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야구팬들의 하루는 류현진과 추신수로 시작해 프로야구로 끝이 났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올해는 4명의 선수가 쉴새없이 치고, 달리고, 던진다. 2014년을 빛낼 코리안 빅리거 4인방의 시즌을 예상했다.
맑음: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텍사스와 체결한 7년(1억3000만 달러) 계약의 첫 시즌. 타선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번 타자를, 수비에선 좌익수 포지션을 맡게 된다. 좌익수는 외야에서 가장 수비 부담이 적은 포지션. 지난해 부담이 큰 중견수를 맡았던 추신수로서는 자신의 장점인 타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주변 상황도 긍정적이다. 텍사스는 투수보다는 타자에 유리한 홈구장을 보유한 팀. 메이저리그에서 4년 연속 90승 이상을 거둔 유일한 팀으로, 그만큼 투타에서 탄탄한 전력도 갖췄다. 여기에 텍사스가 추신수와 함께 프린스 필더라는 또 하나의 거물급 타자를 영입하면서, 팀 성적에 대한 부담도 나눠 질 수 있게 됐다. 앤드러스(2번)-필더(3번)-벨트레(4번)로 이어지는 텍사스의 상위 타선은 막강하다. 빅리그 정상급의 출루 능력을 자랑하는 추신수가 공격 선봉장 역할을 잘 해낸다면, 포스트시즌은 물론 우승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전력이다. 미국의 선수성적 예측 시스템인 ZiPS는 추신수의 올해 성적을 .265/.385/.429(타율/출루율/장타율) 17홈런으로, Steamer 프로젝션은 .280/.391/.448에 18홈런을 예상했다.
맑음: 류현진 (LA 다저스)
미국야구 2년차 시즌을 맞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2년차 징크스’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개 2년차 부진을 겪는 선수들은 데뷔 첫 시즌 후반부에 이미 조짐을 드러내기 마련. 시간이 갈수록 약점이 드러나고 상대에게 익숙해지면서 성적이 하락하는 게 2년차 징크스의 공식이다. 그러나 2013년 류현진은 오히려 전반기(평균자책 3.09)보다 후반기(2.87)로 갈수록 투구내용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휴식 등판과 장거리 이동 등 미국야구의 특성에 적응하고,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공략하는 효과적인 투구방법을 어느 정도 정립한 결과다. 선수 본인도 지난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시즌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 2년차 부진의 또다른 원인인 ‘자만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류현진처럼 완벽에 가까운 바깥쪽 제구와 정상급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좌완투수들은 롱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2013 시즌과 비슷한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에 10승 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ZiPS 프로젝션은 류현진의 올해 성적으로 11승 10패 평균자책 3.65를, Steamer는 13승 11패에 3.60을 예상했다.
다소 흐림: 윤석민 (볼티모어 오리올스)
장고 끝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3년 계약이지만 첫해인 올해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계약이다. 일단 올 시즌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팀 계약이 워낙 늦어진 데다 비자 문제로 아직까지 스프링캠프에서 공 하나도 던져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몸을 만들고, 미국 야구의 루틴(routine)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선수 본인은 빅리그 선발을 원하지만, 이미 선발 후보 6명을 보유한 볼티모어는 선발보다는 불펜 강화가 더 시급한 팀. 올 시즌 빅리그에 올라올 경우 불펜에서 던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볼티모어 선발진 중 확실하게 한 시즌을 책임질 만한 ‘검증된’ 선수는 히메네스와 곤잘레스, 틸먼 등 세 명 정도. 나머지 투수들 중에 시즌 중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때까지 윤석민이 미국야구에 잘 적응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기회는 뒤늦게라도 주어질 수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볼티모어 구단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몸 상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 윤석민의 볼스피드나 제구는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만큼 빼어나지는 않다. 대신 수준급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비롯해 6종류 이상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게 윤석민의 경쟁력이다. 투수 중심인 한국야구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구종을 던진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타자 중심인 미국야구에서는 타자들의 배트를 절묘하게 피해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흐림: 임창용 (시카고 컵스)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시카고 컵스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합류했고, 마운드에서 공도 던졌다. 현재까지 성적은 2경기 2이닝 1안타(홈런) 1볼넷 2실점. 2경기만을 놓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경쟁자들을 압도할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긴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 마흔 살 가까운 노장 투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아주 제한적이다. 특히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불펜 투수라면 더욱 힘든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마이너리그에는 100마일 광속구를 뿌리는 나이 어린 투수가 넘쳐난다. 일본이나 한국 시절과 달리 임창용이 빠른 볼 하나만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남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정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빅리그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 ZiPS 프로젝션은 임창용의 시즌 성적을 36경기 1승 1패 평균자책 3.90으로 예상했는데, 높은 탈삼진 비율(9이닝당 8.64)에 비해 볼넷 비율(4.74)도 매우 높게 예상한 게 눈에 띈다. 임창용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예상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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