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경영 성과'를 근거로 공공 병원인 강릉의료원과 원주의료원에 대한 매각·축소·이전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몰아붙인 이후 우려됐던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강원도에서 현실화될 전망이다.
강원도는 이날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에서 '의료원 발전 방안 연구 용역' 2차 공청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책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7월부터 강원도의 의뢰를 받아 도내 공공 병원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강릉의료원은 대학병원에 매각하거나 요양병원으로 기능을 축소", 원주의료원은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전‧재배치"하는 방안을 각각 내놨다.
먼저 원주의료원에 대해서는 "원주시 지역은 의료 공급 및 경쟁 과잉 지역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 기간 진료 및 경영 성과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전·재배치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애초 강원도는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1차 공청회에서 "원주의료원 민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노동시민단체가 반발하자 '이전·재배치'로 내용을 바꿨다. (관련 기사 : '원격 의료' 시범 지역 강원도, 공공병원 민영화·매각 논란)
강릉의료원에 대해서는 "지역 내 경쟁 과잉 상태이고, 낮은 의료 수익과 높은 의료 원가, 적자 지속에 따른 미지급금 증가(체불 임금 41억 원 등)" 등을 지적하며 "도립 노인 전문 병원과 통합하여 요양 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거나, 대학이 강릉의료원을 인수해 대학부속병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강릉의료원을 매각하면 진주의료원 폐업 때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체불 임금 문제가 불거지고 일부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보고서는 강릉의료원 매각의 효과로 "지역 내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고용 효과 등 경제 유발 효과"를 꼽았다.
그밖에 경영난에 처한 속초의료원에는 "건강검진센터 및 장례식장 증축을 통한 부가 수익 창출"을 주문하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1일 보도 자료를 내어 "강원도는 공공 의료를 포기하고 민간에 특혜를 주는 방안을 폐기하고, 강원도 의료원의 공공적 발전 방안을 제시하라"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강릉의료원을 요양병원으로 바꾸면 강릉의료원은 폐쇄되고 기능이 전환된 요양병원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사례처럼 민간에 위탁 운영될 것"이라며 "결국 강릉의료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민간 위탁 업체만 특혜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강릉의료원을 대학병원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막대한 국비와 도비가 투입돼 신축·리모델링 공사를 한 강릉의료원을 통째로 팔면, 대학 병원은 막대한 특혜를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이후 박근혜 대통령조차 '착한 적자는 필요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건복지부는 지방의료원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며 "폐업·매각·수익성 추구는 지역 거점 병원 강화 정책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강원도는 보건복지부가 꼽은 대표적인 '의료 소외 지역'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오리발' 복지부, 홍준표 '도우미' 자인하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원격 의료법 수정안'을 공표하는 보도 자료에서 "정부는 원격 의료로 재벌에 퍼줄 돈으로 부족한 공공 의료 기관을 확충하고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해야하지 않느냐"고 스스로 질문하고 "원격 의료와 병행해 공공 의료를 확충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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