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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라이벌, <시사인> 아닌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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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라이벌, <시사인> 아닌 <무한도전>

[인터뷰] 20주년 맞은 <한겨레21> 최우성 편집장

시사 주간 잡지 <한겨레21>이 3월 한 달 내내 생일상을 차린다. 3일엔 지령 1000호를 발행하고, 오는 16일 20주년을 기념해 17일과 24일엔 2주에 걸친 특집호를 낸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사이, <한겨레21>도 변했다. 외환 위기 이후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한 번, 2010년 전후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며 또 한 번. 시대 변화에 따라 기사 소재와 구성이 바뀌었다. 그러나 거듭된 변화 속에 대표 시사 주간지라는 명성만큼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많은 잡지가 폐간과 휴간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한겨레21>은 제자리를 온건히 지켰다. <한겨레 21>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비단 이 매체 뿐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주간지와 잡지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래서 <한겨레21> 편집국을 지난달 26일 찾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편집국 건물 내부 곳곳에는 창간호부터 999호까지 표지를 모은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어 제법 잔칫집 분위기가 났다. 그러나 최우성 편집장의 얼굴에는 기쁨과 동시에 근심의 흔적도 보였다. 한 달에 걸친 잔치를 끝내고 나면, 생일 상차림 준비로 미뤄뒀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 편집 방향 변화 등 묵중한 과제들이다.

<한겨레21>이 마주하고 기록한 과거는 무엇이었고, 또 맞닥뜨릴 미래는 무엇일까. 최 편집장에게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1994년 발행된 <한겨레21> 창간호. 오래 전 잡지들은 낱권 대신 여러권이 책으로 묶여 사내 서고에 보관돼있다. ⓒ프레시안(서어리)

'21세기'스러운, 90년대 '잇템' 잡지의 탄생

때는 바야흐로 1994년.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농구대잔치 열풍이 몰아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보여준 시절.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망이 폭발하던 시기였다. 만물의 진화 속에서 대중은 좀 더 세련된, '21세기' 스러운 것을 찾아 헤맸다. 매체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 활자매체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있으면서도 동시에 신문보다 세련된 무언가를 바랐다.

이미 당대를 주름잡던 시사 잡지들이 있었다. 사실 전달 위주의 정통 시사 잡지 <시사저널>, 진보적 관점에 충실한 <말>, <길>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더 세련되고 파격적인 것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겐 2% 부족한 것이었다.

이 2%의 욕구를 빨아들인 게 <한겨레21>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동성애 문제 등 기존 매체가 다루지 않는 성역을 건드렸다. '베트남 참전 용사에 의한 베트남 양민 학살' 보도는 충격에 가까웠다. 늘 피해자인 줄로만 알았던 한국 국민이 어딘가에선 가해자였음을 고백한 셈이었다.
스스로 '문제적 잡지'가 되기를 마다치 않았다. 결국 해당 보도로 <한겨레21>은 보수 단체의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새로운 문화 트렌드 발굴에도 힘썼다. 'X세대', '신세대' 등 세대론을 조명했고, 왕따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최우성 편집장은 초창기 <한겨레21>에 대해 "지금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당시로선 거론하기조차 껄끄러운 의제들이었거나, 기존에 논의되지 않은 것들을 다뤘다. 새로운 시각을 던지기 위해 애썼다"며 말했다.

새로운 시각이 1%였다면, 나머지 1%를 채운 것은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지금 보면 조금 촌스러울지 몰라도 당시로선 굉장히 세련된 디자인이었다는 게 언론출판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최 편집장은 "그 당시 대학생들이 <한겨레21>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면, 속된 말로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젊은 지식인층의 '잇 아이템(it item)'이었던 셈이다.

창간 첫해, 흑자가 났다. 그러나 '황금의 시대'는 오래지 않았다. 1997년 외환 위기로 각종 경제 지표가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덩달아 출판 시장도 얼어붙었다. 두 차례 민주 정권이 들어섰지만 역설적으로 사회는 더욱 각박해졌다. 1990년대엔 '21세기' 스러운 감각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면, 정작 21세기에 들어선 새로운 의제보다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찾았다. '노동 OTL'시리즈 같은 양극화, 빈곤 문제에 매달린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한겨레21>은 살아남았다. 최 편집장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연대' 차원에서 봐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을 보였지만, 콘텐츠 혁신을 게을리했다면 장수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겨레21>의 라이벌은 <무한도전>"

<한겨레21>은 시사 잡지 시장에서 1, 2위를 다툰다. <한겨레21>과 자웅을 겨루는 상대는 <시사저널>과 결별하고 '독립 언론'임을 선언한 <시사IN(인)>이다. 그래서 평소 최 편집장은 '<한겨레21>의 라이벌이 <시사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는 "얼마 전에도 '가독성이 높은 시사인을 볼지, 소장가치가 있는 한겨레21을 볼지 고민된다'는 트위터 글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라이벌은 시사인도, 혹은 시사저널도 아니다.

"시사 잡지 시장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고 그 안에서 파이를 나눠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파이 자체가 엄청나게 큰 게 아니라고 한다면 결국 그 시장 너머를 봐야 합니다. 이슈를 접할 통로는 무궁무진하게 많아졌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고, 유튜브(Youtube) 영상에서도 볼 수 있죠. 그렇다면 <무한도전> 같은 전혀 다른 매체와도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콘텐츠발'로도 살아남기 힘든 진짜 위기가 왔다. 미디어 격변기다. <무한도전>도 라이벌로 봐야 한다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한겨레21>뿐 아니라 모든 매체가 동종 매체와의 경쟁을 넘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새로운 매체와의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바야흐로 미디어 시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엔 콘텐츠만 고민했다면 이제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그러나 <한겨레21>은 플랫폼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여전히 홈페이지는 잡지에 발행된 글을 그대로 얹어놓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 우선' 원칙 같은 건 없앴다.

"처음엔 구독자 배려 차원에서 온라인에는 기사를 좀 늦게 올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온라인에 먼저 올린다고 해서 화내시는 분들은 별로 없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이제 온라인 편집을 더 화려하게 할 계획입니다. 20주년 특집호인 1002호에선 '인터랙티브(상호작용)' 방식의 기획 기사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후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등에서 여러 실험을 하려고 합니다."

▲<한겨레21> 편집국 책장에 꽂힌 수십 권의 <한겨레21>. 제일 왼쪽이 1000호. ⓒ프레시안(서어리)

"오프라인 발행 포기는 없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한겨레21>과 달리, 상당수 잡지사는 오프라인 발행을 포기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 잡지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잡지사의 30.1%는 온라인 발행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과 그에 따른 독자 감소 탓이다.

조사 결과, 80% 이상의 정기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잡지는 16.4%에 불과했다. 잡지사 10곳 중 4곳은 정기 구독자가 한 명도 없거나(20.1%), 20% 미만(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서점을 제외하면 판매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정기 구독자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함을 뜻한다.

잡지 산업이 갈수록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건 전 세계가 직면한 현실이다. 지난 2012년 미국에선 대표 시사 잡지인 <뉴스위크>가 오프라인 잡지를 폐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21> 제작팀에 오프라인 폐지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다. 최 편집장은 "오프라인 발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잡지라는 건 책과 비슷해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오프라인 잡지는 '소장 가치'를 키우는 일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콘텐츠 힘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20주년 행사로 창간 독자분들께 전화를 돌리고 있어요. 전권은 아니어도 인상적인 기획이 있는 것들은 몇 년씩 모아두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게 힌트인 것 같아요. 새로운, 인상적인 소재들을 발굴하는 것. 사실 앞으로 또 깨뜨려야 할 금기 같은 게 지금은 잘 보이지 않아요. 온라인 편집 실험과 함께 가려진 성역을 찾는 것이 <한겨레21>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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