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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소노동자들의 유쾌한 파업, 한국도…

[현장+분석] SOAS 대학 청소 노동자들, '직접 고용' 내걸고 파업

대학 내 하청 업체 소속 청소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파업은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 런던의 소아스(SOAS)대학에서도 지난 4일과 5일,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요구안도 한국 청소 노동자들과 똑 닮았다. “원청인 대학이 직접 고용하라.” 영국 워릭대학에서 최근 박사 과정(고용 관계 및 조직 행동)을 마친 이정희 전 <매일노동뉴스> 기자가 지난 5일 소아스대 파업 현장을 찾았다. 이 전 기자가 쓴 글을 총 두 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러셀 스퀘어 역에 내려 런던대 소아스(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SOAS), University in London)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흥겨운 라틴 음악을 따라갔더니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파업 노동자들은 쉬지도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또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온종일 그랬다. 한국에서 익숙해진 파업의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저항의 축제’ 같았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소아스대에서 13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페드로는 필자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자 춤을 춰도 되겠느냐고 한다. 내미는 손을 어찌할 줄 몰라 얼굴이 빨개진 사이 마침 지나가던 한 노동자를 부르더니 익숙한 듯 함께 춤을 춘다.
소아스대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 유니손 소아스 지부(UNISON SOAS branch) 샌디 니콜 지부장은 “소아스 청소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등 남미에서 온 이민자들인 만큼, 이들 커뮤니티에서 보내준 연대와 지지가 큰 몫을 한다”고 말한다. 파업 첫날 집회에는 이들 나라 출신 이민자들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과 펍(술집)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들이 와서 ‘노래’로 연대를 했고, 과거에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부대사가 와서 지지 연설을 하는 등 지역 공동체의 힘도 대단하다고 한다. 외치는 대부분의 구호는 ‘영어’였지만 스페인어도 적잖게 사용되었고, 일부 홍보물은 한 면이 영어, 다른 한 면은 스페인어로 돼 있기도 했다.

▲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페드로는 피켓 라인에 서서 필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자 이내 가서 동료와 함께 춤을 춘다. ⓒ이정희

"둘러보라, 청소 노동자 없이 학교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 학교 곳곳은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화장실 세면대에는 노동자들이 놓고 간 홍보물도 있다. 홍보물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둘러보세요. 청소 노동자 없이 소아스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오늘은 파업 마지막 날입니다. 일자리에서 동등한 대우와 존엄을 요구하는 파업을 지지해 주세요. 청소 업무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업무입니다. 소아스대가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동체를 지켜야 합니다.”
골드만 삭스가 주식의 다수를 보유한 덴마크 회사 ISS에 고용돼 소아스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68명. ‘모두’ 지부 조합원이다. 이들은 병가 수당, 휴가, 연금 등의 노동 조건을 소아스대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에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SS 소속 노동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대개 풀타임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병가 수당을 받기 위한 기준 임금(주당 107파운드, 약 19만 원)을 ISS로부터 받지 못해 아예 병가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설사 지급 대상이 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최대치는 주당 85.85파운드(약 15만4200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병가가 확정된 사흘 뒤부터 받을 수 있다. 소아스대 노동자들이 병가 첫날부터 일수로 계산된 임금을 전액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소아스대 직접 고용 노동자들이 연차휴가 30일, 뱅크홀리데이 8일에 더해 추가로 크리스마스, 이스터 등을 유급 휴가로 즐길 동안 청소 노동자들은 모든 날을 합해도 1년에 28일이 전부다.

청소 노동자들은 소아스대가 운영하는 별도의 확정 급여형 연금이 자신들의 연금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 연금 제도에 가입할 수도 없다. 직접 고용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ISS 측과 몇 차례나 교섭을 하고 미팅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파업 찬반 투표를 했다. 찬성률은 100%였다.

▲ 화장실 세면대에는 노동자들이 놓고 간 홍보물. '둘러보라. 청소 노동자 없이 학교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이정희

3개월 '끙끙' 댄 문제가 노조가 나서자 사흘 만에!
청소 노동자들이 노조를 찾아간 것은 지난 2006년의 일이다. 이들은 ISS로 업체가 변경된 2007년 이전까지 오션(Ocean, 노동자들은 오시앙이라고 불렀다.)이라는 업체 소속으로 청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업체가 3개월 동안이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몇몇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그러던 중 몇몇은 동료 스탈린을 만났다. 스탈린은 업체 소속으로 청소 노동자로 일하다가 소아스대학 채용 공고에 응해 우편물 담당 부서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그는 유니손 소아스지부 의장(branch chair)이기도 했다. 당장 노조가 나섰다. 대학 경영진을 찾아 항의를 하면서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학교와 업체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끙끙댔던 일이 노조가 나서니 사흘 만에 해결됐다. 이 과정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런던 생활 임금이란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밀린 임금 3개월 치를 받아내겠다”는 요구가 ‘런던 생활 임금 쟁취’로 확장되었다.
단체 교섭 통해 '생활 임금' 쟁취…임금 25% 인상
지난 2006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Cleaners)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이들에 대한 저임금 때문이었다. 이슈는 빠르게 커졌다. 매니저들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비인격적인 대우 등으로 확산했다. 체불 임금 사건 이후 요구안은 좀 더 선명해졌다. 노동조합을 (단체 교섭 당사자로) 인정할 것, 런던 생활 임금을 지급할 것, 대학이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

2007년부터 캠페인의 요구안은 이 3가지로 대표되었다. 지부를 중심으로 청소 노동자, 직접 고용된 소아스대 행정 인력들과 교수들, 학생들도 적극 나섰다. 덕분에 이듬해인 2008년에 ‘직접 고용’ 요구를 제외한 2가지를 관철했다.

첫째, 노조 인정이다. 영국에서는 노조(주로는 노조의 사업장 단위 지부)가 결성된 뒤 사용자로부터 교섭 당사자로 인정(recognition)을 받아야 비로소 단체 교섭권을 갖게 된다. (아래 첫 번째 박스 기사 참조) 청소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ISS로부터 유니손 소아스 지부를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 조건 등에 관한) 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둘째, 런던 생활 임금(London Living Wage)을 청소 노동자들에게 적용키로 했다. 생활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기본적인, 그러나 수용 가능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말한다 (아래 두 번째 박스 기사 참조). 샌디 니콜 지부장은 “거의 최저 임금 수준이었던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은 런던 생활 임금이 적용되면서 25%가량 인상됐다”고 말했다.

▲ (왼쪽)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 학교 곳곳은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유니손 소아스지부 ▲ (오른쪽)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청소 서비스 제공 일람표. 필자가 소아스대를 찾은 것은 수요일(3월 5일)이었는데, 파업 때문에 월요일 오후 5시 이후 화장실 청소는 더 이상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정희
이상한 소집 명령, 추방, 눈물의 ‘루카스홀’
노조 인정과 런던 생활 임금 자체만으로도 캠페인 성과는 컸다. 하지만 승리의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소 노동자들에게 2008년 7월의 그 날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고용’ 없이는 차별과 부당 대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더욱 분명히 확인시켜 준 ‘희망’적인 날이 되기도 했다. 지부 노조 대표 중 한 명이자 자신도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레닌은 그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업체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미팅을 소집했다. 아침 7시까지 다 모여야 한다고 했다. 문이 닫혔고, 누구도 여기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웅성거리는 사이, 이민국 직원들이 들어왔다. 완전히 무장한 직원들이었다. 행진이라도 하듯 우리에게 진격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를 하나하나 살피고 다녔다. 등록되지 않은 이주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업체는 (이민국 관련 건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대학 당국도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누구도 믿기 어려운 얘기들을 그들은 했고, 동료 9명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바로 추방당했다. 우리 눈앞에서.”
노동자들은 ‘그 날’ 이후부터 이른바 ‘미팅’이 이뤄졌던 그 강의실을 ‘루카스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소아스대에 기부자 등의 이름을 붙인 강의실들이 있다는 데 착안, 노동자들은 강제 추방된 이후 출산 자신들의 동료의 아이 이름을 그 강의실에 붙였다. 대학은 모르는(혹은 인정하지 않는) 루카스홀이 소아스대에 있는 이유다. 루카스홀에서의 경험은 청소 노동자들에게 체인처럼 얽힌 자신들의 고용 관계의 정점에는 학교 당국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였다.

지난 4~5일 진행된 파업에서 노조 지부가 내건 요구는 “병가 수당, 휴가, 연금 등에서 소아스대학 노동자들이 받는 것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라”였다. 단지 병가 수당 등의 수준을 상향 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들 요구 조건은 ‘직접 고용’을 통해서만 관철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부 홍보물에는 “직접 고용 요구의 핵심은, 우리를 대학의 다른 노동자들보다 덜 중요한 존재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 플래카드. ⓒ이정희
연대의 힘… “스페인어 가르치며 요구안도 설명하고”
‘그 날’ 사건 이후 청소 노동자들은 물론 소아스대 공동체가 크게 술렁였다. 소아스대는 그 누리집에서부터 '평등;과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건 학교가 아니던가. 학생들은 학교를 일주일 동안 점거했고, 대학 고위 관리직이 회의를 하고 있는 장소에 진입했다. 추방 사건에 항의하고,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착취하는 행위가 대학에도 만연해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지부는 학생들과 함께 파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파티도 조직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3개월 체불 임금을 사흘 만에 받아내는’ 노조의 힘을 확인한 데 이어 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공동체의 힘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는 일도, 처한 상황도 달랐지만 모두가 소아스대 공동체를 형성하는 하나하나의 주체였기 때문이다.

지부는 특히 학생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려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안 중 하나가 언어 교환 프로그램이었다. 대부분 라틴아메리카 출신인 청소 노동자들은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학생들로부터 영어를 좀 더 배우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왜 캠페인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얘기할 기회를 얻었다.

레닌은 “우리에게 적용되는 병가 수당이나 연금 액수를 말하면 너무 낮다며 놀라지만 그게 왜 ‘직접 고용’과 직결되는 요구인지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더라”며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얘기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손 지역 조직활동가인 루스 레빈은 “우리 캠페인의 핵심은 ISS 같은 업체가 고용 관계에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사업장 내 이중 노동시장 구조(한국에서는 이를 불법 파견 또는 위장 도급으로도 설명한다-편집자)를 없애기 위한 것(against the two-tier workforce)임을 알려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대의 힘은 지난해 말 진행된 소아스대 공동체 투표에서도 확인되었다. 학생과 교직원, 노조 조합원 등 총 1300명이 참가한 투표는 “청소 업무를 다시 대학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찬성률이 98%에 달했다. 샌디 니콜 지부장은 “지부 조합원이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200여 명인데 1300명이나 투표에 참가했다는 것도 놀랍고, 그 가운데 오직 30명 만이 반대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학 교수들은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4일과 5일, 파업에 대한 연대의 뜻으로 수업을 취소했다.
파업 집회를 마치고 피켓 라인 주변을 정리하는 레닌에게 물었다. 이제 파업이 끝났으니 다시 본연의 업무(청소)로 돌아간 것이냐고. 너스레를 떨던 레닌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한국의 청소 노동자들, 고용 형태는 물론 노동 조건, 파업 요구안까지 놀랍게도 닮은 한국의 ‘동지’들에게 꼭 전해달라며 몇 마디 붙인다.

“물리적으로는 (한국과) 멀리 있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마음은 단단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원청의 직접 고용 요구를 내건)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평등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연대의 뜻을 담아 한국에서 건너온 붉은 머리띠의 글귀처럼 단결(unite)하고 투쟁(fight)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우리 모두가 기원합니다. 승리하리라! (We all send our best wishes for your fight. Venceremos!!)”
보수-자민당 연정 출범 후…'교섭권 취소 신청'하는 사용자마저 등장
[설명] 노조 결성 뒤 단체 교섭권 인정 절차 거쳐야
영국에서 노조가 단체 교섭권을 인정받는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자율 협약. 대개의 경우 이 노사간 자율적인 협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둘째는 사용자의 노조 인정을 강제 받는 경우이다. 2000년 이후, 노조가 독립 기구인 중앙중재위원회(Central Arbitration Committee: CAC)에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도입됐다.

만약 노조가 어느 정도 규모의 조합원이 있고, 노조 인정을 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어떤 경우는 투표를 통해서) 증명하면, CAC는 노조 인정이 이뤄졌다는 것을 발표한다. 투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섭 단위 내 최소 10% 이상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며, 투표 결과 교섭 단위 내 전체 노동자의 과반이 참여해 40% 이상의 지지를 얻어내면 단체 교섭의 파트너로 인정 받는다.

셋째로 준 자발적 인정 제도도 있다. 이는 CAC를 통한 인정 절차가 개시된 이후부터 최종 인정 결정이 내려지기 전, 혹은 CAC가 투표를 명령하기 전에 사용자가 노조 인정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여된 노조 교섭권 인정은 취소될 수도 있다. 자율 협약의 경우, 사용자는 해당 인정 협약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인정을 취소할 수 있다. 준 자발적 협약은 최초 3년 동안은 효력을 인정받는데, 그 이후에는 사용자에 의해 종료될 수 있다. CAC에 의해 교섭권 인정이 강제된 경우, 사용자는 반드시 법적인 인정 취소 절차, 즉 CAC에 신청서 제출 및 노동자들의 투표 등을 이행해야 한다. 교섭 단위에 속한 노동자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CAC가 강제한 인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
최근 조직률 및 단체 협약 적용률 하락 등으로 대변되는 노조 영향력 축소 문제와 더불어 사용자에 의한 교섭권 인정 취소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노조 인정 취소(derecognition)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보수-자민당 연립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2011년에 몇 개의 사례가 발생하였다. 때문에 사용자들이 ‘인정 취소’를 무기로 임금 삭감이나 노동 조건 악화를 강제하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생활 임금' 주목‥하청 노동자도?

[설명] 영국 런던 생활 임금

소아스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둘째 날인 지난 5일, 버밍험대학도 노조들(유나이트 및 유니손)과의 오랜 임금협상 끝에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올해 8월 1일부터 생활 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소아스나 버밍험대학처럼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을 적용하는 곳은 더디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영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01년 생활 임금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2012년에 140곳이었던 생활 임금 적용 기업은 지난해 말 현재 277곳으로 늘었다.
생활 임금은 액수로만 보면 최저 임금보다 약간 높다. 생활 임금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지 액수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생활 임금은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기본적인, 그러나 수용 가능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말한다. 최저 임금은 실질 생활비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영국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가 내놓은 최저 임금 산정 기준은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시장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를 생활 임금 산정 기준과 견줘보면 둘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생활 임금은 런던과 그 외 지역으로 나뉜다. 런던 지역 생활 임금은 시간당 8.80파운드(약 1만5584원)이고, 런던 외 지역은 7.65파운드(약 1만3550원)이다. 이는 올 10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6.31파운드(약 1만1174원)보다 적게는 1.34 많게는 2.49파운드 많은 금액이다. 산정 기관과 방식도 다르다. 런던 생활 임금은 런던시가, 그 외 지역은 러프버러대학 사회정책 연구센터에서 결정한다.
우선 런던 지역을 보자. 생활 임금은 2가지 단계를 거쳐 산정된다. 첫째 기본 생활 비용(Basic Living Costs) 조사이다. 가구당 최소의, 그러나 용납 가능한 수준의 비용을 측정하고, 이에 부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소득 분배(income distribution) 방식인데 임금의 중간값(median)의 60%를 측정하는 것이다.

3월 현재 적용되고 있는 2012~13년 생활 임금을 예로 들면, 기본 생활 비용 방식으로 시간당 7.10 파운드, 소득 분배 방식으로 7.80파운드가 각각 계산되었다. 이 둘의 평균 7.45 파운드가 빈곤선 임금(poverty threshold wage)이 된다. 생활 임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5%를 추가한다. 그래서 나온 값인 시간당 8.55 파운드가 런던 생활 임금이다.
둘째, 런던 이외 지역은 러프버러대학의 최저소득기준(minimum income standard)에 따라 계산되는데, 노동자가 가난의 효과(건강 악화, 자녀 발달 수준 저하, 사회적 배제 등)를 피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이는 2명의 자녀가 있는 커플이 둘 다 주당 37.5시간의 노동을 하고 자산 조사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복지 수당을 받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예산이다. 이 가족은 임대 주택에 살고 있으면서 차가 없고 연금 기여분을 납부하거나 채무 상환을 위해 돈을 쓴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이 7.45 파운드이다.

전국

최저임금(1)

런던

생활임금(2)

런던 외

생활임금

차이 (2)-(1)

2003~4

4.50

6.40

1.90

2004~5

4.85

6.50

1.65

2005~6

5.05

6.70

1.65

2006~7

5.35

7.05

1.70

2007~8

5.52

7.20

1.68

2008~9

5.73

7.45

6.88

1.72

2009~10

5.80

7.60

1.80

2010~11

5.93

7.85

1.92

2011~12

6.08

8.30

7.20

2.22

2012~13

6.19

8.55

7.45

2.36

2013~14

6.31

8.80

7.65

2.49

▲ 최저임금은 시작연도 10월부터 적용됨. 예를 들어 2013~14년 최저임금 6.31파운드는2013년 10월-2014년 9월까지 적용되는 금액임.
생활 임금(Living wage) 이슈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영국 정부 재정 지출 감축에서 비롯된 각종 사회적 임금 삭감, 일자리 감축 등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와 맞물려 최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노동당 당수인 에드 밀리반트는 2015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다수의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을 넘어서 ‘생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다수의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생활 임금에 대한 관심과 도입을 선언한 기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이로 인해 임금이 인상된 노동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소매점, 외식 산업, 여행 관련 부문 등에서 생활 임금 지급을 인정한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KPMG는 현재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20%, 약 500만 명이 생활 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생활 임금이 아웃소싱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까지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소아스대학의 사례처럼 아웃소싱된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생활 임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직접 고용 노동자에게 적용 대상을 한정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는 런던 퀸메리대학의 생활 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것이다. 이 연구는 아웃소싱됐던 청소 노동자들을 대학이 직접 고용하면서 이들에게 생활 임금을 적용한 사례를 다뤘다. 연구를 담당한 제인 윌스 교수는 “거의 비용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음에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 개선은 물론 서비스의 질이 무척 향상된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 이 생활 임금 관련 기사는 필자가 <국제노동브리프> 2012년 12월호(한국노동연구원 발간)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해당 연구 자료 보기)

* 14일에는 '1사 1노조'를 지향하는 유니슨 소아 지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부 대표 레닌 인터뷰 기사가 발행됩니다.

* 본 기사는 <매일노동뉴스>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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