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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진보 지식인들은 침묵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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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진보 지식인들은 침묵해도 되나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번에도 회기를 넘겼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안겨준 희망과 실망

여야의 충분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북한인권법 제정은 지난 2월 임시국회 회기를 넘겼다. 여야 모두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자신의 당리당략에 이용하고 있으니 여야가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월 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의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자진해서 대국민 앞에 공언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제정과 관련해서 소극적이었던 민주당 대표의 대국민 약속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했다. 민주당은 2월의 간첩사건 관련 공문서 위조문제,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이 돌출하는 바람에 경황이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가 북한인권법에 대한 초보적인 협의도 못하고 폐회되었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2월 발표한 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COI)의 결과보고서를 가지고 다음 주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에 반인도적 범죄 관련 책임을 물어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진보 지식인들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해도 되는가?

최근 필자는 진보성향의 기독교단체가 주최하는 북한인권법 관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평소 자신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필자가 그 날 그 자리에서는 이념적으로 완전히 포위된 느낌이었다.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실질적·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우리 종교계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이전 종교계의 활동과 역할이 동서독 통일을 이루어내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통일을 이루어내는 과정에서도 우리 종교계는 앞으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필자는 북한인권법에 다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꼭 담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만큼은 분명해졌다. 더 이상 북한인권법 제정을 두고 여야, 보수와 진보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수단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혀야 한다. 북한주민의 생존권 위협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북한인권 상황 개선이라고 보는 입장(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 확대 주장)과 생존권의 위협도 문제지만 이보다 앞서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명권, 자유권의 침해가 우선이라는 입장(북한정권의 교체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한 일련의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방식은 다르지만 양측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담은 법안의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양측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남한에도 인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허다한데 과연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 그리고 북한당국의 반발을 촉발하는 북한인권법 제정이 과연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느냐, 그런데 굳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까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상정되어 있는 새누리당의 법안, 민주당의 법안이 단독적으로 제정된다면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법안은 북한당국의 인권개선을 위한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자각과 자신의 권리에 대한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전자가 후자보다 더 걸릴 것이다.

통일과 북한인권 문제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해석상 북한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간주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가 전제된 통일을 말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헌법조항을 들어 북한인권법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필자의 주장을 ‘흡수통일’ 발상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었다. 그러면 ‘전한반도 공산화’를 당규약에 명시한 북한도 ‘흡수통일’을 꿈꾸고 있다고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통일’ 성취를 목표로, 북한 인권 문제는 논의되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강경한 어조에 굳이 동승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맞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이를 보장할 국가적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기초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헌법 정신을 따르고 보편적 가치인 북한 동포들의 인권개선은 우리의 도리인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위험을 무릅써 가면서 국내 인권문제에 대해 할 말을 다했던 분들, 용기 있게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우리 인권상황을 이 정도까지 끌어 올리신 분들이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그분들은 생명권, 자유권 침해가 우선이라는 여당의 인권 법안이 단독 제정될 것을 우려했고, 야당의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소극적인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 같은 우려를 아예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로 표현할 뿐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이만큼이라도 개선시켜 오는 동안 우리 사회의 진보성향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북한 인권문제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무슨 파라독스(Paradox)인가? 지난번 토론회를 예로 든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정치권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논의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먼저 나서자

우리나라는 이제 남의 나라 국민들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인권이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많이 신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권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 인권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를 같이 묶어서 풀어나가자는 것도 이해가 된다. 서보혁 교수가 최근 제안한 ‘코리아 인권’개념은 그런 점에서 앞으로 토론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북한인권법은 제정도 하기 전, 논의보다 우려가 더 많다. 북한 인권문제는 아예 남북관계보다 후순위로 놓아야 한다는 주장, 북한인권법까지 제정하면서 북한에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반발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등 논의는 물론 만들어 보지도 않고, 시행해 보지도 않고서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리고 인권법 제정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명색이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이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대선공약을 안 지키고 정책실수가 잦은 현 정권을 심판하자는 대국민 호소가 먹혀들어가도록 하고 싶으면, 민주당은 우선 자신들의 약속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4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자체적으로도 진지한 연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보 지식인들도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남북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얘기는 그만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해치지 않고 북한 인권개선을 유도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유럽이 동유럽과 소련의 체제변화와 인권개선을 이끌어 낸 성공사례가 있지 않은가?

정치적 압박이나 국제적 제재 같은 방식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유도할 수는 없다. 곧 나올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어도 북한당국은 ‘무시’하거나 강력 ‘반발’할 것이다. “우리는 인권문제가 없는데 웬 간섭이냐”고.

북한 인권 문제는 그 해결과정을 일단 두 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생존권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쓰면서, 점차 정치적 권리도 보장되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정책을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법 법조문을 규정해야 한다. 일단 국제인권규약 A규약(경제적 권리)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B규약(정치적 권리)도 이행될 수 있도록 순서를 잡아나가자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안의 핵심 전략을 먼저 쓰고, 이어서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의 핵심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식으로 접근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법안 중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주민의 생존권·생명권에 대한 책임은 도덕적 의무를 넘어서는 우리의 임무이다. 동포애에 기초해서, 남북 공동번영을 위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북한인권법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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