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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74 경제혁신', 복지는 꿈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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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74 경제혁신', 복지는 꿈 깨라?

[김윤태 칼럼] 박근혜 정부의 1년 복지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나는 서울에 있는 유럽연합 한국대표부의 초청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사회정책에 관한 견해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 발표를 들은 후 한 외교관은 ‘왜’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연기되거나 취소했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렇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의 취소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이 없는 공약은 ‘예정된 부도수표’와 다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도저히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실행된다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든 외교관들이 웃었다. 

 

유신 시대로의 회귀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감세와 탈규제를 주장하는 ‘줄푸세’ 공약을 내세웠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야권의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공약을 가로채고, ‘국민행복’을 내세웠다. 그러나 집권 1년차 신년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 관료가 주도하는 철지난 ‘474 경제계획’이 흘러난 노래처럼 되살아났다. 신뢰와 약속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한국형 복지국가’와 ‘생애 맞춤형 복지’의 약속은 모두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는 불과 1년 만에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 어쩔 수 없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 약속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말했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4만 달러 시대 도약’을 이야기하는 대통령을 말에 감동을 느끼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추진 의지가 처음부터 미약했고, 현재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보수적 경제 관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한국 복지국가

 

지금 한국의 복지국가는 기로에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 세계 최저 출산율, OECD 가입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무르는 삶의 만족도, 이 모든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는 당연하게 가장 낮은 수준의 고용률, 낮은 조세율, 낮은 공공사회지출 비율이 만든 결과이다. 지나치게 높은 교육비, 주거비, 물가 수준은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소수의 부유층과 대기업의 수입은 급상승하고 있지만, 대다수 비정규직과 중산층의 수입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축소되어 소득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는 원인은 재벌과 부자들에게 편향된 정부 정책, 저임금 일자리의 지속적 증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회보장 지출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는 ‘경제 활성화’로 대체되었고, 좋은 일자리 대신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보장 지출은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고용 부문 총 예산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05조 9천억 원에 그쳤다. 정부는 최초로 복지 예산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고 스스로 평가했지만, 대부분은 고령화에 따른 의무 지출 예산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간 복지 지출의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복지를 가난한 국민에 대한 시혜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철학의 부재이다. 견제 받지 않는 정부는 가난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고 부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및 국민연금과의 연계와 같이 대부분의 정책이 행정부의 예산상 편의와 재량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고용률 70% 달성과 같이 수치에만 매달리고 있으며, 전반적인 국가 전략으로서의 복지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켜 향후 복지국가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비민주적 개악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현재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은 “수급자가 65세인 사람 중 100분의 70(70%) 수준이 되도록 결정”한다고 정하였다. 이유는 말하지 않고, 오직 예산의 한계만 말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 수급액이 적어지게 정한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공적연금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다. 소득수준과 관계없는 역진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래의 노인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 동기가 약화될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전반적인 복지 확대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액이 한 번 정해지면 5년 동안 고정된다. 기초연금 수급액도 소득 대체율을 명시하지 않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량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민주적 개악이라고 평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설계는 양질의 중고령자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에 배치된다. 왜냐하면 근로소득을 올릴수록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적어지고 지원액수도 적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의 시장화

 

박근혜 대통령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공약 또한 후퇴했다. 현재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의 보장성은 75% 수준이다. 문제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비급여 부문으로 보장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4년 예산에서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영리 법인약국을 허용하고, 원격의료도 허용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영리 자회사의 허용은 병원과 의사, 환자가 자회사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영리법인약국의 허용도 기업형 체인 약국의 확산을 초래하여 의료의 독과점이 우려된다. 원격의료의 허용도 동네병원의 파산을 촉진할 뿐 아니라 안전성이나 비용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시도이다.

 

보육의 한계, 교육의 포기

 

2014년 예산에서 보육예산은 4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하였다. 그나마 보육 부문에서는 당초의 공약이 일정부분 지켜지고 있다고 보이나, 3~5세 누리과정 지원 비용의 증액이 실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보육서비스의 질적 개선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특별활동비의 증가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 노력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여성의 고용률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가정 양육을 장려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편적 보육 서비스가 발전한 스웨덴에서도 전업 주부에 대한 보육 지원보다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의 보육 지원도 여성 고용 확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대학 학자금 대출 금리를 실질적으로 0%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이자율이 낮아져 지원의 필요가 사라졌다는 이유를 들어, 이 공약을 폐기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에 소득 수준별 국가장학금 차등 지원을 통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행이 1년 간 보류되었다. 또한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달성하겠다는 공약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폐기되었다. 이처럼 고등교육과 관련된 부문에서 대선 공약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고용정책: 양적 집착, 질적 하락?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월 소득 130만 원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국가가 100% 보장하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50%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후퇴하였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도입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을 표적집단으로 정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여 고용률 70%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공공부문에 신규 채용 인원의 8~10%를 시간선택제로 하도록 강제하는 등 단지 고용률 70%라는 수치에만 집착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도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로 인한 고용의 질 저하와 정규직 업무의 시간제 대체로 인한 전반적인 근로조건 악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연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당 8.50 유로의 최저임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최근 최저임금의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도입은 최저임금의 인상,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즉, 무조건 일자리 개수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용의 양과 질을 모두 제고할 종합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빈곤정책의 후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말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변경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개별급여 방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권리성 공공부조제도에서 행정부의 재량형 빈민 지원으로 축소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개혁안은 근로능력이 미약한 빈곤층의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의 관할 부서가 서로 달라짐에 따라 빈곤층은 급여에 대한 접근에 더 많은 곤란과 장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 지키기 연석회의에서 지적된 대로, 최저생계비 대신 대체 된 ‘최저보장수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불명확하다. 또한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및 절차를 각 급여를 담당하는 행정 부처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또한 ‘기준 중위소득’의 산정 방법 및 절차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려고 한다. 급여 기준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활용’하는 수단으로 상대적 빈곤에 대한 보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복지 포기의 정치는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위협

 

현재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를 방어하는 논리는 대부분 ‘재정 건전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재의 국가부채를 감당하기도 어려워 복지예산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맞서 박근혜 정부가 조세 인상과 국가 부채의 증가에 대한 공포를 심는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와 축소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회복의 느린 속도와 정부 세수의 감소에 대한 국민의 이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민주당 등 야권이 충분하게 이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의 취소되면서 현재와 같이 취약한 사회보장 장치가 계속 유지된다면,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은 더욱 악화되고 한국 경제의 장기적 지속가능성도 약화될 수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복지 포기’의 정치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국가 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일부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을 더욱 키우고, 특히 사회의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중심적 복지개혁은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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