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제철, 삼성전자서비스, 철도공사, 인천공항, 서울대병원, 티브로드 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중간착취'와 '노동3권 무력화'를 동반하는 간접고용이 시간이 갈수록 줄기는커녕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양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그간은 '불법'이었던 사내하도급마저도 '합법화'할 수 있는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이 포함돼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노동계는 '폐지'를 요구해 온 파견법 또한 '차별 시정'을 항목을 강화하는 정도로 개정 추진한다고 계획에 담겼다. "정부가 '파견'이라는 예외적인 고용 형태를 일반화하려는 의지가 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1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에서 열린 '파견노예제 폐지!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간담회에서 10여 개 주요 간접고용 사업장 노동자들은 △정부의 관련법 개악 추진 시도 저지 △나쁜 일자리 추방 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각 사업장에서 발생한 해고‧근로조건 개악‧노동권 침해‧안전 및 사망 사고 사례 등도 총 망라돼 소개됐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의 김혜진 씨는 간접고용 관련 법안은 1998년 파견법 시행 이후 꾸준히 개악돼 왔다고 설명했다. 첫 시행 때만 해도 26개 업종에 한해서만 파견을 허용했던 파견법은 2006년 32개 업종으로 허용 대상을 늘렸다. 동시에 2년 이상 파견 노동자에 대해선 직접 고용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직접 고용으로 '의무' 전환해야 한다고 바꾸었다.
이처럼 파견법을 통해 파견 허용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도 부족해, 사내 하청을 아예 '합법화'하는 '사내하도급 법안' 제정도 시도되고 있다. 일각에선 사내하청을 대거 사용하는 현대 그룹의 정몽구 회장을 위한 법이라며 '정몽구 보호법'이라고도 부른다.
김 씨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박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시한까지 정해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사내하도급법이 제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점규 비없세 집행위원은 "현대차에 이어 삼성에서도 '위장 도급' 문제가 불거지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외려 하도급을 합법화해 문제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나쁜 일자리 추방 운동의 하나로 '2014년 주요 재벌 일자리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3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공시되는 각 재벌 기업의 사업 보고서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워크넷을 통해 곧 확인 가능한 고용 공시를 종합해 제작할 예정이다. 매출액과 순이익, 정규직 직원과 간접 고용 노동자 증감 현황 등을 두루 살펴 발간한다.
다만 고용공시 제도의 한계가 작지 않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의무' 고용 공시의 기준은 300인 이상 기업이다. 정규직이 100명이고 비정규직이지 10000명이라면 고용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공개 시점도 당초 상반기 중으로 기대됐으나 7월 1일로 미뤄졌다. 박 집행위원은 "지방 선거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0여 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탈법‧불법‧노동권 침해 행위 등도 소개됐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서는 "철도공사가 지급한 위탁 인건비를 온전히 승무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아" 중간착취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85% 이상이 하청 노동자로 채워진 인천공항에서는 "1년을 들여 교섭권과 파업권을 합법 절차에 따라 획득해도, 용역업체가 교체되면 동시에 파업권도 상실돼 상시적인 노동 3권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돼 현대 글로비스가 철수한 후 하청 노동자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들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원청'이란 점을 강조했다.
최근 하청업체 연쇄 폐업으로 50명가량이 일터를 잃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추가 폐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합법 절차를 거쳐 파업하더라도 원청에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으니 파업권은 무용지물"이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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