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보통 사람들'을 찬양하는 진짜 민주주의, 이 사람이 만들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보통 사람들'을 찬양하는 진짜 민주주의, 이 사람이 만들었다

[추모] 정치학자 로버트 달(1915~2014)

20세기 최고의 민주주의 이론가


지난 2014년 2월 5일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정치학자 미국의 로버트 달 교수가 향년 98세(1915~2014)로 타계했다. 로버트 달 교수는 정치학계에선 최고의 민주주의 이론가로 통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적절한 통치 모델로서 서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광범위하게 채택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체제가 되었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민주주의를 옹호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고대와 중세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에 와서도 달만큼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옹호해온 학자는 없었다.


▲ 정치학자 로버트 달. ⓒ출처 www.dsausa.org
그는 1956년 <민주주의 이론 서설(A Preface to Democratic Theory)>에서부터 2006년 그의 마지막 저작이 된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김순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를 쓰기까지 60년 동안 민주주의 이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 달에 따르면 '민주주의 이론(democratic theory)‘이라는 말은 그가 처음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정치학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였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이론화하는 작업의 시작과 체계화는 로버트 달의 평생의 연구와 저작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이론 서설>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증보판(2006) 서문을 보면 로버트 달 자신도 '자신이 평생 민주주의 이론가로 일관된 삶을 살게 될지는 몰랐다'고 한다.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60년 동안 민주주의 연구에 천착한 그의 이론은 잠깐 유행하다 끝나는 여느 이론들과는 분명 다르다. 몇 십 년이 흘러도 민주주의의 기원과 역사, 본질과 성격에 대해 그 핵심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의 이론은 여전히 유효한 학문적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은 이미 민주주의의 고전이다.


보통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민주주의 연구의 토대


1915년 미국 아이오와 주의 인우드(Inwood)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로버트 달의 인생에서 크게 두 가지 경험들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어린 시절의 노동 경험이었다. 달의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농부들이었던 조그만 마을에서 살림은 그리 넉넉지 않았다. 달의 아버지는 달이 만 10세가 되던 1926년 가족들을 이끌고 알래스카로 이주하게 된다. 알래스카 철도 노동자들을 돌볼 의사를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을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Skagway)라는 작은 마을에서 보낸 달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두 살 때부터 파트 타임 부두 노동과 철도 노동을 했다. 불법 아동노동이었지만 체격이 커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노동 경험에 대해 달은 “흔히 '보통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해 매우 깊고도 지속적인 경의를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보통 사람 누구나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그의 민주주의 이론의 기반이 되었다.


두 번째 경험은 관료로서 정부에서 일한 경험과 사회당 가입이다. 달은 공직자의 꿈을 갖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예일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37년 그는 뉴딜의 핵심 부서라 할 수 있는 전미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LRB)의 경제조사부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훗날 부인이 될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유대인 진보파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게 되었고 평화적 사회주의자인 노먼 토머스(Norman Matton Thomas)가 주도했던 사회당에도 가입했다. 그리고 박사 논문을 위해 다시 예일대학교로 돌아와 ‘사회주의 프로그램과 민주정치 사이의 양립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1940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에서 그는 국유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의 길에 비판적인 동시에 시장 사회주의에 친화적인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 농무부와 전시생산위원회(War Production Board: WPB) 등에서 3년간 일을 한다.


하지만 관료 생활의 단조로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1944년 군에 자원입대해 그해 가을 유럽 전투에 배치된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기 때문에 달은 그때의 자신의 결정을 “바보 같고 무책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제71보병 정보 정찰 부대에 소속되어 위험한 전투에 참가하면서 그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읽고 쓰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깨닫고,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민주주의 이론 서설(A Preface to Democratic Theory)>(로버트 달 지음,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Books 펴냄).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Books
1946년 예일대학교로 돌아온 달은 그 뒤 60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학교로 돌아온 이후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학교와 연구실을 지키며 수많은 논문과 저서들을 집필했다. 그는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동료 교수와 학생들은 늘 친근한 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며 그를 “미국 정치학자들의 학과장[큰 스승](Dean)”이라 불렀다.


언젠가 예일대에서 수학한 서강대 류석진 교수에게 “로버트 달 교수님의 수업 들어보셨어요? 어떠셨어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류석진 교수는 미국 유학 가서 얼마 되지 않아 수업시간에 영어로 떠듬떠듬 질문을 던지던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주의 깊게 듣고는 “혹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냐”며 그 얘기를 보다 의미 있는 내용으로 정리해서 아주 친절한 대답을 해주었던 달 교수의 얘기를 전해주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외국 학생들에게도 매우 친절하게 인간적 신뢰를 보여주었던 로버트 달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로버트 달은 1946년부터 예일대에서 가르치며 1966~67년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지냈다. 1972년에는 국립학술원 회원으로 선임되었으며, 1995년에는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 정치학상(The Johan Skytte Prize in Political Science)을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1986년부터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의 최고 명예를 상징하는 스털링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평생의 연구 주제는 민주주의


로버트 달의 평생의 연구 주제는 민주주의였다. 그의 첫 번째 민주주의 이론서 <민주주의 이론 서설>(1956)은 로버트 달을 20세기 최고의 민주주의 이론가로 만든 고전이다. 민주주의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역사적 관점이 아닌 이론적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 달은 민주주의를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로 보고 그것이 갖는 위험을, 권력을 쪼갬으로써 즉 삼권분립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했던 '매디슨 민주주의(Madisonian Democracy)’를 비판한다. 달이 보기엔 민주주의란 '다수의 지배(majority rule)‘가 아니라 '소수들의 지배(minorities rule)’다. 다수란 수많은 소수들로 구성되며, 수많은 소수들이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소수들의 지배'를 현실에 적용한 책이 1961년에 출간된 <누가 통치하는가?(Who Governs?)>이다. 달의 연구와 저서 가운데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에서, 그는 소규모 권력 엘리트가 민주정치를 지배하는 것으로 봤던 C. W. 밀즈와 같은 “엘리트 이론가”의 연구에 방법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도전하면서, 자신의 이론과 권력 개념을 발전시켰다. 예일대가 있는 뉴헤이번 시의 실제 권력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엘리트주의 이론을 경험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후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론과 권력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전개되었으며, 한동안 달은 네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집중적 표적이 되기도 했다.


달은 2006년 인터뷰에서 “이 책은 분명히 경험적 연구였고 책의 어떤 내용도 뉴헤이번 시장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주까지 달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책을 리처드 리(Richard Lee) 시장의 정책을 규범적으로 정당화하는 책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 <폴리아키(Polyarchy)>(로버트 달 지음, Yale University Press 펴냄). ⓒYale University Press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기념비적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는 <폴리아키(Polyarchy)>(1971)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달은 현대에 실제로 실천되고 있는 민주주의를 개념화하는 방법과 관련해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달은 민주주의를 경험적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이상(ideal)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 실천되고 경험되는 현대 민주주의를 개념화하고자 폴리아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그는 민주주의란 절차적으로 정의되는 개념이자 '경쟁'과 '참여'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폴리아키'라는 용어가 '민주주의'라는 대중적인 용어를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달의 폴리아키론은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비교정치학 문헌에서 끝없이 논의되고 있다.


달은 정치학의 행태주의 혁명의 선두에서 정치학의 실증적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했으며, 엄밀한 방법론과 분석적 표준을 세우는 노력을 계속했다. 정량적 분석과 설문에 기초한 연구가 많아졌으며, 정치학 분석 방법론에 대한 교과서 <현대 정치 분석(Modern Political Analysis)>(1963)도 썼다. 동시에 비교 연구의 기틀이 될 만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주제는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의 정치적 반대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그 결과 중요한 두 개의 저서인 <서구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반대(Political Oppositions in Western Democracies)>(1966)와 <체제와 반대(Regimes and Oppositions)>(1973)를 출간하게 된다.

1980년대 들어와 달은 초기의 다원주의적 입장을 일부 수정하고, 지나치게 커진 기업 권력의 영향력과 불평등의 심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주장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래서 이때의 달은 흔히 '신다원주의자'로 분류되곤 하는데, 그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 <다원 민주주의의 딜레마(Dilemmas of Pluralist Democracy)>(1982)와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A Preface to Economic Democracy)>(1985)다. 그리고 수호자적 민주주의를 비판한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Democracy and Its Critics)>(1989)과 <민주주의(On Democracy)>(1998)와 같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읽히는 책을 썼다. 나아가 86세에 출간한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How Democratic is the American Constitution?)>(2001)에서 로버트 달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유보 없는 비판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도 했다.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On Political Equality)>는 2006년 달이 91세에 출간한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을 끝으로 달은 저술 활동을 마감하고 인터뷰와 독서로 말년을 보냈다. 이 마지막 책에서 달은 “민주주의의 이상이라 할 정치적 평등은 이성적으로 합당한 목표이자 경험적으로도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정치적 평등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인가? 인간의 이성적 힘인가 아니면 감정과 열정의 힘인가? 반대로 정치적 평등의 실현을 제약하는 인간 본성과 인간 사회가 갖는 불가피한 한계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던진다.

민주주의의 문제를 이처럼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자 한 연구는 기존의 비교정치학 나아가 정치철학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평생 동안 민주주의의 경험적 사례를 연구해 왔던 로버트 달이 말년에 이르러 갖게 된 철학자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다. 달은 이 책에서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어떤 근본적인 도덕적 원칙으로서 '정치적 평등'의 원칙을 강조한다.


▲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로버트 달 지음, 조기제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과지성사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조금씩 관점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민주주의의 기원과 역사가 양립 가능하도록 민주주의를 개념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상과 실제를 구분하고, 민주적 이상과 실제 제도―특히 대규모 민주주의나 폴리아키―모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진화된 모습을 포괄할 수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개념화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그의 민주주의관이 초기의 생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애초에 가졌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에서 점차 생각을 확장, 자신의 주장의 기반들을 넓혀갔다. 무엇보다 그는 비판이 있으면 언제든 그 비판을 수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보다 더 확장하는 토대로 삼았다. 그의 민주주의 이론은 1950년대 <민주주의 이론 서설>에서 시작해서 점차 확대되어 1980년대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에서 어느 정도 완성에 이른다. 그는 스스로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에 이르러서 완결된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을 만나면 힘을 얻는다


달의 장점이자 최대의 매력은 늘 결론이나 주장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에 도움을 준다는 데 있다. 그는 최대한 객관화가 가능하고 비교할 수 있으며 입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분해하려는 노력을 멈춘 적이 없다. 정치학 책 가운데 달의 책만큼이나 분석적 전제나 가정이 많은 책을 보기 어렵다.

▲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로버트 달 지음,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후마니타스
무엇보다 정치학자 달에게 느끼는 탁월함은 그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은 늘 새로운 대답을 찾으며 다른 사람의 발견이나 연구를 즐거이 인용하고 평가해 주면서 그 때문에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한다. 정치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달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다른 동료 교수의 수업을 듣곤 했다.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갖고 기꺼이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는 그 자체 민주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늘 학교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것을 권유했다.


“내가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믿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인생 초기에 보통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이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는 항상 힘을 얻는다.”

그래서 그의 민주주의론은 늘 특별한 인간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실제 모습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잘 운영되지 않는 것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곤 한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에 대한 신뢰야말로 우리 정치가 그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한국도 민주주의를 사반세기 동안 실험해 오면서 민주주의 그 자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운동론적 민주주의든 참여적 민주주의든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달의 저작들에 깊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추모의 글을 마치며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로버트 달 지음, 김순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후마니타스
학부에서부터 정치학을 공부한 내게 로버트 달은 늘 익숙한 학자였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로버트 달이 91세에 쓴 마지막 저작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를 번역하면서 노학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그를 학자로서 존경하게 되었다. 번역을 하면서 당시 95세의 로버트 달이 번역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타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이 출간되기까지 다행히 살아 있었고 나는 그의 마지막 저작이 번역 출간된다는 것을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 당시에도 그의 건강은 썩 좋지 않아 그의 비서가 대신 메일에 답신을 보내주었다. '그의 기력이 많이 쇠해서 나의 메일에 직접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가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소식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의 역자 후기를 “역자의 실수로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정치학 거장의 마지막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글로 맺었다. 이제 백수를 다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권위자의 마지막 책을 번역할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끝으로 짧은 추모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인이 된 로버트 달 교수가 이제는 편안한 안식을 찾기를 기도한다.

참고한 책들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로버트 달 지음, 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로버트 달 지음, 박상훈·박수형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민주주의>(로버트 달 지음, 김왕식 외 옮김, 동명사 펴냄)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로버트 달 지음, 조기제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로버트 달 지음, 김순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민주주의 이론 서설>(증보판)(로버트 달 지음, 한상정 옮김, 후마니타스 근간)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헤라르도 뭉크·리처드 스나이더 인터뷰, 정치학강독모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