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문제를 두고 진땀을 뺐다. 7일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이 전 총리의 방북은 사전에 협의도 없었고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성격은 아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는 절대 아니다"면서도 "설사 특사를 보낸다손 치더라도 그게 잘못된 일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특사 보내도 될 때는 도대체 언제냐"
윤 수석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가 없이 당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이 전 총리가) 정무특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당 기구 위원장 자격으로 방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협의가 없다손 치더라도 방북해서 남북 정상회담 등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대로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윤 수석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것은 없지만, 잘 돼서 돌아오면 좋은데, 잘 돼가지고 돌아올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일부에 또 많다"며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을 겨냥했다.
'이 전 총리의 방북 추진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인지한 경로는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사전에 알고는 있었다"면서도 "그렇지만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향후 만약 특사를 보내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을 것이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즉답을 피하면서 "하여튼 이 전 총리는 특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방북 당시에는 특사가 아니라고 했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에 특사라고 말을 바꿨다'는 지적에 윤 수석은 별다른 답을 하지 못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정무특보 모자를 벗고 방북하는 게 어떠냐는 논의가 있었을 정도"라면서도 "우리가 또 특사를 보내면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다.
"분명히 특사는 아니다"는 전제를 수차례 강조한 이 관계자는 "지금 특사설의 기저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왜 하냐'는 비난조의 의미가 담겼다"며 "미국도 특사를 보낼 수 있고 일본도 보낼 수 있는데 왜 노 대통령은 특사를 보내면 안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대북특사가 잘못됐다. 정상회담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사리에 안 맞는다"며 "참여정부 초기엔 총선용 정상회담이 안 된다고 그러고 지방선거 때 또 동력이 빠지고 이번엔 대선 때문에 안 된다고 그러면 항상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성사된들 노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도움이 되냐"며 이같이 말했다.
핵폐기 수순만 밟으면 정상회담 걸림돌은 없어
청와대 관계자들이나 노 대통령은 최근 입을 모아 정상회담 추진설을 부인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나 논의해 볼 일"이라며 "이는 남북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과도 협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최근 들어선 남북정상회담의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2.13 합의에서 도출된 60일 이내의 초기 이행조치가 적절히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선 미국과 중국이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할 이유도 없다.
특히 미국 정부는 뉴욕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극진히 대접하며 북미관계정상화 실무회의를 열 정도로 북한에 대해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한미 관계도 최근엔 부쩍 밀착된 모양새다.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문제에 있어선 미국이 한국 측 손을 들어줬고 양국의 외교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태평양을 오가고 있다.
결국 핵폐기 수순만 착실히 이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의 걸림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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