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 주인의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방식을 변경하고 월세 세입자를 세액 공제 형식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 정책의 실효성이 있으려면 임대차 등록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과 참여연대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주택 전·월세 대책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장)는 "임대 시장이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임대차 제도가 한 번에 도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대차 등록 없이 임대료 보조 도입한 국가 없어"
김 교수는 "임대료 보조 제도를 도입한 전 세계 40여 국가 가운데 임대차 등록제와 임대차 상한제 없이 임대료 보조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없다"며 "정부가 등록제 실시, 임대료 상한제를 회피하면서 월세 소득 공제 확대를 통해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임대차 시장을 투명화하려다 보니 오히려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일차적으로 '임대차 등록'에 초점을 두면서 (집 주인에 대한) 과세는 갑작스럽게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임대 소득 크기나 주택 유형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특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전세에도 과세하는 데는 유보적인 견해를 내놨다.
"소득 공제·주거 급여 형식의 지원은 서민 보상 대책 못 돼"
김 교수는 또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늘어나는 임대차 시장 추세를 인정하고, 월세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정부 정책 방향은 적절하지만, 소득 공제 확대와 주거 급여 확대 방식으로 월세 세입자를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공제 대상에서 저소득 근로 소득자의 30%, 저소득 자영업자의 60%는 제외된다"며 "고소득 월세 거주자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번 대책은 '서민 보상 대책이 못 된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저소득층 배제한 월세소득공제, 누구 위한 건가?)
주거 급여 확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이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장선상에서 도입되는 것으로 차상위 계층과 차차상위 계층은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국민의 체감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활성화 대책은 강남 겨냥한 선거용 정책"
그밖에도 김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선거를 앞둔 경기 부양 선도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강남 재건축 경기는 '초과 이익 환수 한시 유예 기간' 중 사업 추진이 급증했기 때문에 이미 호황 상태"라며 "재건축 활성화 정책은 강남권에 대한 상징적 투자 심리를 부양할 수는 있겠지만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재건축 사업을 통한 소형 및 공공 임대 주택 확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시장 구매력이 취약한 서민을 위해 공공 임대 주택 공급, 임대료 보조 등의 주거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제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 2월 28일 3주택 이상 보유자가 1주택 이상을 임대하면 의무적으로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조세와 건강보험료를 감면해주는 내용의 '임대차 등록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정부는 3채 이상을 보유한 집 주인이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강제하기보다는 집 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