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낡은 정치'에 손 내민 안철수의 마지막 책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낡은 정치'에 손 내민 안철수의 마지막 책임

[편집국에서] 안철수, 좌충우돌 정치실험은 끝났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계획대로라면 6.4 지방선거 전에 합당해 통합 신당의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여야 대결'과 '야야 대결'이라는 이중 전선으로 가동되던 지방선거 흐름이 집권세력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급변했다. 야권 내부의 지리멸렬한 주도권 다툼의 불씨가 제거됐다는 것이다. 야권으로선 해 볼만 한 선거가 됐다. 비관론이 번져가던 야권의 6.4 지방선거 전망에 화색이 돈다.

모양새도 괜찮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매개가 됐다. 민주당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신당 소속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은 탈당을 해야 한다. 3000명에서 1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핵심 당원들을 허허벌판으로 내모는 제 살 떼어내기다. 이런 출혈을 약속과 신뢰라는 대의명분으로 수혈했다. 현실론에 갇혀 주판알만 튕기면 안전하게 패배하는 결과를 맞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깨고 정당 공천을 하겠다는 새누리당과 비로소 각이 선다.

통합 합의문에서 양측은 정치개혁과 함께 "신당은 여러 경제주체들이 동반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민생중심주의 노선을 견지한다"고 명시했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이런 방향에서 신당이 박근혜 정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해 간다면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야권의 대오 정비는 그 자체로 여러 측면의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양측의 합당은 그 과정이 전격적이었던 만큼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합당의 현실적 이유는 당 지지율의 정체에 허덕이던 민주당과 인물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독자신당 추진에 한계를 맞은 안철수 의원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측의 절박함이 당면한 선거를 앞두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지만, 이것이 곧 신당의 성공과 제대로 된 야당의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6·4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회견을 마친 뒤 의원동산 계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당혹스럽다. 민주당을 낡은 정치 세력으로 규정하며 자신이 추진해온 독자 신당을 "100년 가는 정당"으로 자신한 게 엊그제다. 왜 독자 신당 노선을 포기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안 의원은 "기초공천 폐지를 결단한 것이야말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라며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추어올렸다. 기초 공천 포기를 통해 민주당에서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논리이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 안 의원이 5대5의 지분과 새 정치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대가로 민주당에 투항했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안 의원의 '양당제 깨기'를 의미 있게 평가해 독자 신당 추진 과정에 결합했던 인사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에서도 벗어났다. 안 의원 측의 송호창 의원은 "(통합 협상은) 긴 시간 공개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결과론적인 합리화다. 당장 윤여준 공동위원장단 의장과 김성식 공동위원장이 합당 선언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사심을 가지고 안 의원과 독자 신당을 도모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삼고초려해 모신 인사들과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기고 결별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건 안 의원의 좌충우돌 정치와 무관치 않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의 관계가 그랬고, 거슬러 올라가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마다 안 의원의 정치적 가치가 하락했다. 정확하게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안철수 현상'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까먹었다고 봐야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한 민주당과의 합당은 결국 2년여에 걸친 안철수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안 의원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맨손으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했다. 독립 변수로서의 의미를 스스로 접고 기존 정치 체제의 일원으로 진입하는 안 의원의 처지가 딱 그렇다. 호랑이굴에서 안 의원이 사는 길은 지분 싸움에 있지 않다. 정치권 바깥을 떠도는 '안철수 현상'의 진입 통로를 넓히는 방법 외엔 살 길이 없다. 새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이 신당으로 수렴되도록 내부의 적과 부단히 싸우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솔직한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정치 실험이 어떤 오류의 과정을 거쳐 한계를 맞았는지를 고백하고, 신당에서 펼칠 제2의 정치개혁 운동의 실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이다. 안 의원이 신당 지분의 절반을 가진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안철수 지지층'이 신당으로 자동 흡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두루뭉술한 상황 논리로 이를 회피하면 자신도 죽고 신당도 죽을 쑨다. 신당 창당기인 3월 한 달이 중요하다. 대안 정당으로 탄생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미래가치를 신당에 이식시킬 책임이 안 의원에게 달려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