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충환 공보부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에서 대운하 사업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말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야당 대선후보의 정책을 청와대가 나서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시장의 '내륙운하 정책'과 관련해 "토목이 경제의 중심이던 시대는 넘어섰다. 지금은 IT 지식산업의 시대"라며 "(토목공사 발상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27일 취임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합동기자회견에서 "경제는 단골메뉴이고 진정한 시대정신은 (따로) 있다"면서 경제인 출신 이 전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지난 달 2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는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지적하는 한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함께 거론하며 "(이들이 집권하면) 우리 역사가 퇴행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선거개입…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
이와 관련해 김 공보부대표는 "청와대는 앞으로 과거 여당, 여권 사람들의 정책이나 평가할 것이지 야당 후보의 정책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최근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과 폄하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야권 유력후보를 지칭해 집권하면 역사가 퇴행된다는 언급까지 했다"고 비판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범여권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한 '반(反)한나라 전선'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황 사무총장은 "임기 후 다른 대통령이 진행해야 할 것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전·현직 대통령의 언행이야말로 역사의 퇴행"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비방은 한 마디로 선거중립 의무와 실정법 위반"이라며 "한나라당이 아무리 점잖아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 부당한 선거개입이 계속될 경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인 박형준 의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부정적 발언들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망각한 심각한 선거개입 행위"라며 "범여권 단일 후보를 만들려는 전략의 선봉에 노 대통령이 선 것 같다. 당 차원에서 선거법 위반 등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대운하가 21세기 첨단 정보기술이 응축된 종합예술이자 과학발전의 결정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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