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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는 올림픽이 아니다

[소치 인사이드] 김연아의 '절대 연기', 빛나는 감동

21일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 경기에서 김연아가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많은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편파판정을 예상한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 개막 이후 '소주에 치킨 먹으면서' 보는 올림픽이라고 편하게 여긴 팬들일수록 '김연아의 빼앗긴 금메달'에 충격이 컸다. 이제 많은 팬들은 "소치올림픽이 아니라 '수치올림픽'으로 기억하겠다"는 표현에 공감하고 있다.

사실 소치동계올림픽은 처음부터 푸틴과 러시아의 영광을 세계에 알리는 '기획 이벤트'라는 지적이 있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하계올림픽 역대 최대 비용을 능가하는 무려 5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서 보듯, 소치동계올림픽은 나치 독일이 '정치행사'로 만들었다는 베를린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스포츠대회를 유치한 주된 목적이 '정치 행사'라면 이왕이면 '이벤트 효과'가 가장 큰 종목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차지하려고 노리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푸틴이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아이스하키장을 직접 찾은데 이어, 대중적 인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여자 피겨의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직접 응원까지하겠다 나섰을 때부터 이 종목의 금메달은 '푸틴의 하사품'이 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아디오스 노니노' 음악에 맞춰 연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피겨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 스캔들"

김연아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다는 판단은 상당한 '객관성'을 갖고 있다. 외국 언론들과 전설적인 역대 피겨 메달리스트들의 반응도 이례적일 정도로 비판적이다.
BBC 방송의 캐스터는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순서로 나선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본 뒤 감격한 목소리로 "금메달입니다. 무결점 연기"라고 전한 뒤 점수가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LA타임스의 빌 플라시케 기자는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SNS에 "김연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고 소트니코바보다 나았다. 만약 김연아가 5분 후 올림픽 챔피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이건 엄청난 스캔들이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종 점수가 발표되자 플라시케 기자는 "김연아가 졌다니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완전한 스캔들이다. 러시아의 소트니코바가 이기고 팬들은 미쳐버리고 김연아는 사라지고, 완전히 잘못됐다"고 적었다.

플라시케 기자는 "러시아는 어젯밤 아이스하키에서 진 뒤 챔피언이 필요했고 한국 금메달을 뺏어 하나를 얻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 역시 '스캔들'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CBS는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이 끝나자 "올림픽 2연패 주인공이 탄생했다"고 미리 단언할 정도였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면서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올림픽 중계 채널인 NBC방송은 경기결과가 발표된 직후 자사 트위터에 "김연아가 은메달을,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코스트너가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 결과에 동의 하십니까?"라고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NBC 캐스터인 알렉스 골드버거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트니코바는 잘 했지만, 김연아는 도둑 맞았다"라고 썼다. 스포츠 전문 방송인 ESPN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빙판 위의 홈 어드벤티지', ‘집에서 요리한' 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억지 금메달'이라는 시각을 보여줬다.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역대급'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올림픽 2연패'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국영 ARD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섰다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다.

1948과 1952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미국 피겨의 전설 딕 버튼 역시 SNS을 통해 "연아야,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금메달이나 '2연패'를 떠나 이날 정말 놀랍고 감격적인 순간은 역시 '김연아의 절대 연기'였다. 소트니코바에게 말도 안되는 가산점을 주어지는 것을 알고도,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때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연아는 이미 심판의 점수가 아닌 자신만의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준비를 하면서 심리적·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것을 이겨냈다는 것에 120점을 주고 싶다. 제가 평가하는 제 점수는 100점 만점에 120점입니다."

'영원한 피겨 여왕'으로 남게 될 김연아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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