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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우성 사건과 개인정보유출 사태, 닮았다!

[편집국에서] 책임 의식 자체 실종 박근혜 정부?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결국 '2차 유출'까지 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2차 유출이라는 것은 시중으로 유출된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카드 3사에서 개인정보가 대량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을 때 "2차 유출은 100%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2차 유출 운운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괴담"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국민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주었지 않느냐"는 말로 국민을 '정보유출에 동의한 어리석은 자들'로 치부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개인정보 유출 동의의 뜻으로 해석하는 기막힌 인식을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수장이라는 사람이 보여준 것이다.

2차 유출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원장은 어떤가. 대국민 사과나 책임지겠다는 일언반구도 없다. 처음에는 현오석 부총리나 신 금융위원장과 최 금융원장의 이런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금융당국은 '금융업체보호'당국의 줄임말인가

한국의 금융당국자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금융업체보호'당국이라고 생각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는 자신들이 책임질 업무에 속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의문이 풀린다. 지난 1월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 카드 3사에서 고객 개인정보가 1억 건이 넘게 대량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금융당국은 2차 유출이 없었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지기 훨씬 이전에 이미 1억 건 중 8000만여 건이 대출 중개업자에게 넘어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개인정보들이 유출된 지 한참 뒤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당국에서 어떻게 "2차 유출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유통된 정보가 없으니 2차 피해는 없고, 100%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단언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알고보니 그 근거라는 게 황당하다. 금융당국은 2차 유출이 있었다는 검찰 수사 발표가 나오자, "검찰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해명은 현재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기관이 조작된 간첩 증거를 검찰에 제공하고,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기소하고 국정원이 제공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조작된 증거'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 말이다.

금융당국이 "검찰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하는 해명은, 국정원이 "증거를 제공한 국정원 협력자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검찰은 "국정원이 제공한 증거라서 믿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판박이다.

나는 처음에 이들이 책임의식이 부족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게 자기 책임에 속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당국이면 금융소비자보호에 큰 구멍이 뚫린 사건, 국정원이나 검찰이라면 조작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게 된 사건이 벌어지면 공식적으로는 이들 기관의 책임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흔히 "관행"이라고 하지 않나? 금융업체 보호를 열심히 하고, 증거를 조작해서라도 간첩을 만들어내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자기 조직에서 인정받고 승진까지 하는 '관행'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금융소비자 보호나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 열심히 일해도 빛을 보지 못하는 조직 문화에 길들여지면 책임의식 자체도 없어지는 게 아닐까?

논문 표절이라고 해도, 복당시킨 새누리당

이명박 정부 이후 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서도 "관행이었다"면서 넘어가는 일이 잦았다. 그나마 문대성 의원은 해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논문 표절이 드러나자, 탈당으로나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나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국민대학교가 문 의원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리기 불과 1주일 앞두고 문 의원을 복당시켰다. 국민대는 2년 전 예비 조사 결과에서 "표절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내렸고, 2년이 넘게 지나고서야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발표를 했다. 누가봐도 인위적으로 최종 결정을 미룬 정황이 짙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복당 조치는 해당 학교가 공식적이고 최종적으로 "표절 논문"이라고 발표한 뒤에 이를 무시하고 문 의원을 복당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문 의원의 복당 조치에 분노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논문 표절은 관행"이라는 의식에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의식이 이중적이라는 것마저 "관행"으로 치부하고 이해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의 인사들에게 "표절 의혹"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낙마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서는 모처럼 새누리당도 야당과 한목소리를 내며 금융당국이 책임지라며 성토하고 있다. 정보 유출 사태만큼은 새누리당도 너무 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문대성 의원의 복당을 허용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애당초 문 의원이 탈당하게 된 것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눈치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복당 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정당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6.4 지방선거다. 따라서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처럼 잠재적 피해자가 거의 국민 대부분인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도 정부를 감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들은 금융기관 수장들의 대국민 사과 정도는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말은 아끼고 있다.

선거 앞둔 눈치 보기에 국민 또 넘어가나

새누리당의 반응을 보면 국민 눈치 보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한 발언을 다시 확인해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거의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정조사에서 "다양한 정보 유통 경로를 확인했지만, 이번 카드 3사에서 유출된 정보 중 개인정보 암시장에 있는 것은 없다"면서 "카드를 굳이 바꿀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국정조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 데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고 카드 소비자는 100%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된다"고 답변했다.
당시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2차 유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피의자들 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또 어떻게 말했던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황 장관은 "필요한 방법으로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피의자 진술에 의존하는 것이 '철저한 수사'였다.

사법당국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 결과 검찰은 중형을 피하려고 사태를 축소하기 위한 진술을 할 것이 뻔한 피의자들의 발언에 의존하면서 버젓이 "2차 유출 피해가 없다"고 중간수사 발표까지 했다. 지금에 와서는 검찰도 "피의자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말할 텐가?

17일 민주당 개인정보대량유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은 "정부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정홍원 국무총리,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은 왜 2차 유출은 절대 없다고 했는지 그 경위와 진상을 파악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금융당국자들은 범죄자의 거짓 진술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상황 모면에 급급했다"면서 현오석 부총리와 신제윤 위원장, 최수현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책임의식조차 없어 보이는 정부의 최고 책임자들의 문책이 없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한다면,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국민이 인정한 것으로 여길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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