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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3년째 '아랍의 겨울'…미국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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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3년째 '아랍의 겨울'…미국은 왜?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시리아 내전, 왜 이리 오래 끌까(상)

2011년부터 불어 닥친 ‘아랍의 봄’은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에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비민주 국가들에게 ‘아랍의 봄’은 아직 멀어만 보인다. 오히려 일부 국가는 정치발전에서 뒷걸음질쳤다. 이집트에선 민주적 선거절차를 거쳐 뽑힌 문민정부가 군부 쿠데타(2013년 7월)로 넘어졌다. 이집트 군부는 아랍의 봄을 ‘아랍의 겨울’로 되돌렸다.

시리아도 혹독한 ‘아랍의 겨울’을 3년째 나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여러 도시에서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지금껏 3년 동안 무려 14만 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난민도 900만 명(국경 넘은 난민 250만, 국내실향민 650만)에 이른다. 인구 2250만 명의 나라에서 이렇듯 많은 희생자와 난민이 생겨난 것은 시리아내전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3년 동안 ‘사망자 14만’

사망자 규모에 대해선 논란이 따른다. 유엔은 이미 지난 1월에 집계를 포기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사망자 정보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탓이다. 전 세계 언론에서 보도하는 ‘사망자 14만 명’도 사실상 1인이 꾸려가는 영국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반군에 우호적인 시리아 현지활동가들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집계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럼에도 시리아가 ‘전쟁 중인 국가’라는 것은 분명하다. 전쟁연구자들이 널리 합의하는 전쟁개념으로 ‘1년 동안 쌍방 사망자 1000명’의 양적 기준선을 내전 발생 첫해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내리 훌쩍 넘어섰다. 최근 2~3년 사이에 국제사회를 가장 머리 아프게 만든 분쟁을 하나만 꼽으라면 시리아 내전이다.

시민혁명에서 내전으로

시리아는 1963년 이래 40년 넘게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는 독재국가다. 절대권력의 중심엔 아사드 일족이 자리 잡고 있다. 1970년 국방장관 하페즈 알아사드는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아랍의 비스마르크’라는 별명을 들으며 30년 동안 철권을 휘둘렀다. 하페즈가 2000년에 죽자, 안과의사였던 차남 바샤르 알아사드(1965년생)가 대통령에 올랐다(장남인 바셀 알 아사드는 1994년 30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

▲ 지난 2011년 1월 말 시리아 북부도시 홈스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장면. ⓒAP=연합뉴스

시리아 사태는 처음엔 40년에 걸쳐 시리아를 철권으로 다스려온 아사드 가문의 독재를 끝장내고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로 시작됐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2011년 7월부터는 본격적인 무력충돌 양상으로 치달았다. 시리아의 지금 상황은 ‘민주화 혁명’ 또는 ‘시민혁명’ 과정에서 벌어지는 진통 차원이 아니라 ‘내전’ 국면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내전은 중동평화는 물론 지구촌 평화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불안 요소이다.

필자는 내전이 터지기 전인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시리아 현지취재를 다녀왔었다. 2012년 2월엔 시리아내전 취재를 떠났다가 국경에서 돌아서야 했다. 그곳 시리아 관리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당신은 안된다. 돌아가라”였다. 여권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을 다녀온 기록으로 미뤄 관광 목적의 방문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의 굳은 표정에서 “어느 외국인도 그가 시리아 상황을 직접 보고 듣고 바깥세상에 알릴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입국을 막겠다”는 시리아 정부의 방침이 읽혀졌다.

리비아와 시리아의 차이

시리아내전이 3년 넘도록 장기전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압도할 만큼의 전투력을 지니지 못했고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투쟁 의지와 전투력도 만만치 않은데다 ▲시리아 주변국가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바탕해 시리아 유혈사태를 지속시키는 대리전 양상마저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시리아 문제에 의도적으로 적극 개입하지 않았거나 또는 평화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시리아가 내전 상태에서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제각기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며 시리 아문제를 바라만 볼 뿐이다. 내전을 끝내고 평화를 다지기 위한 진정성 있는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못해왔다.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소극적 태도는 리비아의 카다피 몰락에 무력 개입했던 서구사회의 대응방식과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비판을 받는다.

리비아에서 내전 양상이 벌어지자, 국제사회는 카다피의 폭압으로부터 리비아 시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줄여 ‘R2P’) 논리를 내세워 무력개입의 길을 열었다. 2011년 3월 두 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1970, 1973)이 통과됐고, 그에 따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하고 리비아 정부군과 친카다피 무장세력을 공습함으로써 카다피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군사력을 보탰었다.

서구 강대국 지도자들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개입은 ‘인도주의적 개입’의 성격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리비아처럼 똑같이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무장충돌이 벌어졌고, 리비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 시리아에 대해선 개입을 망설여 왔다.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개입결의안 통과를 반대하는 입장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R2P 논리를 못 들이댈 것은 아니다. 1999년 발칸반도의 마지막 분쟁지역이었던 코소보에서 나토(NATO)가 유엔안보리의 결의안 없이 무력개입에 나섰던 것처럼, 또는 2011년 리비아를 공습했던 것처럼, R2P 논리에 따라 시리아에 대해 독자적인 무력개입도 가능할 텐데도 소극적이다.

미국이 개입 미루는 속사정

시리아내전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중심엔 미국이 있다. 시리아가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되기 시작한 2011년 초여름부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의 직접적 개입은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 오바마는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했을 뿐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제한적인 공습을 포함한 직접적인 군사적 압박에 나서지 않았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움직이는 두 개의 축은 이스라엘 안보, 그리고 중동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공화당·민주당 정권을 가릴 것 없이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챙기고, 아울러 친미 석유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챙겨주면서 걸프만 지역의 석유가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을 국가전략의 우선순위로 삼아왔다. 따라서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관심은 시리아 내전이 이스라엘과 중동 석유산유국들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모아져 있을 뿐이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적극 군사개입을 보류하는 것은 군사적 부담과 재정문제, 그리고 그 뒤의 골치 아픈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아사드 제거 뒤의 시리아 정국이 안갯속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2011년 리비아에서 그랬듯이 국민보호책임(R2P) 논리를 내세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다 해도, 그 뒤에 들어설 정권이 어떤 성향을 지닐지는 불확실하다.

1979년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한 이슬람 혁명 뒤의 이란, 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섰던 탈레반 정권, 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세력이 아사드 체제의 공백을 메우는 구도는 ‘최악’이다.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의 안보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중동정책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불확실성보다는 차라리 이스라엘에 전혀 위협적이지 못한 지금의 독재자 아사드가 ‘차악’으로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 지난 2011년 7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미대사관 앞에서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피켓 밑의 아랍어 문구는 '사랑해요'라는 뜻. ⓒAP=연합뉴스

아랍의 민중들은 이스라엘과 아랍 독재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동정치지형에 얼마만큼 해악을 끼쳤는가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미국이 시리아 사태를 방관하는 것이 결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따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 “그냥 지켜본다”

지금 시리아 내전 상황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지난날 시리아와 거듭된 전쟁(1948년 1차 중동전쟁,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등)을 벌였고 그 뒤로도 걸핏하면 시리아를 공습해왔기에, 자국의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시리아 사태를 바라보기 마련이다.

보수 강경-종교 연립여당을 이끌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불간섭이다. 네타냐후는 시리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이해가 위협받지 않는 이상,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독재자 아사드 정권 붕괴 뒤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의 강성 이슬람 정권이 다마스쿠스에 들어서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아사드 정권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냈던 단 할루츠 장군(예비역)의 말을 들어보자. 이스라엘 영자신문 <예루살렘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강성 이슬람세력이 다마스쿠스를 지배하는 것이 독재자 아사드보다 훨씬 큰 문제”라고 밝혔다.

“시리아의 독재체제가 날마다 시민들을 죽이고 있지만, 우리 이스라엘은 시리아 반정부세력이 주로 알카에다와 같은 아주 극단적인 무슬림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스라엘에 무엇이 좋은가?라는 것이다. ‘지금의 나쁜 체제’가 ‘더 나쁜 체제’로 대체되면 지역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고 따라서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지 못한다”

성향 각기 다른 시리아 반군들

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 지난 3년 가까이 투쟁해온 반정부세력은 ▲해외 망명/탈영 반정부인사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고 거리에서 투쟁해온 청년층과 중산층 민주시민 ▲무슬림형제단 ▲급진적 좌파세력으로 이루어졌다. 대외적 성향으로 나누면 크게 두 갈래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받는 조직들과 그렇지 않은 조직들이다.

앞에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냈던 단 할루츠 장군이 지적한 것처럼, 시리아 반군의 주요세력에는 서구사회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또는 ‘과격 이슬람세력’이라 일컫는 무자헤딘(Mujahideen, 이슬람전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지지를 받는 자유시리아군(FSA)에 비해 무장력에서나 전투력에서 앞서는 이들은 또한 두 갈래로 갈린다. ▲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의 은밀한 지원을 받는 ‘이슬람전선’(7개 반군단체의 연합체로 병력규모 4만5000명), ▲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알누스라 전선’(Al-Nusra Front, ANF)이다.

‘알누스라 전선’은 시리아 반군 조직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성공적인 무장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병력은 약 6000~1만 명 규모이지만, 2013년 초에 견주면 1년 사이에 몸집을 크게 불렸고 시리아정부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장세력이다. ANF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골라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뒤 알카에다를 이끌어온 아이만 알-자와히리(이집트 의사 출신)에게 충성을 다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ANF를 ‘테러단체’로 낙인찍고 있다.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도 입만 열었다 하면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시리아내전에 적극 개입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아사드 체제 붕괴 뒤의 상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반미 이슬람세력이 시리아를 장악하는 구도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독재자 아사드가 낫다는 판단이다(계속)

이글은 5.18 재단에서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 저널로 1년에 2회 발간하는 <아시아저널> 8호(2014년 봄호)에 실은 필자의 글 ‘시리아내전, 왜 이리 오래 끌까: 강대국의 이해타산과 주변국의 대리전이 빚어낸 참극’을 다시 정리한 것으로, 2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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