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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율 98.5%?…현대모비스의 뻔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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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율 98.5%?…현대모비스의 뻔한 '거짓말'

[박점규의 동행]<24> 비정규직 규모 공개하기 운동 어때요?

여기 좋은 회사가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자동차 부품 생산 국내 1위, 세계 10위 회사입니다. 2013년 신입 사원 초임 연봉이 5900만 원으로 가장 높아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첨단 과학 기술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어려운 이웃과 동행하고,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주는 회사입니다. 입시 교육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키워주자는 텔레비전 광고를 본 부모들에게 현대모비스는 참 멋진 회사입니다.

“당신의 아이가 넋 놓고 밤하늘만 올려다보고, 구구단보다 공룡 이름을 더 잘 외우고, 발명품이랍시고 이상한 것만 만든다면 국영수에 관심 없다고 혼내는 대신 그 호기심을 키워주세요! 누가 아나요. 당신의 아이가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지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현대모비스”

2012년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임직원은 7085명입니다. 이 중에서 정규직이 6982명, 계약직이 103명입니다. 정규직 비율이 무려 98.5%이고, 비정규직 비율은 1.44%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회사가 있을까요?

비정규직이 1.44%밖에 안 되는 정말 좋은 회사?

그런데 현대모비스에 다니는 이재현(47) 씨는 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자랑스럽지 않을까요? 왜 재현 씨는 우리 회사가 TV 광고에 나오는 회사라고 자랑하고 다니지 못할까요? 도리어 비정규직 이야기만 나오면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 보고서의 직원 현황에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계약을 체결한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만 포함되어 있고, 사내 하청(사내하도급), 파견, 용역 등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전국에 11개 공장이 있습니다. 재현 씨가 일하는 현대모비스 창원공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395명,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50명입니다. 청소, 식당, 경비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충북에 있는 현대모비스 진천공장도 비정규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장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극소수의 관리직만 정규직이고, 생산 공정은 전부 사내 하청 노동자인 ‘비정규직 공장’입니다.

재현 씨는 노조 지회장으로 일하면서 현대모비스의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려고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사내 하청 노동자가 어느 공장에 몇 명이 일하는지 자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공장에 가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모비스가 짓는 공장이 모두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비판이 두려웠는지 회사는 철저히 자료를 숨겼습니다.

생산직

노동자 수

정규직(조합원)

사내하청

생산직 대비 사내 하청 비율

울산공장

1386

215

1171

84.49%

울산수출물류

329

243

86

26.14%

천안IP(천안 차암)

232

60

172

74.14%

천안ABS(천안 차암)

298

30

268

89.93%

포승(경기 평택)

97

9

88

90.72%

이화(경기 화성)

326

16

310

95.09%

아산(충남 아산)

397

19

378

95.21%

서산(충남 서산)

111

7

104

93.69%

광주물류센터(광주 광산)

10

10

0

0.00%

창원(경남 창원)

516

474

42

8.14%

김천(경북 김천)

78

13

65

83.33%

진천(충북 진천)

822

822

0

0.00%

4602

1918

2684

58.32%

▲ 현대모비스 12개 공장(물류센터 포함) 비정규직 고용 현황(2010.2.3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비정규직 현황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2010년도에 조사한 자료밖에 없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개 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생산직 중 58%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울산공장을 비롯해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74%~95%까지 사실상 ‘비정규직 공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는 창원공장도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고 싶겠지만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는 못합니다. 재현 씨는 노조 간부를 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차별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공장으로 떠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게 못내 미안할 따름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짓는 공장은 모두 비정규직 공장

지난 3일 네이버는 전체 직원 1721명 중 정규직 노동자가 1689명으로 98.1%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단 32명뿐이라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1549명 중 98.5%인 1525명이 정규직이고, 관계사인 그린웹,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도 평균 99.3%의 높은 정규직 비율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경남은행이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선언하며, 계약직인 창구 텔러 60명을 9월 1일 자로 정규직 전환했습니다. 또 채용 후 1년간 인턴십 기간과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해 오던 인사 제도를 바꿔 정규직으로 바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와 경남은행이 진짜로 비정규직 없는 회사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사내 하청(사내하도급), 용역, 파견 등 간접 고용 노동자, 텔레마케터와 같은 외부 위탁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재현 씨는 ‘정규직 0명 공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비하면 훨씬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모비스는 98.5%가 정규직인 회사라고?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진짜 비정규직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네이버가 뜬금없이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비정규직 비율을 밝힌 이유는 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고용정책기본법이 개정돼 300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자 고용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 ‘고용 공시제도’가 도입됐습니다.

300인 이상 회사는 오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정규직, 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사내하도급, 파견, 용역 등)로 구분해 신고해야 합니다. 따라서 3월 31일이 되면 현대모비스의 진짜 비정규직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3월 31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매출액과 순이익을 비롯해 기업의 자세한 정보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용 공시제도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과 사내 하도급의 확산에 따른 노동 시장 이중 구조화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의 고용 형태를 공시하여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용 구조를 개선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 고용공세제도 도입

정부는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2004년 9~12월 현대자동차의 1만 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이라는 판정이 나오고, 2007년 6월 1일 법원에서 이를 확정하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은 물론 비제조업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사내 하청 노동자가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뒤늦게 2008년과 2010년 사내 하도급 사용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것도 전체 사업장이 아닌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만 했습니다.

그 결과 300인 이상 기업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2010년 기준 41.2%에 달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의 격차는 점점 더 심각해졌습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라며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공시하는 ‘고용 공시제도’를 공약했고, 올해 3월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 사내하청 노동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 각 회사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확인하는 것처럼, 31일이 되면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정보망(워크넷 www.work.go.kr/gongsi)에 들어가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현황을 알 수 있을까요? 현대모비스의 진짜 비정규직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고용노동부는 ‘고용형태 공시제’라는 매뉴얼을 만들어 기업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➀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➁기간제 근로자 ➂재택·가내 근로자, 일일 근로자 ➃소속 외 근로자(파견, 하도급, 용역 등)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일단 정규직이 300명 이하면 공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1000명이 넘어도 정규직이 290명이라면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고용 형태를 공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규직이 300명 이상 사업장이 공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회사 마음대로입니다.

또 ‘소속 외 근로자’에 사내 하청, 청소, 경비, 식당 노동자는 포함되겠지만 텔레마케터 등 외부 위탁 노동자들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 공시를 하고 있는 공공기관(알리오, www.alio.go.kr)의 자료를 보면 같은 병원이나 공공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민간 위탁 노동자 현황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번 제도로 대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많지만 고용 공시제도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나 기아자동차처럼 노조가 있는 곳은 사내 하청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삼성처럼 노조가 없는 곳은 사내 하청 노동자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늘리지 않고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는 대기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계 많지만 의미 있는 고용 공시제

그런데 이상합니다. 고용노동부는 3월 31일까지 입력된 기업의 고용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4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보완 기간을 둬 정보를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공시를 하지 않거나 잘못 공시된 기업을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그 뒤에도 두 달 동안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7월 1일부터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3개월 동안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실을 통해 이유를 확인한 결과 기업들이 잘 몰라서 정확한 자료를 입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고용정책기본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수정, 보완 기간을 두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3개월 동안 고용 형태 자료를 숨기겠다는 것입니다. 현대모비스의 매출액과 순이익 증감과 정규직 및 사내 하청 노동자의 증감을 비교해 진짜 좋은 기업인지 확인하려면 7월 1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도록 고용정보 공개운동을 하면 어떨까요? 300인 이하 사업장도, 시민 단체도, 언론사도 모두 비정규직 사용 현황을 공개하는 겁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합시다.

<프레시안>이 먼저 고용 현황을 공개하고, <한겨레>나 <경향신문>같은 일간지도 동참하라고 요구하면 어떨까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등 사회단체들도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면 어떨까요?

이재현 씨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키워주고 과학을 돌려주자는 현대모비스가 좋은 회사가 아니라 사내 하청이라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회사라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도록 사회적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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