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2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19차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남북이 완전한 합의를 내지 못했을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상봉 정례화가 적십자 실무접촉 채널에서 합의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중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3월 12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부대변인은 “우리 측의 제안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산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자´는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후속 조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북한 측이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고려하여 우리 측의 제의에 조속히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상봉 정례화가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고위급 접촉이 아니라 적십자 실무접촉이라는 다소 낮은 급의 회담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부대변인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인도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적십자 채널에서 협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격이나 급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한 배경은?
정부가 상봉 정례화를 논의하는 채널로 적십자를 택한 배경에는 북측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2일과 14일 두 차례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는 성과를 남기긴 했지만, 이 채널이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정상적이거나 지속적인 루트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남북 간 현안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이후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을 실시하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가 이러한 북한의 군사적 행태와는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만 논의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접촉 보다 적십자가 더 적합한 채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북한에 억류돼있는 김정욱 씨 문제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8일 김 씨의 조속한 석방과 신변 안전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지만 북한은 이 전통문을 받지 않았다. 이후 김 씨의 석방과 관련한 남북 간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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