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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로 나뉜 우크라이나, 냉전으로 회귀하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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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로 나뉜 우크라이나, 냉전으로 회귀하는 신호탄?

[정욱식 칼럼] ‘핵무기 없는 세계’ 공염불로 끝나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이 비전을 밝힌 지도자는 오바마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계’의 절박한 필요성과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주목할 현상이었다. 오바마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 해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받았다.

그렇다면 5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인류 사회는 ‘핵무기 없는 세계’에 얼마나 다가선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긍정적인 움직임을 살펴보면, 양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한 것과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잠정 협정을 체결한 정도를 뽑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흐름이 더 크다. 우선 미·러 양국의 전술 핵무기 감축 협상에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미국은 적극적인 반면에 러시아는 부정적이다. 미국과 나토는 전술 핵무기를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로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반면에, 러시아는 전술핵을 재래식 군사력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과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 체결 움직임도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맞서 핵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나비 효과’

무엇보다도 이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이 크게 강화된 것이 주목된다. 북한은 2009년 상반기 위기 이후 두 차례의 핵실험, 우라늄 농축 시설 본격 가동, 5메가와트 원자로 재가동, 30메가와트 실험용 경수로 건설,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 등 양과 질 두 측면에서 핵전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진행된 반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우크라이나는 현재 서방을 지지하는 서부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동부로 나뉘어져 심각한 갈등을 겪고있다. ⓒAP=연합뉴스

이러한 와중에 터진 ‘우크라이나 위기’는 전 지구적인 핵문제에도 적신호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의 제재 움직임에 맞서 핵감축 협정 이행을 재고하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편승해 미국 내 강경파들은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와 MD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냉전과 탈냉전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핵군비경쟁의 유무에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 전개는 분명 우려할 현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이란 핵 협상에도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 참가해온 핵심국가들은 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독일이고, 러시아는 핵심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라시아 지정학을 흔들면서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협력 기조도 확연히 퇴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어려운 최종적인 이란 핵협정 체결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만약 이란 핵문제 해결이 무산될 경우 미국과 이란 내의 협상파는 엄청난 타격을 받는 반면에, 이스라엘의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냉전 부활’을 기우로 만들려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지구촌에는 ‘냉전’이라는 말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양국 정부는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을 내고 있지만, 지구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큰 틀에서 볼 때, 냉전 질서는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이념 대결, 세력권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핵군비경쟁이라는 세 축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념 대결은 과거보다는 약해졌지만, 최근 들어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회복과 중국의 부상이 미국 단극체제에 도전장을 내면서 세력권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핵문제를 중심으로 냉전사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어떤 체제를 만들 때 큰 힘으로 작용했던 요인은 그 체제의 변화를 도모할 때 다시금 등장하기 마련이다. 핵문제가 그랬다. 2차 세계대전 종결 무렵부터 부상하던 냉전에 대한 우려는 미국이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소련을 겨냥한 핵 무력시위에 나서고 소련도 핵을 손에 넣으면서 현실이 되고 말았었다.

두 나라가 데탕트, 즉 냉전의 변화를 모색하던 시점에 핵군축 협상이 최우선순위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닉슨과 소련의 브레즈네프 사이의 데탕트, 80년대 중후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신 데탕트 및 뒤이은 냉전 종식은 두 나라가 핵군축 협상에 도달했기에 가능했다.

오바마와 푸틴이 정녕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냉전 부활이 아니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오바마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이 자신의 세력권을 계속 넓혀나가고 그 세력권을 MD 등 미국의 안보 우산으로 씌우려는 시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푸틴은 툭하면 핵군축 약속의 철회를 위협하고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동유럽 및 구소련 일부 국가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없으면, 냉전의 유령은 끊임없이 인간의 탐욕을 자양분으로 삼아 지구촌을 배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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