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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 박근혜 정부 불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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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용판 무죄, 박근혜 정부 불만 커지고 있다"

[인터뷰] 민주당 혁신블록 '더좋은미래' 참여한 우원식 최고위원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김용판 무죄' 판결로 인한 후폭풍을 민주당이 맞고 있다. 그동안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김한길 지도부가 사실상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당내에서 쏟아진다. 이제와 재점화 하자니 새누리당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이다. '선거의 귀신' 새누리당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의 애드벌룬을 띄우는 등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철수 신당도 "단일화는 없다"면서 민주당을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공격한다.
목표는 분명하다.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관철하고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 아울러 안철수 신당과의 혁신 경쟁 및 야권 연대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 그런데 목표에 이르는 방법론과 현실적인 수단이 문제다.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인 우원식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대선개입 사건에는 "고강도 싸움"을 주문했다. "당원들이나 의원들이 '충분히 싸웠다'는 느낌이 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특검 도입이 어렵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또 다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으로 고강도 투쟁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혁신 경쟁과 관련해선 "현장형 정당"으로의 전환과 "민생 이슈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 일환으로 우 최고위원은 최근 발족한 당내 혁신 블록인 '더좋은미래'에 참여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도 경제민주화를 얼마나 잘했는지 평가단을 구성해 공천할 사람은 재공천하고 아닌 사람은 잘라내고 공약도 그런 기준으로 짜자"고 했다. '더좋은미래'를 중심으로 향후 원내대표 선거와 당권 선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나아가 다음 대선에 승리하기 위한 "집권 전략"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우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선 "쉽지 않은 선거"라면서도 "그렇게 어둡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두 가지 근거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 둘째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혁신 경쟁을 하면서 관심을 끌어올릴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야권연대의 방식에 대해선 "호남은 누가 나가든 새누리당에는 지지 않을 것이니 본선에서 경쟁하고, 다른 지역은 둘 다 나가면 깨지니 예선에서 경쟁하자"고 했다. 나눠먹기식 배분이 아닌, 승리하는 경쟁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그의 제안처럼 움직이게 될까?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편집자>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대선개입 특검, 충분히 싸웠다는 느낌 들 때까지 싸워야"

프레시안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의 후폭풍을 민주당이 겪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철할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 아닌가?

우원식 : 김용판 전 청장 무죄 뿐 아니라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 전체가 그렇다. 대선에서 져 집권에 실패한 상태인데 상대가 아주 불통이다. 야권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분이 대통령이 됐고, 야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과거 체제,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으로 복귀하는 상황이다.

그런 속에서 김용판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니 우리가 특검 요구하고 있지만 안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다른 사건이면 또 몰라도…. 사건의 정도를 보면 명백한 부정선거이고,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정선거가 없었다면 또는 김용판 전 청장이 그날 밤에 그런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면 대선 결과까지 바뀔 정도의 사건이다.

저 쪽(집권세력)에서 초기에 빨리 문제를 풀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많이 지나온 상태에서 특검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을 걸고 안 받으니 우리가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연말에 예산안을 가지고 했어도 수단이 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무죄판결의 후폭풍을 맞는 꼴처럼 돼 있는데, 이렇게 안 될 때는 당원이나 의원들이나 '충분히 싸웠다'는 느낌이 와야 한다. '충분히 했는데도 저 쪽이 워낙 불통이고, 우리 얘기를 받지 않고,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어렵겠다' 이렇게 판단이 돼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의원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아닌 거다.

연말 상황도 그랬다. 지도부가 연말에 큰 싸움을 한 번 벌이자고 했고, 그를 통해 이 싸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말에 별 거 없이 지나갔다. 그랬던 것이 김용판 무죄라는 계기를 맞아 '지도부가 못 싸워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증거를 불충분하게 만들고,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증언은 전부 배척할 정도로 재판이 이뤄진 것은 몹시 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끌고 가는 박근혜 정권을 '상수'로 놓고 볼 때 우리 지도부는 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는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에 (당내 반발 같은) 문제가 오는 것이다. 그런데 코앞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쉽지 않다.

고강도의 싸움을 해야 한다. 김용판 무죄는 앞으로 2심도 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도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검찰이 공소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이미 (수사팀은) 해체된 상태다. 지금 남은 건 정치권이다. 당장 재판 결과에 우리가 영향을 미칠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는 고강도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박근혜 정권이 안 받아서 안 되면 지방선거 이후 또다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으로 고강도 투쟁을 해야 한다. 특검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생각을 포함해서 그렇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지키는, 구 체제로 복귀하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프레시안 : 작년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천막에서 노숙 투쟁까지 했지만 그래도 특검이 관철되지 못했다. 자칫 쳇바퀴 돌듯 내용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강도 싸움'도 결실을 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나.

우원식 : 논의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싸움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우리 의원들이 볼 때는 그것으로는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 그래서 불만이 이 상황에서 지도부를 향하고 있는데, 문제는 불만이 지도부를 향한다는 게 아니라 의원들이 해 보지도 못하고 졌다는 패배감 때문에 그 다음에 뭘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볼 때도 부정선거 문제에 대한 '중심'이 없어진다. 저항하는 힘이 있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져도 살아나지만, 저항하는 힘이 약해지면 패배감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진 게 아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깃발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액션(행동)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작년 12.4 합의 때부터 '사실상 안 되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우 최고위원도 당시 지도부의 일원인데, 노숙투쟁에서 원내 협상으로 전환했던 건 전략적 판단이었는가 아니면 의지의 부족이었는가?

우원식 : 역사에는 가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그 때를 평가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싸움이라는 것이 치고받고 해야 싸움이 되고 주장도 왔다 갔다 해야 논쟁이 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전혀 대응을 안 하고, 그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나는 지도부였기 때문에 결정 과정에 다 참여하고 있었지만 늘 '좀 더 강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의 역량이라고 볼 때, 우리의 역량에 비해 저 쪽이 정권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훨씬 강했다. 그렇게 본다면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때 어떻게 선택했어야 하는가, 특검은 당장 어려우니 좀 미뤄 놓고 특위를 통해 국정원 개혁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자는 결정이 꼭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대표와 원내대표의 투쟁 의지까지 포함한 우리 역량 전체를 보면, 의지는 높았는데 저 쪽이 너무 세다고 할까, 철벽 같았다. 어떻게 대응해도 안 될 것 같다는 마음까지 좀 있었다. 그게 '의지 부족'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그 때의 판단이 다 잘못되고 부족한 판단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싸움은 지속적으로 아직 민주주의 깃발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고강도 싸움도 하며 내부를 묶어내야 하는데, 의원들이 '지금 당장은 안 되더라도 언젠가 할 수 있다'는 투지가 안에 살아 있도록 하는 정도까지는 가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가면 얼마나 가겠나? 이것(대선개입 문제)이 살아 있으면 정권 레임덕이 올 때 또 밝혀지기 시작할 것이고, 그런 계기가 우리가 싸우기에 따라 빨리 올 수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끝까지 간다는 의지가 우리에게 확고하게 있기는 한데, 그것을 힘으로 끌어내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고강도 싸움'의 실질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또 특검 아닌 다른 방법이 있을 수는 없을까?

우원식 : 목표는 특검이고, (이를 통한) 진상규명이다. 지금은 특검밖에 없지 않나? 검찰과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완전히 장악된 상태라고 보이고, 오늘(11일) 신문 보도를 보면 김용판 전 청장의 전화 기록도 증거로 안 넘겼다고 하는데 이렇게 왜곡됐다고 한다면 1심 재판부도 신뢰할 수 없다. 또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문제는 손도 못 댄 거 아니냐. 특검을 다시 할 수밖에 없고 지금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다.

"당 지도부, 지방선거 책임 각오해야…당 혁신블록은 전선체 역할"

프레시안 : 이 와중에 지도부의 소통이 부족이 논란이다.
우원식 : 스킨십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의원총회도 했다. 소통 부족이라기보다는, 민주당 의원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그 (지도부의) 결정에 못마땅한 분들이 꽤 있었다. 과정을 봐야 하지만, 그런 지도부 결정에 대한 불만을 소통 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앞서 우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도부가 모든 자리를 내놓겠다는 각오'를 말하기도 했다. 지도부 사퇴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우원식 : 지금 얘기는 아니고, 지방선거에서 지면 지도부로서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그것(책임)을 각오하고 나머지 문제를 보자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선거를 앞에 두고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만들자? 그러면 국민에게 오히려 더 불신을 줄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도 최고위원이지만 선거에 지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안철수 의원 측과의 관계도 그렇고, 당 내부 문제도 있고, 국정원 문제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철저한 개혁, 독한 혁신을 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마침 오늘(11일) 오전에 민주당 내 '더좋은미래' 모임(미래모임)도 발족했고 우 최고위원도 여기 참여하고 있다. 당 혁신을 하겠다는데,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취지를 밝혀 달라.

우원식 : 지난 전당대회(2013년 5월)가 끝나고 내가 시작한 '을지로위원회(민주당의 경제적 약자 지원기구. 을지로는 을乙을 살리는 길 이라는 뜻 : 편집자)'가 활동을 했는데,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10년 동안 집권하면서 가진 '귀족정당'의 모습은 던져 버리고 현장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런 태도로 정책 활동을 하는 것이 을지로위원회였다면, 미래모임은 전선체(戰線體)라고나 할까. 의견 그룹이기도 하고 행동 그룹이기도 한데, 야권이 다음 대선을 향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별 내용이 없는데 우리 국민이 필요한 정치는 어떤 상이 돼야 하고 그것을 지금 구체저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연구도 하고 방향을 모색해 보고 현장 활동도 해 보자는 그룹으로 만들었다.

▲우원식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일단 계파로부터는 완전히 다 떠나자고 했고, 그래서 개혁적인 분들 중에도 계파색이 강한 사람은 뺐고 계파로부터 그래도 좀 자유로운 사람 중심으로 꾸렸다. 계파라는 것이 사실은 (당) 바깥에서 만든 프레임이기도 하다. 친노, 비노라는 것도 웃기는 것이다. 나를 두고도 어떨 때는 친노라고 하고, 어떨 때는 비노라고 한다. 어떤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계파를 마구 가르는 것인데 아주 퇴행적이다. 아무도 말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말과 비판을 할 수 있는 정치가 시작돼야 다음 집권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우리의 아젠다(의제)가 뭐냐는 것이다. 우리가 보편적 복지국가, 경제 민주화, 한반도 평화를 얘기했는데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관철해야 하냐는 것이다. (당 부속 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제대로 기능하면 좋겠지만, 지난 전당대회 당시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요 개혁 방안이었음에도 잘 안 되고 있다. 이런 개혁 방향의 경로, 구체적 정책을 다음 대선까지 어떻게 가져갈지 연구도 하는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당 혁신에 대해서는, 과연 혁신이 뭐냐? 지금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면서 의원들 월급 깎는 그런 게 혁신인가?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이 볼 때 국회의원의 특권이 많다고 하는데, 불필요한 것은 버려야 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권한은 유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저는 늘 중앙당을 현장형으로 바꾸자고 주장해 왔는데, 미래모임은 좀더 나가서 결국 현장정치의 중심인 지역위원회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지역위원회가 지금 지역에서 하는 일이 없으니 정당의 기초가 약하다. 실험적으로 '정당의 바닥'의 모양을 바꿔 보자는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이나 시민운동 방식이 될 수도 있는데, 지역에서 그런 활동을 실험적으로 해 보고 검토도 해 보자는 것이다. 집권하기 위한 정책 프로세스 연구와 함께 다음 야권의 대선을 준비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프레시안 : 당내당(黨內黨)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같다. 요점은 계파는 해체하되 긍정적 의미의 정파 기능을 살리자는 것인가? 그러면 원내대표 선거나 당권 경쟁에서도 집단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우원식 : 당내당이라고 하면 뭔가 구분짓는 것 같은데, 그렇다기보다 민주당에서 다음 집권을 준비하는 토대를 염두에 둔 모임이다. 정파와 계파라는 말도 웃기는 말인데,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모이면 계파이고 정치적 견해에 따라 모이면 정파라고 한다면 (미래모임이) 정파일 수도 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모임이 계파라면 계파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의견을 모아서 모아진 의견대로 실천하고 행동하자는 것이고, 우리의 목표는 집권이다. 원내대표 선거나 당권은 뜻과 의지가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권력을 다투기 위해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권하면서 민생 버린 민주당, 현장으로 가야…"

프레시안 : 김한길 대표도 연초부터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우원식 : 지금까지 내놓은 게 주로 특권 내려놓기인데 그건 필요한 일이다. 국민과의 약속이고, 정치가 불신받았던 이유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중요한 이유이니. 그런데 특권 내려놓기를 잘 구분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정말 필요한 권력도 있다. 발언할 수 있는 자유를 만드는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이 그런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꼭 필요했던 것인데, 지금도 유효하다 본다. 지금 민주주의가 완전히 실현됐나? 그런 것을 마구 내려놓는 것은 옳지 않다. 일단 약속한 것은 내려놓고 실천할 필요가 있지만….

김한길 대표가 이야기한 것도 던져 놓고만 있어서는 안 되고, 법이 통과가 안 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프로그램을 같이 내놔야 한다. 김 대표의 혁신안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고, 이것만 가지고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당을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가 문제다.

또 정치개혁 약속 지키는 것처럼 여야가 같이 합의해야 하는 것 말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집권했던 10년 동안 잘못해서 정권을 뺏긴 건데 그 때 뭘 잘못했는지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나는 그때 우리가 민생을 버렸다, 국민들의 고통을 살펴보지 않고 거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민주정부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대다수 서민들의 요구는 독재 권력을 쓰러뜨리고 세상을 바꿔 달라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까지는 했지만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한미 FTA를 그대로 했고, 양극화가 훨씬 강화되고 국민 삶이나 취직은 더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집요하게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게 하나 있다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누가 반대해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이명박 정부가 그냥 해 버렸는데, (집권세력에는) 그렇게 할 만한 권력이 있다.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잡고서도 관료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막으면서 결국 아무 것도 못 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못 했고, 국가 균형발전이라고 하면서 전국에 토목사업 일으키고…. 그러면서 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서민들이 '민주주의 의제는 민주당 것이고 우리 먹고사는 문제와는 관계없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분리된 것이 지금 민주주의가 쓰러져 가는 이유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한 덩어리인데, 우리는 집권 10년 동안 정치적 민주주의의 성장만 보고 경제적 민주주의는 그대로 방치해 버렸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니 민주주의 의제는 민주당 것이고 민생은 민주당과 관련 없다고 하고, 국정원 사건이 나도 별로 관심을 안 갖는다.

우리가 개혁할 포인트가 바로 이거다. 민주주의와 민생 의제를 다시 한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당장은 우리가 힘이 없어 안 되니, 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시도당이나 중앙당을 바꿔서 그렇게 해야 한다. 을지로위원회가 하는 것은 미약하다. 당 전체를 그렇게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 민생 이슈에 좀더 집중하면서 정당 구조를 현장 중심으로 바꾸자는 건가?

우원식 : 크게 보면 그렇고, 우리의 주된 정책 방향을 어디로 가져갈 건지 정하고 지방선거 공천도 그것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얼마나 잘 했는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을 얼마나 했는지 평가단을 구성해 그것을 보고 공천할 사람은 재공천하고 아닌 사람은 잘라내고, 공약도 그런 기준 중심으로 짜자는 것이다. 임금도 최저임금 아닌 생활임금 기준으로 가고, 지자체 비정규직도 정규직화하고, 이렇게 민주당이 (당선)되면 민생이 이렇게 변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우주가 지자체 아닌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김한길 대표가 연초에 당 정책방향과 관련해, 경제성장의 강조와 대북정책 수정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성장 문제를 보면 민주당이 대기업을 배척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수정하자는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노선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는데.

우원식 : 나는 노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비난들을 어떻게 피해 가볼까 하는 이유에서 그런 얘기를 조금씩 하는 것인데 그게 우리 당 노선은 아니다. 대표가 조금씩 얘기하는 것이고 그런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안 야당이냐 선명 야당이냐 하는 구분에서 현재 시기 민주당에 유효한 태도라면 어떤 쪽이라고 보는가?

우원식 : 두 개 다 가야 한다. 그 중 어느 것 하나 뒤로 밀쳐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완전히 구 체제로 돌아가고 있고, 경제적 부분에서도 대기업 중심으로 가면서 경제민주화는 집어던지고 있다. 그러니 선명 야당의 모습을 분명히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선명 야당'은 그저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서민들에 대해 박근혜 정권과는 다른 경로로 그 분들의 민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선명하게 갈 수 없다. 과거 민주(당) 정부를 거치기 전에는 선명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 하는 구분이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분리가 안 된다.

과거에 민생 문제가 따로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민주주의 세력이 곧 민생 세력이라고 보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분리돼 있다. 민주주의 문제로 싸우면 '왜 민생 문제 안 하고 그런 거 하느냐'고 한다. 그건 우리 잘못이다. 불신받고 있다는 것이다. 선명하게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곧바로 서민의 삶과 연결된다는 대안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프레시안 : 미래모임에 참여하는 의원들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강경파'라고 분석하기도 하고, 미래모임 발족 자체를 '김한길 지도부 흔들기'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우원식 : 전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내가 김 대표를 어떻게 대하는데? (웃음) 가만히 주변 얘기를 듣다 보면 김 대표가 판단을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나라는 말도 있다. 김 대표에게 부족한 점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박기춘 전 원내대표와 나의 관계도 그랬다. 굉장히 다른데도 잘 지냈다. (우 최고위원은 지난 5월까지가 임기였던 박기춘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 편집자)

미래모임도 당에 대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당 내 진보그룹이 최소한 20% 정도로 이제 우리 당의 주류다. 그런데 이들을 '내 집 식구'로만 두고 자꾸 중도로 가려 하니 이들이 불만이 많다. 사실 야당의 길은 여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완하고 부족한 것을 메워 주는 것이지 김 대표 끌어내리고 이렇게 가지 않는다.

우리 당에 답답한 게, 다음 집권전략이 뭐냐, 누가 준비하느냐 이런 게 없다. 집권 전략이라는 게 머리만 쓰고 꾀만 내는 게 아니다. 바닥에서, 지역에서부터 변화하고, 생활정치가 권력을 바꿀 수도 있으니 새로운 지역위원회 모형을 만들어 내 보고, 지역에서 잘 하는 사례 있으면 발굴해 내고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그걸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물론 필요하면 부딪칠 땐 부딪치는 거고…. (웃음)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민주당과 함께 '큰 국민정당' 만들자"

프레시안 : 지방선거 판세를 보면, 민주당이 4년 전과 비교하면 수성하는 입장이다.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우원식 : 나는 그렇게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그리 쉽지 않다. 서울, 인천, 경기에서 우리가 이기는 걸로 나오지만 정확한 조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을 박원순 시장과 하나씩 붙여서 조사하지 않나. 김 전 총리 대 박 시장으로 붙을 때는 정 의원 지지자들이 박 시장을 지지한다고 답한다. 이런 역선택이 들어가 있다. 한 사람으로 단일화되면 달라질 것이고, 역선택을 빼고 나면 이미 거의 박빙세에 와 있다고 본다. 분명히 쉽지 않은 선거다.

그러나 왜 그리 어려운 선거가 되지 않을 거라고 하느냐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특히 김용판 무죄 판결 이후 야권이 특검을 세게 주장할 계기가 마련됐는데, 그것(특검 불수용)을 지키기 위해 더 불통으로 갈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다른 제스처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그 쪽에 대한 지지는 더 나아질 것이 없다. 오히려 후퇴하면 더 후퇴하지.

문제는 우리인데, 지금 우리는 안철수 신당과 혁신 경쟁을 해야 할 시기다. 정치적으로 이 선거의 의미가 2가지라고 보는데, 야권의 질서를 재편성하는 측면이 있고, 또다른 측면은 박근혜 정권이 독재의 길로 가게 둘 것인지 견제 장치를 만들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지금은 야권 재편성을 만드는 시기다. 나도 연대 얘기도 하고 '더 큰 국민정당' 얘기도 하지만, 지금은 혁신경쟁을 해야 할 시기이고 여기에 바싹 붙어야 한다. 나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계속 그렇게 말하고 있고, 미래모임도 그런 (야권 내 혁신경쟁의) 필요성에 힘입어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그렇게 안철수 신당과 경쟁하듯 내부 혁신을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국민의 관심을 끌 것이다. 대선 패배 후 완전히 찌그러져 있던 국면에서 이런 동력이 민주당에 대한 관심, 야권 전체에 대한 관심을 올릴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 다음에 공천 시기로 들어가면 '박근혜 정권에 독재의 길을 열어줄 것이냐'가 주요한 질문이 되는 국면으로 가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누가 중심이 될지는 아직 모르고 경쟁해 봐야 아는 것이지만, (민주당과 신당) 둘 다 나가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후보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 큰 국민정당을 만들자'고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경쟁해서 하자는 것이다. 호남은 누가 나가든 새누리당에는 안 질 것이니 본선에서 경쟁하고, 다른 지역은 둘 다 나가면 깨지니 본선 말고 예선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박원순-박영선 방식 국민경선이든, 노무현-정몽준 방식이든 예선에서 떳떳이 경쟁해 센 사람 하나가 나가야 한다고 보고, 그렇게 하면 이긴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에 독재의 길을 열어주게 되고, 그러면 안철수 신당도 우리도 야권 분열의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 번 지니 국민이 얼마나 어렵게 됐나. 그래서 민주당도 문재인 후보도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린 것 아니냐. 다음에 또 지면 민주당, 특히 안철수 신당에 분열과 패배의 책임이 안 갈 수 없다.

프레시안 : 낙관의 근거로 박 대통령의 불통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는데,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된 불통 논란에도 견고하다. 50% 선에서 거의 떨어진 적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세질 거라는 판단은 냉정하지 못한 게 아닐까?

우원식 : 운동장이 좀 기울어진 건 사실이다. 공안 공세도 강화됐고, 남북관계도 민주개혁진영에 불리한 여건이다. 북한이 잘못한 것도 많고, 안보라는 가치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박근혜 정부, 도저히 안 되겠다'라고 하는 이들도 만만찮게 있다. (전체 유권자) 과반이 좀 넘는 숫자일 거라 보는데, 굉장히 단결되고 있다.

중간 쯤에 있던 사람도 박근혜 정부의 불통 모습을 보면서 집권 초반대에 비해 많이 이완돼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가) 40%대 초반으로 갔다가 후반으로 갔다가 움직이고 있는데, 선거는 문제점이 훨씬 노골화되는 시기다. 그걸 피해 보려고 한다면 피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 갖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그렇게 보면 박근혜 정권은 지금까지보다 더 나아질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라도 써먹었지만 이번에는 어렵다.

야권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분열돼 있고, 대선 패배를 책임지면서 1년을 왔는데, 지금부터의 선거 국면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혁신 경쟁을 하면서 관심을 끌어올릴 요인이 있다. 반면 저 쪽은 지금까지에서 크게 변할 게 없다. (야권 지지층이) 35%에서 45% 남짓인데 이들을 잘 결합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고, 우리도 잘 해야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 견제, 심판 분위기가 강화될수록 세게 묶인다. 김용판 무죄 판결이 그런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 측을 향해 '큰 국민정당'을 같이 만들자고 했지만, 그 쪽은 새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우원식 : 아직은 아니지만 그 쪽도 고민할 거라고 본다. 내가 그 속은 잘 모르지만, 결국 안 의원은 대선에 나가려는 것 아니가? 그러면 이번 지방선서에서 그 발판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좋은 사람이 많이 참여해야 하고, 야권의 주된 (차기 대선) 주자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너무 불투명하다.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고 잘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과거가 있고 역사가 있으니 그건 불리하다. 안철수 신당은 과거가 없으니 평가받을 게 없어 유리하다. 미래밖에 없는 세력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였는데, 그 미래가 너무 오랫동안 막연한 미래다. 그게 평가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단점인 '과거'를 극복해 가면 플러스가 될 것인데, 그 쪽은 막연한 미래라는 플러스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지금이 그 국면에 있다.

프레시안 : 설을 지나면서 여론조사 추이가 변한 것을 보고 언론에서는 '민주당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안철수 신당은 천장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우원식 :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이 정말 안 될까?', '안철수의 미래는 정말 화려할까' 이렇게 보는 것 아니겠나. 선거에서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조정기'로 가는 중에 혁신 경쟁을 하는 것인데, 우리가 훨씬 내용 있는 것을 많이 내놓는다. 그런 조정기를 거쳐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혁신경쟁기를 넘어가면 단일화 국면이 될 것이고, 호남에서는 본선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예선에서 단일화하자는 의견이 당 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

우원식 : (두 당을) 하나로 합치자, 한 정당으로 묶자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도 꼭 못할 건 없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면 (경선도) 해볼 만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 선거 같은 경우 안철수 신당 보고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본선 전에 국민경선을 하자는 것이다. 그게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왜 나오지 말라고 하나. 다 나와서 다 붙자 이거다. 그래서 호남에서는 본선에서 누가 센지 겨뤄보고 다른 데서는 예선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안철수 신당 입장에서는 다르게 판단하지 않을까? 이미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고 인지도도 높은데 사전 국민경선 방식을 쉽게 수용할 수 있을까?

우원식 : 그럼 무슨 방법이 있나.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단일화를 지분 나누기로 할 거냐 어쩔 거냐. 나는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아니면 '박근혜 독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둘 다 나가면 필패이니 하나로 합치자는 것이고 합치는 방식에서 가장 떳떳한 방식이 국민경선으로 예선에서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여기는 우리가 먹을 테니 저기는 너희가 먹어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 안철수 신당에 대한 민주당의 비교우위는 뭐가 있을까?

우원식 : 거기는 과거가 없어서 평가를 안 받고, 우리는 과거가 있어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민주와 민생이라는 또렷한 의제가 있다. 그런데 안철수 세력은 새정치라는 의제가 있지만 모호하다. 또 우리는 민주, 민생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예산, 제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낸다. 유능하다 무능하다 이런 소리는 듣지만…. 그런데 거기(안 의원 측)는 불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또렷이 목소리를 내는 게 없다.

효과적인 싸움을 했느냐 아니냐 지적은 있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문제를 가지고 박근혜 정권과 야당으로서 또렷이 대립하고 있고 위험을 무릅쓰고 싸운다. 야당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는 '박근혜' 얘기는 별로 안 하더라. 야당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게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차이다.

또 우리 당 안에서 중도우파 내지 상당히 '정부적'인 시각을 가진 의원이 그리로 가셨다. 강봉균 전 장관이나 김효석 전 의원이나 이런 분들인데, 그 분들이 우리 당 안에서는 야당으로서의 역할, 민생이나 서민을 얘기할 때 별 역할을 못 했던 분들이다. 그 분들이 가 있어서 색깔 자체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그런 걸 봐 가면서 판단할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기초공천제 없앨 힘 가지려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공천 해야"

프레시안 :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인데,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내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하든 말든 우리는 무공천하자'는 말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우원식 : 참 어려운 문제인데, 공천제를 없애면 당적을 가지고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지만 공천제를 두고 무소속 출마를 하려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기초단체장, 기초의원들이 당을 다 나가야 한다. 이건 정당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일이고 정당정치에 너무 큰 손실이 된다. 새누리당하고 우리가 같이 '정당공천제 폐지하자'고 했는데, 나는 원래 이것도 올바르다고 생각지 않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약속을 모두가 지키면 좋은데 새누리당은 안 지킨다고 한다.

공천제 폐지는 (선거전에서) 다리에 모래주머니 차고 뛰는 거다. '같이 모래주머니 차자'고 약속해 놓고 새누리당은 모래주머니 안 차고 뛰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너 약속 안 지켰어. 우리는 지킨다'고 하고 우리만 차고 뛴다? 정말 배짱으로 할 것 같으면 우리만이라도 약속 이행하고 가는 게 맞는데, 탈당이며 정당 기초가 무너지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기초의원은 굉장히 불리해진다.

그런 점을 보면 '우리가 힘을 가지면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하고 이번에는 정당공천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힘을 갖기 위해, 저쪽이 안 한다고 하니 우리도 공천을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힘을 가져서 폐지하겠다고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을지로위원회가 작년에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이슈화에는 실패한 것 같다. 올해 '시즌 2'를 시작했는데 목표가 무엇인지? 열심히 하더라도 사람들이 안 알아주면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 방식을 좀 바꾸는 것은 어떤가?

우원식 : 정치에서 '뿅'하고 나타나 말 몇 마디로 인기를 끌고 부각되고 이런 건 있지만, 자기 의제를 가진 정치인이 누가 있나? 과거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통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과 권위주의 청산, 이 정도였다.

언론을 많이 못 타고 있지만 을지로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의제가 만들어져 가고 있고, 을지로위원회에 찾아오는 당사자, 피해자들 중심으로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있다. 현장 정치가 단방에 큰 인기를 못 끌어도 이렇게 바닥을 오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정치 문화를 바꾸는 길이라고 본다.

을지로위원회도 점점 알려져 함께하는 의원이 40명이 됐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보람있게 하고 성과를 느끼고 있는데, 정치인이 자기 성과가 확 드러나지도 않는데 이렇게 모여서 열심히 재밌게 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게 을지로위원회다.

남양유업 사태 때 확 관심을 끌어서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그 후로도 차분하게 거의 매주 하나씩 꽃을 달면서 성과를 내고 가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을 살리기 신문고 진행현황' 게시판을 만들고, 제기된 문제가 타결될 때마다 해당 항목 옆에 종이꽃을 붙이는 행사를 하고 있다 : 편집자) 꽃 하나를 달 때마다 몇백, 몇천 명이 본다고 생각한다. 장기간에 걸쳐 정치 문화를 바꾼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면 길게 큰 성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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