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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창조경제' 효자 아이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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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창조경제' 효자 아이템 등극?!

[취미는 독서] 아홉 번째 날

▲ <모살기>(곽재식 지음, 온우주 펴냄). ⓒ온우주
성현석(<프레시안> 기자) : 문단에서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뭐라고 하건 간에, '프레시안 books'를 통해 꼭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었다. 화학회사 직원으로 일하며 소설을 쓰는 작가 곽재식이다. 나는 그와 일면식도 없고, 그의 이력이나 평판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그의 소설을 읽은 뒤로는 팬이 됐다. 물론, 모든 소설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개는 꽤 인상적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신라'인데, 그의 블로그(☞게렉터 블로그)에 게재돼 있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 실린 '모살기'도 좋았는데, 이건 책으로 나왔다. 나는 <모살기>(온우주 펴냄)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다. 모니터로 읽는 맛과 종이로 읽는 맛이 확실히 달랐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 "야생 후보종 중에서 몇 종을 제외한 나머지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의하여 가축화 조건에서 실격했다. 아프리카의 대형 군거 포유류처럼 결국 가축화되지 못한 후보종들을 살펴보면 실격한 구체적인 이유들이 드러난다. 톨스토이도 마태복음의 다음 구절에서 드러나는 통찰력에 탄동했을 것이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힌 사람은 적다.""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234쪽)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서 가축화 할 수 있었던 포유류가 몇 가지 안 되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나보다. '평소에 톨스토이 소설 정도는 읽어놔야 다른 책도 읽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몇 년 전에 구입하고서 여태 읽지 않았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다른 책을 꺼냈다.


▲ <섹스의 진화>(제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섹스의 진화>(제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가 바로 그것. (재레드, 제러드 뭐가 맞는 건가?) 이 책의 원서 제목은 "Why is Sex Fun?" 왜 섹스는 재밌는가? 섹스는 재밌어야만 한다. 섹스가 재미없으면 누가 힘과 돈과 시간을 들여서 섹스를 하겠는가? (나는 자손 번식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띠고 섹스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토끼, 새, 뱀, 잠자리 같은 애들도 재밌어서 하겠지? 걔네들에겐 어떤 재미가 있을까?


"만약 섹스가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행위, 곧 실존적 부조리라면,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대부분의 경우가 비실존적 부조리, 다시 말해서 멸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섹스에는 이런 부조리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큰 장점이 있는 게 분명하다. (…)


성은 자기복제를 하는 음침한 것들로 가득한 조용하고 내성적인 행성을 즐거움과 찬란한 아름다움이 만개한 행성으로 바꿔놓았다. 성이 없는 세상은 남녀의 노랫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없는 세상이고, 화려한 형형색색의 꽃이 없는 세상이고, 악착같은 경쟁과 시와 사랑과 환희가 없는 세상이다. 한마디로 별 재미가 없는 세상이다."(<생명의 도약>(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6~207쪽)


번역가 김정은은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 펴냄)도 옮긴 뛰어난 번역가다. 하지만 바로 위의 문단은 훨씬 더 아름답게 옮겼어야 한다. 겨드랑이가 가렵게 말이다.


노정태(자유기고가·<논객시대> 저자) : 이번 주 '프레시안 books'에 나는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프레드 로델 지음, 이승훈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에 대한 서평을 썼다. 그 서평에 다 써놓은 내용이지만 반복하자면, 그 책은 '반항아'의 작품이다. 기존 체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정적 태도를 보이지만,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는 사람이 쓴, 저자와 꼭 닮은 책인 것이다. 이것은 비판이면서 동시에 칭찬이기도 하다.


▲ <법의 지배>(톰 빙험 지음, 김기창 옮김, 이음 펴냄). ⓒ이음
서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저자와 책의 성격으로서 '반항아'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말하자면 '모범생'도 있지 않을까? 대상이 되는 책의 내용이 대략 파악되면 서평의 '와꾸'가 나오는데, 반항아와 모범생을 붙여서 '맞짱'을 뜨게 해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법의 지배>(톰 빙험 지음, 김기창 옮김, 이음 펴냄)도 읽었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인 톰 빙험은 퇴임하면서 단 한 권의 책을 썼다. 자신이 평생 지켜온 '법의 지배'가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비교적 쉽고 평이하게 설명해주는 그런 책이다. 빙험은 법치주의의 역사를 고문 금지로부터 서술하기 시작해,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다시 고문이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끝낸다. 이번 '프레시안 books'에 실린 내 서평을 읽고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에 흥미를 느낀 독자, 법치주의에 관심이 많지만 서평을 읽고 나니 저런 책은 보기 싫다는 독자라면, 어떤 경우에도, <법의 지배>를 훑어보시길 권한다.


정혜윤(CBS PD) :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시는 이계삼 선생님이 일전에 한 할아버지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시위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할아버지가 '켄터키 옛집'을 불렀다는 내용이었다. 뭐라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자신의 처지가 노예나 다름없고,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너희가 주인이란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고 눈물이 나왔는데, <노예 12년>(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을 읽으며 또 운다. 자유를 잃는다는 게 얼마나 비통한 일인지.

▲ <[마약] 사용설명서>(마이크 해스킨스 지음, 이민아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뿌리와이파리
이명현(천문학자) : 미국의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는 2012년 미국 대선과 함께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의료용이 아닌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마리화나 판매를 승인했다. 우루과이는 2013년 12월 마리화나의 재배, 판매, 사용을 전면적으로 합법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이 한창이다. 앤드루 타일러의 말을 인용한 <[마약] 사용설명서>(마이크 해스킨스 지음, 이민아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당국에 미친 효과 면에서 대마초가 단연 최악질이다. 당국이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대마초를 본원적으로 위험한 물질로 규정함으로써 거짓말 안 보태고 수백만 명의 시민과 반목하고 있으니 말이다." 쓸데없는 규제를 받고 있는 마리화나 합법화야말로 오리무중인 창조경제를 한방에 스타덤에 올라서게 할 킬러 아이템이다.


하나 더. 콜로라도주는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넘치는 세금 수입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다. 무엇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늘었다.


안은별(<프레시안> 기자) : 독서가 취미이려면 독서가 일이어서는 안 된다 싶다. 다음 주 연차를 써서 다음 주 일을 앞당겨 하느라 폐인이 됐는데, 연차를 쓴 이유가 다른 '일'을 위해서라니 이게 사는 건가. 그래도 며칠 제주에 있을 생각을 하니 꽃샘추위도 참을 만하다.


▲ <바람이 말해요, 여기 왔다고>(지민희 지음, 에쎄 펴냄). ⓒ에쎄
가이드북을 꽤 모으는 편이다. 해당 영토·문화권의 울퉁불퉁한 현실이 관광 가치라는 동일 화폐로 환산되어 평평해진다는 게 이상한 매력이다.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열차 시각표다. 가장 열심히 읽은 책도 그거였다. 그 이유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김경남 옮김, 모비딕 펴냄) 135~137쪽에 나와 있다.


하지만 여행기는 또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만의 제주행을 앞두고 몇 권을 뒤적여 봤는데 역시 그 감상의 허접함에 짜증이 났다. 빌려서 읽었기에 지금은 내 손에 없는 <바람이 말해요, 여기 왔다고 - 지구별 제주도, 가볍게 빈집에서 살기>(지민희 지음, 에쎄 펴냄)가 그리웠다. 제주 여행기라 하긴 뭐하고, 한 예술가가 제주에 머무를 때 적은 일기 같은 거다.


남의 일기, 그것도 동시대 젊은 여성의 -그것도 예술가의- 일기에 부정적 선입견이 있다면, 나 역시 그랬다고 말해 두고 싶다. 이 책은 각별했다. 아주 평범한 것이라도,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아주 큰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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