은 의외로 '칭찬'이었다.
"조합 가입 이유요? 일단 기사 때문이죠. 다른 언론사 기사들도 많이 보고 있지만, 다른 데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가는 문제들도 제대로 파고 들고, 좀 더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는 느낌이에요. 좀 기사가 길긴 하지만, 전문가 인터뷰를 즐겨 봐요. 어떤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언론은 지금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프레시안>에서 조합원 모집 광고를 보고 가입하게 됐죠."
즐겨보는 코너로는 '편집국에서'를 꼽았다. 대부분의 언론사에 기자 칼럼 코너는 있지만, 좀 더 세밀하게 사안을 짚어주고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란다.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프레시안 books'도 강 조합원이 '최고'로 꼽는 코너다. "다른 언론사 북 코너랑 깊이 자체가 다르다"라고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첫 대답이 의외로 칭찬이니, 기자도 신이 났다. 그래도 듣기 좋은 얘기는 여기까지. 애독자이자 언론학 전공자인 그에게 개선할 지점을 물었다. 역시 '폭풍 답변'이 이어졌다. 일단 기자들도 자주 '속상한' 웹 편집 문제다.
"종이 지면이 아니기 때문에 편집이 더 어려울 것 같긴 한데, 편집된 화면 자체가 눈에 잘 안 들어와요. 중간중간 배치된 협동조합 광고나 공지 글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 편이고요. 전반적으로 편집에 있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느낌?"
올해부터 시작된 '지역언론 네트워크'는 풀뿌리 언론에 관심 많은 강 조합원이 가장 기대했던 코너 중 하나다. 그런데 막상 개시된 모습을 보곤 아쉬웠다고 한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한 기사 교류를 넘어 폭 넓은 네트워킹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기사에 대한 지역 사람들의 의견, 인터넷 의견 등도 연동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일종의 프레시안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는데, 기사 올리고 '땡'인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결국엔 '개방성' 얘기다. 강 조합원은 "온라인이면서 온라인스럽지도 않은 것이 프레시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좀 더 '열려 있는 편집'을 당부했다. 이제 '언론 협동조합'으로 새로 문을 열었으니, 조합원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도 지면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주문했다.
"'슬로우뉴스'나 '이정환닷컴' 같은 블로그 네트워크나, 좀 더 가볍게 드나들고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생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보면서 사람들이 '어머머머~'하는데, <프레시안>이 그보다 괜찮은 거 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나요? (웃음)"
매체는 열심히 보고 있지만, 조합 활동 참여는 아직까지 망설여진다고 한다. "문자나 이메일은 계속 오는데, 바빠서 여유도 없고 많이 당기지도 않더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조금 더 '가벼운' 소모임들이 많아지기를 주문했다.
"협동조합에서 하는 행사들 보면 강연들도 좀 정치적이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은데, 좀 더 가볍게 갈 수 있는 모임 같은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문화적인 공감대를 나누는 행사나 책읽기 소모임도 좋겠네요."
강 조합원은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의 회원이기도 하다. 각자 관심 분야에 따라 <월든> 읽기 모임, 연극 감상하고 원작을 읽는 모임 등이 활발하다고 한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에도 그런 '맞춤형 소모임'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예를 들자면 요새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은데, 조합원들이 관심 분야에 따라 기본소득 연구모임을 만들거나 탈핵 스터디 같은 것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조합원들끼리 모여서 자료도 공유하고, 프레시안에선 전문가를 초청한다던가 강의실 공간을 내주는 식으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기사에도 반영할 수 있고요. 조합원 커뮤니티도 몇 번 들어가 봤는데, 아직 그런 소모임들이 활성화되진 않은 것 같아요."
십여 분의 '폭풍 수다'를 끝내고 인터뷰 기사 정리를 시작할 때 즈음, 강 조합원으로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깨알 같은 '건의 사항'이란다.
"참, <이철희의 이쑤시개> 즐겨 듣고 있는데, 음악 선곡은 좀 바꿨으면…딱 아저씨 스타일…너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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