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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유출한 기름 청소하다…발암 물질 다량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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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유출한 기름 청소하다…발암 물질 다량 노출"

시민단체, 주민 건강조사 결과 발표…"벤젠 검출량 정상 수준 50배"

지난 1월 GS칼텍스 전남 여수산업단지 원유부두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이 지역 대기 중 벤젠 농도가 일반 기준치의 37배를 넘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제 작업에 투입된 어민과 봉사자들이 암과 피부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에 대량 노출됐을 거란 우려가 사실로 재확인된 모양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20여 개 시민·사회·노동 단체로 구성된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 물질 감시 네트워크'는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름 유출 주변 지역의 주민 건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방제 작업 중이던 현장을 방문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공기 중 오염 정도를 파악하고 작업에 투입된 36명의 오줌 속 VOC 농도를 측정했다. 37명을 대상으로는 사고 이후 경험한 피부 이상 등의 증상을 설문 조사했다.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6일 오후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전남 여수시 신덕동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고 피해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사고 발생 닷새 후였음에도 방제 현장에서의 대기 중 벤젠 농도는 21.4~52.2피피비(ppb)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일반 대기에서 벤젠 농도는 1.41ppb 수준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측은 "벤젠은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라 VOC를 측정한 시점에는 벤젠 농도가 현저히 낮아진 상태였을 것"이라며 "사고 당일에는 훨씬 고농도의 벤젠과 기타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소변 검사 결과 피부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크실렌의 뇨중 대사산물 농도가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일반 인구보다 상당히 높게 검출되기도 했다.

김원 연구소 측정팀장은 "지방 조직에 쌓인 크실렌은 다른 유기화합물보다 체내 제거 속도가 느려 사고 발생 5일 후에도 검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크실렌이 일반 인구에 비해 상당히 많이 검출됨으로써, 사고 발생 1~2일 사이에 크실렌은 물론, 톨루엔과 스타이렌, 벤젠 등 다른 유기화합물에 주민들이 집중 노출됐을 거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연령 61세의 3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대부분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다고 호소했다. 또 응답자 35%는 목, 가슴, 눈 주위, 허벅지, 상지 및 하지 등 부위에서 피부 질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피해 지역 주민이 호소한 피부 질환.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준)

연구소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한 이들은 주로 사고 현장에 배를 타고 나가 흡착포로 유분을 제거하거나 스팀을 이용해 갯바위를 청소하는 작업 등을 했다. 하루 평균 일 인당 약 7시간 정도 작업에 참여했으며 사고 발생 직후부터 설문 조사 시점까지 총 39시간 정도 작업에 임했다.

연구소 측은 "재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주민은 복구 당사자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라며 "벤젠 노출을 고려해 방제 작업은 최소 8시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계획되어야 하며, 지역 주민은 사고 발생 직후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에게 화학 물질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벌어진 구미 불산 누출 사고와 삼성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그리고 이번 여수 기름 유출 사고는 피해가 기업 울타리를 넘어 지역 주민에게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런데도 전체 기업체의 86%가 취급 중인 화학 물질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관련 사고를 제대로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사고로 여수 광양항 일대에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 등은 65만5000리터에서 75만4000리터 규모로 추정된다. 경찰은 GS칼텍스 유조선이 속도를 줄이는 지점을 3.2킬로미터 지나쳐 시속 13킬로미터로 부두에 정착하려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GS칼텍스 관계자들의 허위 진술과 서류 조작 등이 드러나 유출량 축소·은폐 논란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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