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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1명의 이효리가 일군 4억7000만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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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1명의 이효리가 일군 4억7000만원의 기적

[현장]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 출범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재산 가압류. 10년 전만 해도 '신종 노조탄압 무기'로 불리던 이것은 세월이 흘러 지금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초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철도노조가 23일간의 파업 이후 청구 당한 손해배상 금액은 162억 원.

이 외에도 지난 7일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 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이 2009년 파업의 대가로 물어내야 하는 돈은 47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에서는 269억, KEC 300억, 한진중공업 158억, 문화방송(MBC) 195억, 유성 57억, 발레오만도는 26억 원을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측의 해고나 직장 폐쇄 등에 맞선 노동자들에게 청구했다.

26일 쟁의 행위에 따른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 사회적 기구인 '손잡고'가 공식 출범했다. 손잡고는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줄임말이다. 서울시청 시민청 이베트홀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과 민주당·정의당 의원들,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조국 "손배․가압류, 노동 배제된 민주주의가 만든 문제"

▲ 26일 쟁의 행위에 따른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 사회적 기구인 '손잡고'가 공식 출범했다. 손잡고는 '손배․가압류를 잡고 가자'의 줄임말이다. ⓒ연합뉴스
출범식은 쌍용차 해고자 자녀 8명이 심리치유공간 '와락'에서 배운 난타를 공연하며 흥겹게 시작돼 탁현민 문화 기획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조국 서울대법학대학원 교수는 '손잡고'의 시작과 지금까지 진행된 일들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손배·가압류 문제가 심각함에도 지금까지 '노동자만의 문제'라며 많은 이들이 외면해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올해 들어 노조에 청구된 손배 액수가 1000억 원이 넘어가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몇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손잡고에서는 조국 교수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은수미 민주당 의원 등 450여 명의 제안자가 모여 손배·가압류와 업무 방해죄 관련 법 제도 개선, 피해자 증언 대회, 캠페인, 모금 운동 등을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 씨가 손잡고와 아름다운 재단이 함께하는 모금 운동인 '노란 봉투 캠페인'에 4만7000원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시작 보름 만에 1차 모금 목표액이었던 4억7000만 원을 돌파했다. 모금에는 9241명이 참여했다. 조 교수가 이 같은 모금 현황을 전하자 출범식 자리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조 교수는 손잡고가 '모금 운동'에만 그치는 협소한 활동을 할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돈 모아서 갚아주고 헤어지는 건 아니란 걸 기억해 달라"며 "손배 문제가 해결되려면 법이 바뀌고 판례가 바뀌어야 한다. 또 노동자 파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두 번의 민주 정부에서 노동이 배제된 민주주의를 하려다 이런 결과가 생겼다"며 "노동을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손배․가압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노조 탈퇴하면 손배 대상에서 빼주겠다"…노동3권은 어디로?

손배․가압류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도 이어졌다. 금속노조 KEC지회 김성훈 지회장은 "2010년 파업 이후 5년째 노조 파괴 공작이 계속되고 있어 많은 조합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표적인 탄압 방법으로 손배·가압류를 꼽았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번 파업을 하며 노동법이 규정한 필수유지근무율보다 훨씬 높은 유지율로 KTX와 일반열차를 유지했기 때문에 손해 발생이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코레일은 '불법 파업'이란 올가미를 씌워 손배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손해를 노조가 변재하겠다고 했음에도 회사는 공탁금까지 걸어가며 법원에 노조비를 가압류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 등 부동산이 가압류된 사례도 있다. 노조 활동을 중단시키려는 게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129일간의 고공 농성을 벌였던 홍종인 유성 아산지회장도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홍 지회장은 "유성에서는 국가가 건 손배와 회사가 건 손배 두가지가 있다"며 "회사에서는 우리는 어용이라 부르는 제2노조에 가입하면 손배 대상에서 빼주겠다고 해 많은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태준식 감독이 만든 미니 다큐와 김도성 프로듀서가 만든 짧은 영상이 상영됐다. 김 프로듀ㅓ의 작품은 손배·가압류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자, 패가망신하리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항에 있는 곳엔 항상 그것(손배·가압류)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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