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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빼앗는 FTA…'인권 경제'로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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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빼앗는 FTA…'인권 경제'로 되찾아야

[신빈곤 시대, 한미FTA 3년 차를 평가한다·④] FTA가 일자리를 늘렸다는 거짓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 글은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그 효과를 분석하고 청년 세대와 여성 실업이라는 사회적 질곡을 해결하기 위한 길을 찾고자 한다.

FTA가 빼앗는 IT 일자리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한미 FTA 자체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전산직 일자리를 없애는 규정이 있다. 그동안 은행사·보험사·증권사 등이 국내에서 진행하던 금융 업무 전산 처리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다. 협정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양 당사국은 데이터 처리와 같은 기술 관련 기능을 당사국 영역 내의 금융 기관이 그 당사국의 영역 안 또는 밖에 소재한 그 기관의 본점 또는 계열사에서 일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유익함을 인정한다. (부속서 13-나 제3절)

이렇게 되면 금융 기관에 채용된 전산 인력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협정에는 종합편성채널과 위성방송국이 준수해야 할 국내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과 국내 영화 편성 비율을 축소했다.

한미 FTA 노동 조항은 종이 딱지

협정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지킬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가 없다. 회사와 주주에게는 공공 정책을 국제 중재 심판에 붙여 버릴 권리(‘ISD’)를 직접 주면서도, 노동자에게는 잘못된 노동 정책에 항의할 권리조차 주지 않았다. 한국의 노동자가 협정을 근거로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미국 노동자에게 하는 노동 정책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노동(제19장)에 대한 진정처리 등에 관한 지침.)

▲ 2011년 11월 국회 앞에서 벌어진 한미 FTA 국회 비준 반대 시위의 한 장면. ⓒ프레시안(최형락)

한미 FTA로 좋은 일자리가 늘었는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미 FTA 이행은 취업자를 34만 명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

2007년 4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방송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을 포함해 무려 11개의 국책 연구원을 모아 진행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 결과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EU FTA 이행에 따른 고용 규모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3만 명, 장기적으로는 4만8000명에서 25만3000명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됨”

이렇게 FTA를 할 때마다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면, 49개 나라와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일자리가 넘쳐 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와 한EU FTA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업률이 증가했다. 입수 가능한 최신의 실업률 통계인 올해 2월 기준으로 4.5%이다. (통계청 자료) 한미 FTA가 발효한 직후인 2013년 2분기에는 3.1%였다.

일자리의 질도 나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한미 FTA가 발효한 1년 후인 2013년 3월 기준 임금 노동자 1774만 명 중 비정규직은 45.9%이다. 여성 노동자는 더욱 심각하다. 그들의 57.5%가 비정규직이다. 이들 여성 비정규직의 한 달 평균 임금은 113만 원이다.

왜 한미 FTA 후 청년 세대 실업은 증가했는가?

한미 FTA 기간 중의 가장 심각한 현상은 청년 실업 문제다. 한국과 같이 급속히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청년 세대의 실업과 몰락은 탈출구 없는 재앙이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 옆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 한미 FTA 발효 후 오히려 청년층 실업률은 증가했다. 청년층 실업자도 2011년 320만 명에서 2012년 313만 명, 2013년에는 331만 명으로 그 숫자도 늘었다.

나는 이 표 하나로 청년 세대 실업이 모두 한미 FTA 때문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청년 세대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한미 FTA는 IT와 문화 콘텐츠 분야를 비롯하여 좋은 일자리를 위협한다. 기본적으로 내수 경제를 희생시켜 수출을 보호한다. 그러나 수출은 이제 더 이상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다. 반대로 내수가 급격히 무너지면 실업자가 바로 증가한다.

한국 사회의 질곡, 청년 세대와 여성 실업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청년세대와 여성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부자 증세이다. 경제 생태계는 많은 참여자의 수고로 유지된다. 만일 참여자들의 몫마저 승자가 독식하는 생태계라면 그 안에서 약자인 청년 세대와 여성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 그 결과가 지금의 청년 세대 실업이다. 경제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고 청년과 여성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주려면 부자 증세해야 한다.

둘째 인권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는 마치 자신과 인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행동했다. ‘이윤 추구’, ‘기업 활동’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면서 인권이라는 기본 가치를 부인했다. ‘자율’이니 ‘기부’니 ‘사회적 책임’이니 말하면서 마치 경제에는 인권이라는 사회적 구속과 의무가 미치지 않는 듯이 행동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2월, 신입생 환영회 도중 건물이 붕괴하여 10명의 귀한 생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건설 회사의 이윤 추구는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권을 기반으로 경제 활동을 구성하는 개념조차 없었다.

왜 ‘인권 경제’가 중요한가? 인권이 경제에서도 기본 가치로 작동하는 인권 경제는 청년 세대와 여성을 경제 생태계에 건강하게 통합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인권이 없는 경제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청년 세대이고 여성이다. 그들은 비정규직의 다수가 된다. 일터에서도 기본적 인권마저 ‘회사 일’이라는 논리로 배제된다. 그 결과가 청년 세대와 여성의 광범위한 실업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하늘이 부여한 권리인가? 그것은 인권보다 앞서는 것인가? 아니다. 인권은 경제 영역에서도 주된 가치와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것은 인권이라는 가치 안에서 비로소 인정되는 작은 부분이다. 인권 경제로 전환해서 경제 생태계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청년 세대와 여성이 경제 생태계에 건강하게 통합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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