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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원희룡, 빅토르 안을 보고 배워라"

[이철희의 이쑤시개] 원희룡 새누리당 전 의원

제주지사 후보 출마 압력을 받고 있는 원희룡 새누리당 전 의원이 "당이 누르는 것이라면, 끝까지 버틸 수 있다. 그런데…"라며 이미 추가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주변 동료들과 검토한 결과 80% 이상이 그런(출마)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

▲ 원희룡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원 전 의원은 지난 6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없었던 일로 하는 것과 새로운 일에 발을 내딛는 두 가지 중 하나"라며 "상대가 하는 것 봐서 (선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 최고위원회가 제주지사 경선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출마 여부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 전 의원은 그동안 '객관적인 후보 선출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선당후사' 압박을 견제해왔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제주의 경우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를 모두 앞서고 있는 원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근민 현 지사는 지난 5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원 전 의원을 겨냥해 '전략공천이나 여론조사 경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원희룡, 작전 지시를 어겨라!"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원 전 의원에 대해 "대선 무대를 뛰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한 후 "제주지사 출마를 검토한다는 말에 화가 났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원 전 의원이 제주지사 출마에 마음이 있었더라도 새누리당 소장파(원희룡, 남경필, 정병국)로 '중진 차출론'과 같은 강압적인 방식에 할 말은 했어야 한다는 것.

이 소장은 "외롭지만 조금 더 큰 길을 가면 안 되나", "아닌 길을 가기 시작하면, 정치인이 쪼그라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힘들더라도 고난의 길을 조금 더 가야 한국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원 전 의원을 재차 회유했다. 대권 도전 등을 통해 정치 일선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치인이 독재시대 방식과 같은 차출을 버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제주에서 자신의 정치적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원 전 의원은 차출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선당후사'라는 명분 앞에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17대 국회(2004년~2008년)에서 원 전 의원을 보좌했던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지금이 2010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수락했던 때와 같은 상황이라며 "희생 번트와 본인의 거포 본능의 싸움을 언제 그만둘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 전 의원에게 "빅토르 안(안현수)을 보고 배워라"라고 충고했다. 본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무대에서 과감히 벗어나 '거포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새 무대로 도약을 꿈꾸라는 말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작전 지시를 어겨라"라는 말로 원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가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원 전 의원이 가진 '책임 정치' 의식은 높이 사지만, '책임'을 출마 명분으로 삼는 것은 일종의 핑계라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에서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역할"이 크므로 원 전 의원이 나서 새누리당을 "합리적 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가 모인 큰 정당으로 만들어 달라"며 제주지사가 아닌 더 큰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철희 소장은 마지막으로 "대중이 정치인 '원희룡'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출마 여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라는 불판에 서 있는 '원희룡'은 무엇과 맞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동안 '원희룡'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직 대통령과 맞서고, 다수가 지지하는 여론에 대해서도 맞설 수 있는 강단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철희 : (제주지사 후보로) 간다는 거야, 안 가는 거야?

이종훈 : 제가 본 '원희룡' 스타일은 출마한다. 하라는 대로 한다.

이철희 : 오케이!

(모두 웃음)

원희룡 : 진짜 디스네! '그냥 갑니다'라고 하면 좋은데, 그 앞에 붙은 말 때문에 디스다. 항상 뒤통수는 가까운 데서 맞는다.

(모두 웃음)

이종훈 : 앞에 그런 말을 붙인 이유는 저도 짜증이 좀 나기 때문이다. 옆에서 본 결과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결정적으로 '안 나간다' 쪽에 고민을 많이 한다. (안 나간다는 데) 명분을 찾으며 고민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못 이긴다. 전에 사무총장 때도 그랬다.

김윤철 : 원희룡 전 의원 말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경이 잘 안 만들어졌어도 맡은 바 소임을 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요즘 정치를 바라보는 코드가 '책임'이다. '나한테 좋은 환경이 언제 만들어지느냐'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높이 산다. 책임 정치, 또는 소장파를 넘어서서 한국 정치를 책임지려 하는 소명 의식 등.

이종훈 : 그런 점을 아무도 모른다. 이명박 정권 때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하면서 '친이(親李, 친 이명박계)'는 '친이'가 아니라고 하고, '친박(親朴)'은 '친이'라고 싫어해서 사무총장이 왕따였다. 욕먹어가며 사무총장을 했다. 한때 모셨던 사람으로 안타깝다.
"안철수, 민주당 줘도 못 가진다"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통합 결정에 대해 원 전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를 의식한 '회피성'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안 의원에게는 "지방선거 최악의 결과를 못 견뎌서 (민주당에) 갔다면, 민주당을 줘도 못 가진다"라고 혹평했다.

안 의원이 "'새 정치' 깃발을 그냥 놔두고, 당 혁신도 안 하고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도 안 하고 (친노·비노라는) 계파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민주당에 가 버렸다"고 보는 것이다. 원 전 의원은 "'새 정치'라는 깃발을 이렇게 허무하게 한바탕 드라마로 끝내는가"라며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은 지난 7일 통합 신당 창당 방식으로 '선(先) 제3지대 신당 창당'-'후(後) 민주당과 합당'으로 가닥을 잡았다.(☞관련 기사 : 통합신당, '제3지대 신당' 창당 후 민주당 흡수 통합)

원 전 의원은 안 의원이 "(대한민국 정치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게 조금 더 버텨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3선 의원이지만 당내 소장파 대표격인 원 의원은 민주당이 혁신하고 안 의원이 '새 정치' 깃발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가면, "새누리당이 절반으로 쪼개"지며 정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제 "새누리당이 바뀔 필요가 없어졌다"고 원 전 의원은 말했다. '새 정치' 깃발이 꺾였으며 새누리당에 변화를 요구할 외부 세력이 자연 소멸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중진 차출론'과 같은 구태가 더 심해질 것이며, 지난 대선에서 복지를 앞세워 좌클릭했던 정책은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2월 초 안 의원의 구애를 받은 원 전 의원은 안 의원에 대해 "(정치적) 훈련이 너무 안 되어 있다"며 "현재 상태로는 단 세 명도 끌고 가지 못한다"고 평했다.

원 전 의원은 2012년 대통령 선거 투표 당일, 결과도 보지 않고 미국행을 택한 안 의원의 행동은 리더로서 자질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일을 참았던 사람들, 또 개표 결과에 좌절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어주고 눈물 닦아주며 뒤돌아서 피눈물 흘리는 게 리더"라는 생각이다. 원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하자'와 같은 공동 체험을 통해 리더로서 입지를 더욱 다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 전 의원은 현 정치권에 대해 "진보나 야권은 비판에 강한 반면 책임 보강이 필요하고, 새누리당은 실질적인 힘에 민감한 반면 양심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의 '새 정치'라는 것은 당분간 무망하게 된 것 같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이라도 질적인 혁신을 하는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3003번(정보이용료 1000원)으로 응원 또는 의견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이 보낸 문자는 일주일 단위로 기사 및 방송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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