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4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지난 12일에 이은 두 번째 고위급 회담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진행될 때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는 북한의 요구에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날 합의 사항에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인 김규현 회담 수석대표는 14일 오후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김 차장은 “현안문제에 대해 남북 상호 간의 입장 차를 확인하기도 하였으나, 장시간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당면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예정대로 진행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 금지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 실시 등 총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는 북한이 지난 1월 16일 이른바 ‘중대제안’을 통해 남한에 요구했던 비방·중상 금지가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상호 적대적 군사적 행위를 하지 말자는 북한의 요구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이 기존에 견지했던 입장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못한다고 했던 것과 관련, 회담 당시에는 이런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신뢰의 첫 단추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를) 믿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시켜야 된다는 설득을 많이 했다”면서 “북측도 우리 측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믿고 해보자는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어떠한 조건도 붙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회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스스로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며 회담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이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5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선발대를 금강산에 파견해 현지에 있는 지원 인력들과 함께 본격적인 상봉 준비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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