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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안철수를 주인공으로…이게 통합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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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병두 "안철수를 주인공으로…이게 통합의 정신"

[인터뷰] "대가뭄에 첫 단비…우클릭 논쟁은 무의미"

3월 2일, '일요일의 격변'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손을 잡았다. 야권이 하나로 뭉쳤다. 효과가 제법 있다. 여론조사마다 편차는 있지만 두 세력의 통상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웃돈다. 컨벤션 효과다.

"(새누리당을) 2~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으면 가장 좋다고 봤다"는 민병두 의원의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친다. 게다가 "컨벤션 효과는 2주가량 지나면 조정기를 거친다"는 걱정이 겹친다.

민 의원은 합당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현재로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그의 고민은 '전략통'답다. 그는 "문제는 앞으로다. 새 정치 2탄, 3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기존 지지층을 다독거리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하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배려도 여러 번 강조했다. 민 의원은 "안 의원이 마음껏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생긴 것 아니냐"며 "그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상호 이해와 배려에 대한 당부이지만, 신당의 창당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민 의원은 "그 쪽에서 좀 오해가 있는데,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해산 후 제3지대 신당으로 헤쳐모이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이 '우향우'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민 의원은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을 의미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며 "중심 가치는 견지하되 외연을 확대하고 (보수층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민 의원은 지방선거 전망과 관련해선 "쉽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에 패배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된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말에 바람과 각오가 녹아있다.

"어떻게 보면 (야권의) 지금 상황은 1년 넘게 대흉년이 와서 땅이 쫙쫙 갈라졌는데, 처음으로 단비가 온 셈이다. 통합이라는 단비로 일단 1차 해갈은 됐다. 완전한 해갈이 이뤄져 세상이 변화하고 신록이 푸르게 무르익으려면 2,3차 큰 비가 와야만 한다. 통합 신당이 그런 큰 비를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병두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민주당 민병두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예상을 뒤엎은 깜짝 선언이었다. 논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민병두 : 비사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 (웃음)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야권이 통합하고 승리하는 길이 어떤 길이냐는 고민이 양측 모두 있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쪽이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창당 수순에 돌입하니까 통합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이 나왔지만, 오히려 김한길 대표는 창준위 단계에서 통합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 세력화가 돼 있어야 합당도 가능하지, 세력화가 되지 않은 개인들의 연합으론 불가능하지 않겠나. (김 대표 역시) 창준위 단계까지 갔으니 이제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간 우리 당내에도 두 가지 기류가 있었는데, 한 쪽에선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를 견제하고 공격하자는 흐름도 있었지만 자제하고 지켜보자는 쪽이 강했다. 올해 초부터 흐름을 쭉 지켜보면 대외적인 발언 톤을 조절하면서 지켜보는 쪽 아니었나. (새정치연합의) 창준위가 구성되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많이 고민했다.

프레시안 : 기초선거 무공천이 통합의 지렛대가 됐는데, 그 역시 예상 밖이었다.

민병두 : 기초선거 공천 문제는 2월 초쯤 김한길 대표가 우리 입장을 발표할 생각이었는데, 상당히 중요한 문제 아닌가. 사실 기초선거 출마자들에게 무공천이라는 것은 항공모함에서 뛰어내려 나룻배 타란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또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1990년 김대중 대통령이 단식까지 불사하며 쟁취한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 아닌가. 이걸 포기한다고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약속이란 이유 하나로 끝까지 관철했을 때 선거에서도 패배한다면 결국 정권 교체의 기반도 허물고, 당의 역사도 허무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 때문에 결정을 유보하면서 여러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의견을 듣는 과정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안철수 의원 쪽에서 통합이나 연대를 위해선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쪽의 고민도 굉장히 깊어진 것이다. 무공천을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우리가 무공천을 수용하고 합당 제의를 했을 때 저쪽에서 수용할 것인지.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또 의외로 최고위원들이 처음엔 (무공천에) 대해 의견이 반반 정도였는데, 최종적으로 대다수가 무공천을 지지해줬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확신이 섰던 것이고, 김한길 대표가 합당이란 역제안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통합은 새 정치 1차 선언…2,3차 '컨벤션 효과' 나와야"

프레시안 : 기초선거 무공천이 민주당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던 건 인정하지만, 합당 명분으로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민병두 : 여러 가지 전략전술적 고려가 있을텐데, 모든 고려를 다 하다보면 전격적인 합당의 임팩트(impact)는 떨어지지 않겠나. 사람들은 정치를 언어나 특정 언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인물과 사건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과거 3당 합당으로 야성(野性)이 강했던 부산과 경남이 급격히 보수화 됐고, 지난 총·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를 '김종인'이란 인물을 통해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았나.

물론 기초선거 무공천이 그 만큼 매력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 특히 우리 쪽 지지자들이 볼 때는 포기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매개로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의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좋은 일 아닌가.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에게 '새 정치'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제 그 질문에 공동 책임을 면할 수가 없게 됐다.

민병두 : 통합 발표문에 명시돼 있는데, 바로 '새 정치는 약속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피눈물 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보면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신뢰라는 자산을 얻은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 당에서 나는 대표적인 무공천론자였는데, 신뢰가 자산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라는 이미지를 자양분으로 '신뢰와 약속의 정치'를 내세웠지만, 그게 지금 허물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공약을 엄청나게 쏟아낼 텐데,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것들도 다 깨고 있지 않나.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자주 언급했었는데, 딱 뉴스가 끝나면 김추자의 공전의 히트곡 <거짓말이야>가 이어졌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란 노랫말이 이어지는데 정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금지곡이 되기도 했었다.

이제 야권도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헛된 공약들을 쏟아낸다면, '거짓말이야~'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의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도 새 정치 2탄, 3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너무 여러 개, 어렵게 얘기해선 안 된다고 본다. 이번이 지방선거니까,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들이 있을 것 같다. 그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해산 후 신당 흡수, 현실적으로 불가능"

프레시안 : 창당 시기와 방식을 놓고 양쪽의 해석이 다른 것 같다. 어떻게 조율되고 있나?

민병두 : 2일 통합 발표 당시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고 했는데, 사전에 여러 번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 정당법상 여러 과정과 절차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현재 단계에서 합당한다면 정당과 정당이 아닌 집단이 합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창당준비위원회는 법적으로 정당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사실상 '흡수 합당'이 되는데, 그건 곤란하지 않나.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당대당' 방식의 통합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연합 쪽이 빨리 (창당)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불필요한 힘을 쓰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해 동의한 것이다. 그 쪽(새정치연합)에서 좀 오해가 있는데,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해산하고 제3지대로 흡수되는 것은 가능한가? 새정치연합 쪽에선 민주당의 해산 후 창당을 원하는 분위기다.

민병두 :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3지대 창당을 얘기한 것이다. 정당의 해산은 중앙위에 위임될 수 없다. 전당대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정당 해산을 위해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당 해산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의원 6000여 명이 참석한다는 것은 한국 정당정치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제3지대 창당을 얘기한 것이다.

프레시안 : 통합 선언 이후 며칠 사이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다. 어떻게 평가하나?

민병두 : 일단 2~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으면 가장 좋다고 봤다. 지금 당장 (지지율)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덜해지지 않았나. 대선 때도 두 세력을 합친 지지율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서지 못했다.

설령 지금 (새누리당을) 앞선다고 해서 그다지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보수의 결집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2~3%포인트 추격을 기대했었는데, 앞으로 선거가 90일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변수는 많다.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정치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 이후 2주 가량 지나면 조정기를 거치지 않나.

그럼 이제 지방선거까지 2차, 3차 컨벤션 효과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우리의 과제다. 사실 저쪽(새누리당)보다 우리의 과제가 더 크다. 저쪽도 사실 카드를 모두 꺼냈다. 중진차출론 등을 통해서 모든 카드를 내보인 셈이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것인데, 이미 다 노출시킨 것이다. 또 분명히 선거가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전략을 가동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2차, 3차 컨벤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통합을 해야 한다. 과정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지금 그 과정을 만드는 데 마음이 급하다. 당내 불만이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선거는 결국 지지율과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닌가. 현재로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자꾸 갈등이 생기고 사소한 생각의 차이로 대립한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안 의원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새로운 정치를 잘 하자며 발기인이 되겠다고 나서고, 지지한다며 10만 원씩 송금한 분들 입장에선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그 부분에만 집착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기존 지지층을 다독거리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하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없다. 한 편에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신당이 '호랑이굴'? 安, 주도권 갖고 이끌어야"

프레시안 : 야권 통합론을 견지해온 민주당으로선 이번 통합이 잘된 일이지만, 안철수 의원 쪽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분위기다. 안 의원의 승부수가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민병두 : 여러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웬만하면 (통합 과정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세세하게는 오늘(5일) 연석회의장에 걸린 현수막도, 원래는 파란색을 배경으로 하려고 했는데 구호나 색깔 등 모두 안 의원 쪽을 배려했다.

안철수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더 키워져야 하고, 그것이 우리 당에도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혹자는 '안 의원을 불쏘시개 삼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민주당이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은 정말 정치 하수들, 혹은 적의에 찬 집단들이 하는 얘기다.

야권에 대해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민주당의 경우 100의 99가 이 상황에서 안 의원이 잘 돼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갖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신당에서 안 의원이 정풍운동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야 안철수 바람이 탄력 받아 지방선거를 넘어 7월 재보선까지 끌고 갈 수 있다. 그게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다.

물론 안 의원이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달렸다. 어떻게 보면 안 의원이 마음껏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99칸짜리 오래된 집을 갖고 있었는데, 설계도만 있는 집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니, 이제 합쳐서 999칸짜리 집을 새로 짓자고 하는 것이다. 그 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되게 하자. 이게 제3지대 신당의 정신인 것이다.

프레시안 : 일각에선 이번 통합 선언이 '친노 배제'를 의도한 결과라는 의구심도 있다.

민병두 :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선거 때는 조약돌도 모아가야 한다. 그런데 친노는 조약돌 정도가 아니라 우리 당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누가 통합을 할 때 '마이너스 통합'을 하려고 하나. 당연히 플러스 통합을 한다.

"'우클릭' 논쟁 무의미…외연 확대하고 보수층 경계심 허물어야"

프레시안 : 두 세력이 통합하게 되면 정강정책 등 향후 신당의 정치적 노선이나 방향에 대해서도 이견이 표출되지 않겠나.

민병두 : 당장 갈등이 있을거라고 보지 않는다.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정당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정강정책 등엔 (양측의) 지금까지 주장을 망라하는 수준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선거 기획단과 선거 대책에 모든 역량이 투입돼야 하는데, 선거 전에 계속 방망이만 두들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프레시안 : 민주당 내에서도 노선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지 않았나. 일각에선 당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병두 : 지난 1월에 ‘전선을 새로 짜자’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썼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우리의 가치를 지키되, 진보의 대중화와 진보의 유연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산층과 서민 뿐 아니라 건강한 대기업도 함께 아우르고, 햇볕정책 역시 버전 2.0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런 논쟁 속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두 세력이 합칠 수 있고, 이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우클릭 논란’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향우 하자는 것이냐? 당을 중도화 하자는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난 우향우를 주장한 적이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1989년이 미국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였다. 40세 이하의 인구보다 40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과반을 넘은 시점이다. 여기에 공화당이 세 번 집권한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클린턴이 정권을 잡았다. 당시 민주당이 연구한 것이 반전, 자유 등 1970년대 문화와는 다른 미국의 고령화 사회의 문화였다. 고령화 사회에서 과거와 달리진 미국사회의 생활태도와 가치관, 문화관을 연구했다. 노후의 존엄이나 여유 등이 미국 사회의 새로운 주류적 가치로 자리잡을 것을 예견한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클린턴의 그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슬로건이 나온 것이다.

또 하나, 클린턴은 기본적으로 보수세력이 적대시 하지 않는 후보였다. 언어나 문화, 태도 같은 것이 상당한 정도의 경계를 허물어트렸다.

바로 그것이다.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 사회가 고령화돼 있고 이념적으로도 보수가 많고 지역적으로도 소수다. 전선을 이동시키지 않고, 그물을 넓게 치지 않고는 야권이 승리할 수 없다. 중심 가치는 견지하되, 외연을 확대하고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 것이다. 보수 지지층들이 "저들이 집권해도 내가 가진 것을 다 빼앗기지는 않겠구나"라고 할 수 있도록 경계심을 허물어야 한다. 그것인 왜 우클릭인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건강한 대기업과 연대하자는 것이 그렇게 못할 얘기인가? 그렇다면 동반성장이나 상생은 무엇인가? 외연을 넓히자는 것이 당내 진보들이 교과서라고 생각했던 통일전선전술의 기본 아니었나?

논쟁이 보다 건전하게 이뤄지려면, ‘너는 투항했다, 우클릭했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이미지화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보다 ‘당신의 전략이 얼마나 입법 전략으로 가능한 이야기냐’고 묻는 것이 생산적이다. 나는 우리 당에 얼마든지 왼쪽과 오른쪽, 중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년 넘게 대흉년, 이제 1차 단비 내려…2,3차 큰 비 내려야"

프레시안 : 지방선거가 90일가량 남았는데, 야권 입장에선 이제 해볼 만한 싸움이 된건가?

민병두 : 쉽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변수는 일단 투표율이다. 지방선거라는 게, 열망이 고조돼 있지 않으면 20,30대의 투표율이 낮은 편이다. 20,30대의 경우 대부분이 자신의 거주지를 베드 타운이나 숙소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우리 동네에 다리도 놔야 하고, 산책로도 필요하다는 등 내 고장에 관심이 많지만, 젊은 친구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 또 이번엔 징검다리 공휴일까지 끼어서 골치가 아프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격이 예고되고, 마지막으론 새누리당의 '공약 쏟아 붓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이번에도 지킬 수 없는 공약을 쏟아 붓지 않겠나.

또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7월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패배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된다. 보수는 지면 분노해서 다시 결집하는 경향이 있지만, 진보는 패배하면 체념한다.

프레시안 : 수도권 선거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어떻게 전망하나.

민병두 : 어느 지역이나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새누리당 쪽에서 너무 조기에 승부를 걸었다. 총선,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완승해 박근혜 정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 아닌가. 유정복 장관까지 차출됐고, 사실상 ‘모두걸기’인데 그 결과가 심각할 수도 있다. 사실 지방선거에 저렇게 올인하는 집권당이 잘 이해가 안 간다.

야권 역시 통합까지 했는데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정말 탈탈 털어 모은 것 아닌가. 저쪽은 이미 강고한 성인데, 이쪽은 아직 성의 기둥도 만들지 못하고 시작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야권의) 지금 상황은 1년 넘게 대흉년이 와서 땅이 쫙쫙 갈라졌는데, 처음으로 단비가 온 셈이다. 통합이라는 단비로 일단 1차 해갈은 됐다. 완전한 해갈이 이뤄져 세상이 변화하고 신록이 푸르게 무르익으려면 2,3차 큰 비가 와야만 한다. 통합 신당이 그런 큰 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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