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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날조' 국정원, 국보법 적용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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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날조' 국정원, 국보법 적용이 맞다

[시민정치시평]"날조와 위조는 다르다"는 검찰의 해괴한 논리

이명박 정부 이후로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할 법조문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던 '미네르바'를 전기통신기본법으로 처벌하였고, 집회시위참가자에게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를 대폭 적용하였다. 정치인을 비판하는 미술작품을 붙인 이하 작가에게는 경범죄 처벌법을, 'G20 포스터 쥐 그림 사건'의 대학 강사에게는 형법 제141조 공용물손괴죄를 적용하는 등 잘 사용되지 않고 잠자고 있던 법들을 부활시켰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법학을 공부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사용되지 않을 조문'이라고 생각했을 내란음모와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 관련 법률들이 사용되었다. 국민들이 굳이 법을 알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이렇게 알아야 하는 법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국민들이 긴장하고, 겁먹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답답하다.

그런데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법 조항이 있다. 바로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제12조) 죄와 형법상 모해목적증거위조(제155조 제3항) 죄다.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증거위조에 관여한 자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모해목적 증거위조죄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 두 조항의 차이가 무엇이고, 검찰의 적용 법조 선택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 국가보안법이 아닌 형법 적용의 이유는?

검찰은 증거를 조작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법조를 형법상 모해목적 증거위조죄로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국가보안법 상 무고, 날조죄를 적용하려면 증거를 날조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증거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 낸 것(날조)이 아니라 비교 대상이 있는 서류(즉, 무가 아닌 상태에서)를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작성 권한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낸 것(위조)에 불과하기에 날조라 볼 수 없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려면 애초부터 범죄 혐의가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미 간첩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입건되어 사건화 된 이후의 상태)에서 증거 위조가 이루어졌기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형법 제155조의 경우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이라고 해서 이미 사건화된 경우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국가보안법 제12조는 '이 법의 죄'라고 해서 사건화되기 전의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의 말과도 안 맞는 검찰의 주장

이러한 검찰의 주장은 타당할까? 우선 날조라는 단어의 해석에 대해서 보자. 날조라는 단어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은 특별히 해설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날조'의 의미에 대해 검색해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밈'이라고 나온다. 이는 검찰의 설명처럼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위조(권한 없는 자가 권한 있는 것처럼 하여 서류를 만드는 것)나 허위 문서 작성(작성 권한 유무와 상관없이 내용이 허위인 서류를 만드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위조가 반드시 유에서 유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대법원에서도 처음부터 없는 문서를 새로이 창조하면서 창조 권한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 역시 위조의 개념에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는 이미 사건화된 상태에서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에 대해서 보자. 국가보안법 제12조가 '이 법의 죄'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사건화가 되기 전'이라는 증거 조작 행위의 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법조가 '국가보안법이 정하고 있는 죄에 관해서 적용된다'는 적용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 법조는 날조 외에도 위증하는 것을 처벌하는데, 위증은 적어도 법정에서 선서를 한 상태(사건화가 된 이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앞의 '이 법의 죄에 대하여'가 적용 시점을 입건 이전으로 한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은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검찰의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지금 법무부장관인 황교안은 자신이 쓴 국가보안법 관련 서적에서 국가보안법 제12조가 일반법인 형법 제155조에 대해 특별법이라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일반법에 대해 특별법 관계에 있다는 것은, 일반법에서 규율하는 행위가 특별법이 대상으로 하는 영역에서 발생하면 일반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법에 따라 의율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주장에 비추어보면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형법 제155조가 규율하는 행위가 발생하면 형법 제155조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제12조가 자동적으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강자만을 보호하기 위한 검찰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위와 같이 타당하지 않은 주장을 검찰이 고집스럽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법을 왜곡해서 적용하는 경우 백이면 백, 강한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검찰이 보호하려는 강한 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검찰은 기본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세금으로 월급을 줄 뿐만 아니라 수사권, 기소권, 형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이다. 강한 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직무를 저버리는 검찰에게 그런 막강한 권한을 계속 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이유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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