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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주목받는 김연아 키즈, 김연아 뛰어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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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주목받는 김연아 키즈, 김연아 뛰어 넘나

리프니츠카야·그레이시 골드와 한국의 김해진·박소연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 선수와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아사다 마오 선수, 여기에 일약 올림픽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선수와 전미선수권 우승자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 선수까지,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시상대에 오르기 위한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중 이른바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신예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 선수와 유사한 경기 구성으로 200점이 넘는 점수를 기록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는 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214.41점의 점수를 받으면서 단숨에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이 점수는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여자 싱글로는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여자 싱글 최고 기록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운 228.56점이며 2위 기록 역시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218.31점이다.

그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수행한 세 번의 점프는 모두 김연아 선수와 같은 점프였다. 다만 경기의 절반이 지난 후에 수행하는 점프에는 10%의 가산점을 준다는 규정에 근거해 김연아 선수가 더블 악셀을 경기 중반부로 배치한 반면, 리프니츠카야는 더블 악셀보다 기초점이 높은 트리플 플립을 뒤로 배치해 더 많은 가산점을 챙기는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 피겨 국가대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선수가 지난 8일(현지시각) 열린 피겨 단체전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레이백스핀을 선보이고 있다. 리프니츠카야는 유연한 스핀으로 많은 가산점을 챙겼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리프니츠카야 선수의 진짜 무기는 점프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점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탁월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단체전 프리 프로그램 경기에서 후반부에 뛴 트리플 러츠 점프에 ‘롱엣지(wrong edge)’ 판정을 받아 점프 기초점도 챙기지 못했다. 점프의 비거리나 높이도 일반적인 수준이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는 스핀에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엄청난 유연성과 빠른 회전 속도를 내세운 그의 스핀은 피겨 단체전에서 수행한 모든 스핀에서 최고 레벨을 받았다. 각 스핀마다 1~1.5점의 높은 가산점도 챙겼다. 등을 뒤로 젖혀서 도는 레이백 스핀에서 왼쪽 다리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그의 유연성은 보는 사람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다만 스핀에서는 회전축의 역할을 하는 다리가 옆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면서 도는 것이 중요한데 그의 스핀에서는 회전축이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 높은 가산점을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 리프니츠카야 선수의 굳은 표정이 차가운 인상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5일 <에이피>통신에 보도된 그의 첫 번째 코치였던 엘레나 레브코베츠의 말에 따르면 리프니츠카야는 어렸을 때부터 넘어져도 울지 않았으며 표정이 없고 진지한 얼굴이었다고 한다.

리프니츠카야의 이러한 딱딱한 모습은 종종 건방지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피겨 단체전 금메달을 수상한 후에 격려를 하러 내려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리프니츠카야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시상식에서도 그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2위로 시상대에 오른 리프니츠카야는 1위를 한 아사다 마오의 포옹을 거부하고 대신 악수만 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끼리 포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런 행동은 결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의 어머니인 다니엘 리프니츠카야씨는 <에이피>통신에 “많은 사람들이 딸을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딸은 그녀의 세계 안에 있다. 앞만 보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 바라기, 그레이시 골드

또 한 명의 주목받는 신예로 전미 선수권 우승 이후 미국의 새로운 피겨 스타로 떠오른 그레이시 골드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평소에 김연아 선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 왔는데, 지난 17일(현지시각)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의 출전 순서를 결정하는 조 추첨에서 김연아 선수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 드디어 김연아와 사진 찍었어”라는 멘트와 함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레이시 골드는 리프니츠카야와는 달리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밝은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연아 선수가 맹활약을 펼쳤던 2010년 전후반 시기에 미국 피겨 여자 싱글 부문에서 딱히 내세울 만한 스타가 없었던 상황에서 등장했다는 점도 골드가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레이시 골드의 점프 구성 역시 김연아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전미 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점프를 뛰었고 이후 점프들도 무난하게 성공하면서 72.12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프리프로그램에서도 139.57점을 기록하면서 합계 211.69로 전미 선수권을 거머쥐었다. 물론 자국에서 치러지는 경기라 심판의 점수가 후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골드가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치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골드는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롱엣지 판정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비교적 정확한 점프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는 지난 피겨 단체전 프리프로그램에 출전해 129.38점을 획득, 리프니츠카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날 트리플 플립 점프가 롱엣지 판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수 없는 연기를 펼쳤다. 개인전에서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 획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외모로 주목을 받은 그레이시 골드는 김연아 선수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 피겨 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거 골드가 눈을 꼭 감은 표정을 하고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아시아인 얼굴”이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동양인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리프니츠카야와 그레이시 골드 모두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실력이 있는 선수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에도 얼마든지 먹구름은 낄 수 있다. 성장기에 접어들어 몸이 변화하면서 이에 따르는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김연아 선수 역시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줄곧 부상에 시달려 왔다.

실제 리프니츠카야의 어머니인 다니엘 리프니츠카야씨는 <에이피>통신에서 “딸이 최근 성장하면 할수록 부상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한 시즌에 7번이나 다친 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성장기의 고통을 이겨내고 소치를 넘어 4년 후 평창에서도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성장통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피겨 국가대표 그레이시 골드 선수가 지난 9일(현지시각) 열린 피겨 단체전 프리프로그램 경기에서 점수를 확인한 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의 김연아 키즈, 김해진·박소연

지난 13일(현지시각) 김연아 선수는 후배 선수들과 함께 소치 현지에 도착했다. 김연아 선수의 양옆을 지킨 이들은 한국 피겨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해진·박소연 선수다. 이들은 현지 훈련과 조 추첨 등 김연아 선수와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한국의 김연아 키즈는 얼마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이들의 기록은 앞서 소개한 리프니츠카야, 골드 선수보다 다소 뒤처지고 있다. 가장 최근 열린 국제대회인 4대륙 대회에서 김해진 선수가 166.84점을 획득해 6위, 박소연 선수가 162.71점을 얻어 9위에 올랐다. 200점 가까이 되는 점수를 자신의 최고기록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신예들보다는 낮은 점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김해진 선수는 3개의 스핀에서 최고 레벨을 받으며 기량이 성장하고 있음을 점수로 확인했다. 박소연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유독 점프 실수가 많았음에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얻어 실전에서의 고득점 가능성을 보였다.

박소연 선수는 지난 1월 5일 고양시에서 열린 남녀 피겨 선수권대회에서는 실수 없이 프리 프로그램을 수행해 125.86점의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첫 올림픽 무대이기 때문에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 수 있지만, 실전 무대에서 실수가 없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소치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경험치’를 쌓는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1997년생으로 만 16세인 두 선수는 이제 막 본격적인 피겨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의 경험은 향후 그랑프리 시리즈, 세계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를 치러내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 역시 다른 신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부상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일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피겨 선진국인 다른 국가의 빙상장에 비해 빙질이 좋지 않은 한국의 경기장에서 훈련을 한다는 점은 다른 국가 선수들보다 부상 위험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연아 선수의 은퇴 이후 딱히 기댈 곳 없이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 2018년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야 하는 점 역시 이들에게 던져진 과제다. 소치 올림픽을 통해 한국 피겨의 새로운 얼굴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이들이 소치의 은반에 어떤 연기를 펼쳐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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