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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에 남북정상회담 추진?

[한반도 브리핑] 심상치 않은 박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터트린 이후, 지난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를 발표한 자리에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선언했다.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는 통일은 목표이자 과정인데, 과정과 준비는 없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결과만을 느닷없이 없이 이야기해서 생뚱맞다는 비판도 있었다. 통일을 지나치게 경제적인 문제로 국한시켰다는 점과 통일을 마치 도박처럼 비유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그러나 통일대박론이 최소한 ‘통일논의 대박’을 가져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통일논의 대박

80년대 말부터 우리 사회에서 통일논의가 활성화되면서 다른 한편 통일논의에 대한 피로감도 증대했다. 통일논의의 피로감은 북한체제에 대한 불신의 증대와 비례해서 늘어났다. 독일이 통일 이후 후유증을 겪는 모습도 겹쳤다. 북한의 정책이 남한사회의 진보적 발전과 어긋난다는 판단이 늘어나는 현상도 통일논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원인이었다. 북풍이나 종북몰이도 통일논의를 위축시켰다.

90년대 말부터 ‘분단의 평화적 관리론’도 등장했다. 통일보다는 남과 북의 분단 상태를 평화롭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남북관계는 단절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후반기에 갑자기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면서 ‘통일세’, ‘통일항아리’ 등을 꺼내들었지만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실패한 대북정책을 뒤덮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정책 비전이나 추진전략이 없이 캠페인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언급하면서 통일대박론은 준비 없는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아직은 통일준비위원회의 윤곽과 그 성격, 위상 및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통일대박론이 준비 없이, 느닷없이 나왔다는 비판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단 70년과 통일준비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통일준비위원회의구성과 역할은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 모색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 확대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로 구성 ▲국민적 통일논의 수렴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 마련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자주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분단 70년’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자주 언급한다. 내년이 분단 70년이라는 말이다. 마치 90년대 초에 재야종교단체들이 1995년 분단 50년이라고 정했던 것을 연상하게 한다. 분단 48년, 분단 49년 등 분단 연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분단 68년’이라고 했다. 이 점도 비슷하다.

‘분단 70년’이라는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한국전쟁에 대한 수정주의 사관으로 비칠 수도 있다. 1945년에 해방과 동시에 남북이 분단이 되어 갈등과 내전상태를 거친 것이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김영삼 정부 시절에 한완상 통일부총리가 ‘창발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이것이 친북이라고 비판받았다.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은 그렇게 편협하고 치졸하다.

노무현 대통령 NLL 발언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정상회담 대화록에서 NLL 포기를 명시적으로 말한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되는 순간 폭군처럼 야만적인 이념공세가 퍼부어지고 합리적인 논쟁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분단 70년’을 가지고 말꼬리 잡기식 이념논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이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모적인 이념논란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매우 유리한 대북정책 추진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말할 때도 내년이 ‘분단 70년’이라고 지적했다. 취임 1주년 담화에서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을 말하면서도 내년이 ‘분단 70’년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무조건 정상회담을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조건을 만들어서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맞춤형 대남정책으로 손뼉 마주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북한은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북한의 남북대화 개선 발언에 대해 정부가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자 북한은 과거처럼 이를 맞받아 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진정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였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실무적으로 차질이 발생했으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특명을 내렸다.

북한은 사상 강국, 군사강국, 경제 강국을 강성대국이라고 한다. 그들은 김일성 주석이 사상 강국을 이뤘고, 김정일 위원장이 군사강국을 이뤘다고 여기고 있다. 경제 강국을 건설하여 강성대국을 이루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이러한 의도에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취향에 맞춰 ‘맞춤형 대남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판 햇볕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국의 최고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이해관계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중국을 보면,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Pivot to Asia)의 본질이 중국에 대한 압박이기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표지석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기념관으로 대응한 것에서 시진핑 주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는지 알 수가 있다.

옛 소련연방 국가들을 다시 결속하고 극동지역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소중한 존재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의 우경화 역시 박근혜 정부가 대일 강경정책을 통해서 국내적인 기반을 다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오바마 재선을 비롯하여 동북아 6개국 지도자의 변화가 생겼다. 새로 출범한 동북아 6개국의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박근혜 정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나?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새해 들어와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도 대북정책 추진을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그 내용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어 보인다. 우선 지난해 초반 북한이 자행한 이른바 ‘말폭탄’ 공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식이 가장 크다. 이명박 정부가 남긴 부정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반사이익, 동북아 6개국의 리더십 변화에서 초래된 국제환경의 변화 등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평가와 국제정세, 이산가족 상봉 성사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통일대박’, ‘분단 70년’, ‘통일시대 준비’라는 구호를 들고 지속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관리할 능력은 아직도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국내추진환경, 국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 발전은 정부의 능력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핵문제가 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전전 상황에 따라서 내년 남북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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