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 1년 반, 안철수 의원이 멘토를 바꿨다. 이번에는 학자도 책사도 아닌, 정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동교동계 좌장이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직후,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고문님만 믿고 갑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18일 '안철수 결심 뒤에는 권노갑의 한마디'가 있었다며,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전격적'인 통합에 권 고문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저녁 안 의원과 권 고문은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두 시간 넘게 만났다. 권 고문은 이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으로) 나뉘어 가면 여당만 유리해진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와야 (대권의) 기회가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젠하워와 레이건도 공화당에 들어와 대통령이 됐다"며 "민주당과 합쳐야 안 의원에게 길이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주변에선 권 고문의 '아이젠하워론'이 안 의원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대선 전 '아이젠하워 모델'을 벤치마킹한 안 의원이 권 고문의 이야기에 솔깃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2012년 4월 안철수 캠프에서는 대중적 지지가 높았던 비정치인 출신으로 출마 직전까지 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았으며, 진영 논리 대신 유연한 사고로 사회통합을 중시했다는 점 등을 안 의원과 아이젠하워의 유사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결국 안 의원의 결단에 권 고문의 '아이젠하워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6.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속도전이 아닌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결심이었던 것.
당시 안 의원은 윤여준 의장을 중심으로 제3당 창당을 준비하며 새누리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창당 자금난과 인물난에 시달리는 등 속 사정은 복잡했다. 민주당 역시 연이은 선거 패배와 계파 싸움으로 스러지는 모양새였다.
안 의원과 김한길 대표의 '일요일의 격변'은 '공천권 폐지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이 같은 고민이 있었다. 양측 모두 '통합'을 위기의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김한길 당권, 안철수 대권'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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