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계올림픽=돈 잔치? 소치가 보여준 '민낯'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계올림픽=돈 잔치? 소치가 보여준 '민낯'

[편집국에서]종합순위 경쟁 무의미한 이유

24일 오전(한국시간) 막을 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인 러시아가 폐막 직전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금메달 13개를 비롯해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를 따냈다.

개최국인 러시아는 종합 1위를 차지하자 '러시아의 위대함'을 노래하며 자축을 벌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갑자기 전력이 급상승한 모습을 보이며 종합우승을 하면서 '올림픽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때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로 종합 11위를 했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소치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2007년 7월 이후 러시아가 개최국의 명예를 걸고 각고의 노력으로 전력을 급상승시킨 덕분이라고 하지만, 하계올림픽이라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힘들다. '동계올림픽' 회의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2014 동계 올림픽 폐막식이 열리고 있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러시아 국기와 그리스 국기, 차기 개최지 한국 국기(왼쪽부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계올림픽과 대조적인 동계올림픽

러시아가 종합우승하기는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이다. 4년 전 동계올림픽 때와 비교해서 급격하게 금메달 수를 늘린 비결은 뭘까? 분명히 러시아의 전력은 급상승했다. 하지만 하계올림픽이라면 4년 전 종합 순위 11위 국가가 1위가 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돈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개최국의 이점 정도로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소치올림픽에 투입된 500억 달러의 예산 중 상당한 자금이 경기장과 기반시설 구축 등에 쓰고 그 중에서 절반 가량은 '횡령'이 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쓰인 예산 중에서 '전력 향상'에 투입된 자금도 엄청날 것이다.

러시아는 20년 전 8번이나 종합순위 1위를 했던 역대 전적이 보여주듯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나라이고, 동계올림픽 종목이 잠재력 있는 종목에 돈을 퍼부으면 성적이 나오는 곳이니만큼 이런 공식이 충실하게 반영됐다.

러시아는 취약 종목이라면 뛰어난 외국 코치들을 영입하고, 외국 선수들을 귀화시켜서라도 '금메달 제조기'를 육성했다. 러시아가 소치올림픽에서 따낸 13개 금메달 중 6개가 '귀화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필이면 '쇼트트랙 영웅'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선수가 되어서 쇼트트랙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주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메달'의 성적을 거둬 우리를 착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금메달들은 '돈을 쏟아부은 효과'로 얻었다면, 아예 '빼앗은 금메달'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얘기를 듣는 금메달도 있다. 이것도 공교롭게 한국의 김연아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피겨 싱글 금메달이 편파판정으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어찌됐든 동계올림픽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돈잔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소치동계올림픽은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더 고약한 문제가 있다. 국가별로 메달을 딴 종목들을 보면 두드러지게 편차가 나는 경향이 있다.

멀리 갈 곳도 없이 한국은 종합 13위를 하면서 8개의 메달을 땄는데, 모두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반면 17위를 한 일본도 메달 수는 한국과 같은데, 7개가 설상(雪上) 종목에서 나왔다. 나라 별로 메달이라도 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종목들의 차이가 이렇게 심하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아이스하키와 노르딕복합 종목은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피겨 단체전도 마찬가지다. 김연아처럼 '하늘이 내린 선수'가 없었다면 피겨 싱글에서 "참가 자체가 영광이죠"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을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경쟁 구도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나라는 88개국이다. 200여개 국이 참가하는 하계올림픽들과 비교해 보면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이 어색해진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아무나 참가 못하는 비싼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88개 국 중 종목 수에도 못미치는 15명 이하로 보낸 나라가 대다수다. 반면 개최국 러시아는 206명, 세계 최대 부국 미국은 230명을 내보내는 등 일부 국가들은 선수단 규모 자체가 다르다. 한국도 71명을 내보내서 선수를 많이 보낸 상위권에 속한다.
종목별로도 '빈부격차'는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극히 일부만 참가권이 주어지는 종목들이 즐비하다. 예를 들어 아이스하키에는 남자 12개 팀, 여자 8개 팀만 참가한다. 올림픽 개최국이라도 자동출전권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 부자나라'라는 한국조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개최국으로서 창피하지 않으려면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현재 23위 수준인 아이스하키에서 출전권을 따낼 정도로 전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할 형편이다.

피겨 단체전은 2013-2014 시즌 메이저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0개국에 주어진다. 그것도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까지 전종목을 두루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캐나다, 러시아,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독일, 우크라이나, 영국 등 10개 국만 참가했다.

피겨 단체전은 소치동계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것이다.1976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이스댄싱은 지금도 "이게 스포츠 종목이냐. 왜 동계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북반구 설원을 누빌 조건이 되지 않는 나라들에게 기본적으로 불리한 설상 종목에는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98개 중 꼭 절반인 49개가 걸려있다. 한국은 설상 종목에서는 메달은 고사하고 톱 10에 딱 한번 진입한 게 최고 성적이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스키점프가 기록한 8위다.

동계올림픽의 경쟁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빈부격차'를 전제로 하는 방식이라면, 누가 금메달 많이 땄느냐로 종합순위를 따지고 자랑하는 게 참 우습지 않은가? 마치 부잣집에서 자기들이 유리한 종목들로 구성한 대회를 열고 훨씬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고, 형편이 좋지 못한 집들도 두어명 참여하게 해서 이들과 경쟁해서 이긴 뒤 "88개 집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공정하게 겨룬 끝에 종합순위에서 부잣집이 1위했다"고 발표하는 격이다. 이런 대회에서 종합우승했다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고, 순위 경쟁에 안달할 일인가?

동계올림픽을 보면, 도대체 어떤 점에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올림픽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고, "평화의 축제"로 지구촌에 기여하는 스포츠행사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스포츠 장사꾼' 같은 IOC 결정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가 갑자기 종합우승한 비결을 살펴보자.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후 8년 가까운 기간 동안 러시아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개최지 결정 자체가 마치 '경매'처럼 이뤄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였던 한국의 평창은 2차 투표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총회가 열린 과테말라시티까지 날아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0억 달러"를 부르면서 뒤집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20억 달러는 한국은 엄두도 못낸 어마어마한 액수다. IOC가 '스포츠 장사꾼'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경매물을 손에 넣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푸틴은 소치 올림픽을 통해서 러시아의 위대함을 보여주면서 민족주주의를 고양시키고, 자신의 '제왕적 권력'을 과시하는 행사로 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스포츠 행사에서 위대함을 과시하려면 일단 '금메달'로 따지는 성적부터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푸틴은 자신이 IOC에게 약속한 120억 달러 정도가 아니라 물경 5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계올림픽 사상 최대 비용이 들었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능가하는 액수다.

그렇다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한국은 어떨까? 러시아처럼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여력도 없지만, 동계올림픽을 '민족주의 고취'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에 혈안이 되는 수준의 나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개최국 체면을 위해서 아이스하키 종목에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아이스하키 강국' 캐나다 선수 3명을 귀화시켰고, 캐나다 시민권자 등 교포도 국적을 회복시켜 출전시키려고 하는 등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설상 종목에서 메달이라도 좀 따야 하려면 할 일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메달을 많이 따서 국위를 선양한다는 발상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대가로 막대한 예산에 따른 재정적자에 시달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을 위해 지은 시설물들은 연간 유지비만 2조 원이 들어갈 정도로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왕 치르게 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소치올림픽처럼 '수치올림픽'이 되지 않는 21세기형 롤모델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