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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빅3'…'한랭전선'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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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빅3'…'한랭전선' 두드러져

박근혜-이명박, 악수도 없이 헤어져

개헌방식 및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나라당 대선주자 5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달 당 지도부와의 조찬 간담회 이후 약 2주 만이며 국회 내에서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회 주최로 9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필승대회는 '화합'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이른바 '빅3'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서로 외면한 채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특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악수도 나누지 않고 자리를 뜨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朴 '실적'…李 '화합'…孫 '대세론 비판'

빅3의 메시지 속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후보를 초청한 것은 뭔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국민과 당원의 걱정 때문에 한 마디 하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잘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후보들 모두 그런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열 가능성을 일축했다.
▲ 한 자리에 모인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 이명박 전 시장, 손학규 전 지사, 박근혜 전 대표. (왼쪽부터 차례로) ⓒ프레시안

특히 이 전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후보검증' 논란을 의식한 듯 "무엇보다 당이 화합해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면서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고 정권교체를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과거 두 번의 실패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으면 된다"면서 "패배의식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천막당사 시절의 과거를 언급하며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면서 "지난 총선과 보궐선거, 작년 지방선거의 대승까지 다시 태어난 한나라당은 승리의 역사를 써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대표 재임시절 한나라당이 '탄핵역풍'의 여진에서 벗어나 40%를 넘는 지지율을 얻었던 '성과'를 강조한 것이지만, 당이 어려울 때 이 전 시장은 무엇을 했느냐는 반문이 녹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우리 앞에는 마지막 승부가 남아 있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결의를 보였다.

손학규 전 지사는 "당이 깨지지 않을까, (대선주자 중) 몇 사람이 뛰쳐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그러나 정말 위기의 본질은 우리가 다 이겼다고 하는 그런 안일한 자세에 있다"고 '이명박 대세론'을 공격했다.

손 전 지사는 "이 세만 몰고 가면 승리는 우리 것이라는 자신은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쉬운 오도된 자신감"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두 주자의 보수적 입장을 겨냥한 것.

그는 "끊없이 자기혁신을 하지 않는 보수주의는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과거의 사고방식에 젖어 권위주의, 개발시대, 냉전의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호락호락하게 한나라당에 나라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흡집내기 경쟁 말라"…고진화 "평화의 시대 주도해야"

이 외에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당의 개혁을 강조해 온 대선주자들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원 의원은 "서로 흠집내기 경쟁이 아닌 발전적 경쟁을 통해 한나라당이 가장 강하고 튼튼하고 검증된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하자"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거듭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진영을 함께 비판했다.

그는 "경선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빨리 끝내고 국민들이 더 지루해 하기 전에 국민의 밥상을 어떻게 풍부하게 만들고 질을 높일지에 대한 정책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화 의원도 "특정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신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냐"면서 "문호를 활짝 열어 모든 당원과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지지자 전원이 우리 손으로 대통령 후보를 뽑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그는 "한나라당이 평화의 문제에 뒤쳐져선 안 된다"면서 "네오콘의 시대는 갔다. 거대한 평화의 물결에 가만히 있다가 얻어맞는 것이 아닌 평화를 주도하는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출해 선진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선다"는 결의문이 채택됐고, 대선주자들은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기도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격려사에서 "분열은 우리의 적이다. 우리끼리는 무슨 이야기든 하자. 그러나 분열의 빌미가 돼선 안 된다"면서 "역사와 국민을 위해 12월19일을 대한민국 국민 승리의 날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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