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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안 되면 되게"…朴 '민원해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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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안 되면 되게"…朴 '민원해결' 이벤트

규제 개혁 '끝장 토론', '좋은 규제'는 어디에?

장면 1

"아, 잠깐만요."

윤상직 산자부 장관이 인증제도 개선 관련한 민간 업체 대표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자 박근혜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어떻게 이게 바뀌고 있고 어떻게 고쳐지고 있고 하는 것을 알아야 되지 않겠어요?"라며 발언을 시작해 깨알 지시를 이어갔다.

윤 장관이 "1381 콜센터를 개설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데 1381은 많이 아시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곤 "복지 콜센터는 129인데 인지도가 낮아서 16%밖에 모른다고 한다"며 "하여튼 전국 곳곳에 어려운 국민들이 급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하자. 뭘 좀 적극 알려야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윤상직 장관)

인증제도 개선 문제 토론은 길을 잃고 헤매다 1381 콜센터 홍보로 결론났다.

장면 2

"오늘 이 자리에 민관합동 규제개선 팀장도 나와 계시는데, 어디 계시죠?"

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호출에 마이크를 잡은 실무담당자는 "전혀 준비를 못했는데 질문을 하셔서 상당히 많이 당황했다"고 입을 열었다. 실제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박 대통령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못하고 발언을 마쳤다.

박 대통령은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 빨리 해결해야지 그것도 못하면서 한다고 하면 신뢰가 가겠습니까"라며 "이건 관계부처도 공동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접수된 규제 민원 가운데) 40% 정도는 안 되는 것이 있고 검토를 해 봐야 되는 것이 있다"고 무마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면 손톱 밑 가시라고 선정은 왜 했지요?"라고 다시 채근했다.

박 대통령은 재차 "안 된다, 안 된다 하고 그러면 하세월인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걸림돌을 어떻게 해 줄까, 그래서 되게, 되는 방향으로 풀었으면 한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장조차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박 대통령의 "빨리빨리" 재촉으로 현실적으로 완화가 어려운 규제는 공무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쥐어 짜 돌파하기로 했다.

장면 3

모 개발회사 이사는 초등학교에서 180미터 떨어진 곳에 300실 규모의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반대하고 지자체도 난색을 표했다.

그는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저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해한 시설을 개발해서 운영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사회악이 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는 또 "저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우리 젊은이들이 회사를 졸업하고 나오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답변을 맡았다. 그는 "(지자체에서 막히는 바람에) 저희도 정말 미치겠다"고 했다. 그리곤 "대통령께서 콱콱 압력을 넣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청년 실업은 최대 관심사이고 어떻게든 풀려고 모든 정성을 쏟고 있는데 시대에도 안 맞는,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고 있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숙박업이 유해시설인지)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라"고 했다.

이로써 숙박 업소에 관한 규제는 "죄악"으로 규정됐고, 이것의 완화는 청년 실업 해소의 수단으로 승격됐다.

'좋은 규제'는 어디에?

목적은 현장 목소리 청취였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민간분야 참석자가 12명에서 60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애로를 털어놨다. 일리 있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가령, 갈빗집 사장은 외국인 종업원 고용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복잡한 규제로 업주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부당한 사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방송사와 포털이 생중계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는 거대한 '민원 수렴 이벤트'였다. 민간의 애로 청취→장관들의 답변→대통령의 화끈한 민원 해결 패턴이 반복됐다. 규제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접근한 결과다.

주제가 그렇다. 1세션 주제는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2세션 주제는 '규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의 구분"을 언급했으나, '좋은 규제', '보강해야 할 규제'는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은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진심이 느껴진다"면서 "최근 규제 관련 대통령의 말씀이 다소 과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시중에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속 시원하다, 이번에야말로 뭔가 되려나 보다, 이런 목소리가 많다"고 적극 호응했다.

이날 정부는 올해 말까지 경제 관련 규제 약 1만1000건 중 10%에 해당하는 1100건을 폐지키로 했다. 박 대통령 임기 말인 2016년까지는 20%의 규제가 폐지된다.

그러나 어떤 규제를 폐지할 것인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린벨트 해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규제 개혁안은 난개발, 시민안전과 관련된 필수 규제를 없앨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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