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위' 함익병 씨(피부과 전문의) 발언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독재 옹호 태도와 남녀 차별 발언, 자식 투표권 침해 등에 대한 편협한 인식이 화를 불렀다.
11일 현재 함 씨가 운영하는 병원(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접속 불가 상태이며, 그가 출연한 SBS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은 '하차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함 씨는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독재가 왜 잘못됐나?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라면서 중우정치(衆愚政治)를 비판한 플라톤을 예로 들었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부각한 것이다. 함 씨는 또 아테네 민주정에서 20년을 통치한 페리클레스를 언급하며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이사르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한 후 로마는 더욱 발전했다"며 군사 독재로 종신 독재관의 지위를 누리다 원로원 회의장에서 칼에 찔려 죽은 카이사르를 근거로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함 씨는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라며 "(우리 사회에)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 씨의 독재 옹호 발언에 비춰볼 때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박정희 전 대통령 17년 간(1963년~1979년)의 통치를 지렛대 삼아 발전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함 씨는 국민의 4대 의무(납세 국방 교육 선거)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투표권이 없다"며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자는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투표 시) 예외로 할 수 있다"며 "계산을 철저히 하자"고 말했다.
국민의 의무를 지극히 남성 우월주의적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우선 순위에 둬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했다. 함 씨는 "세금 내기 전에 투표권을 가지면 안 된다"며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함 씨는 납세 의무를 행하지 않은 아들(미국 유학생)의 투표권마저 강제로 빼앗았다. 함 씨는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아들에게 "이번 대선은 내 뜻을 따르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독재 찬양, 남녀차별 못지않게 섬뜩한 학대심리가 충격적"이라며 "근본 원인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함 씨의 발언에 그를 '국민 사위'로 만든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백년손님>도 타격을 입었다. "방송 부적격자를 퇴출시켜라"와 "소신 발언을 갖고 방송 하차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 등이 충돌하며 항의성 비난 글이 이어지자 SBS는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조선>의 '셀프 어뷰징'... '함익병' 장사?
함 씨의 발언이 실린 <월간조선>은 <조선일보>의 자매지로, 보수 언론의 의도가 다분히 실린 인터뷰다.
정치인이 꿈이었으나, 안정적인 길을 가길 바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된 사회적으로 성공한 저명인사. 거기에 80세 장모와 허물없이 지내는 평범한 중년. 상대적으로 진보적 위치에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의식해 그의 말이 갖는 파급력을 역 이용한 셈이다.
<조선>은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함 씨의 인터뷰가 공개된 10일, 안 의원에 대한 발언만을 기사화하며 어뷰징했다. 일종의 '셀프 어뷰징'이다. 목적은 오직 페이지뷰, 언론의 정화 기능 없이 '함익병' 장사에만 매진했다.
함 씨는 안 의원을 "과대망상 거짓말쟁이"라고 폄하하며 "한국처럼 단일화니, <힐링캠프>에 출연하니 하면서 단숨에 대통령 후보가 되는 구조 아니냐"라고 비꼬았다. 이에 <조선>은 △ '국민사위' 함익병 "안철수, 과대망상이거나 거짓말쟁이"' △ '피부과의사 함익병, 안철수에게 "과대망상+거짓말쟁이" 독설로 화제 "왜?" 같은 제목으로 '자기 복제형' 기사를 대량 생산했다.
11일 현재 <조선> 기사 검색에서 '함익병'을 조회한 결과,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 등을 통해 보도된 관련 기사는 모두 47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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