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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맞춤형 복지, 기초생활수급자에겐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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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맞춤형 복지, 기초생활수급자에겐 재앙

[복지국가SOCIETY] 기초생활법 개정안, 최저 생계비와 수급자 확대 맞바꾸나?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많은 유권자들은 그 명칭이 주는 매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변환되기 시작하면서 감춰져 있던 비상식적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최소 소득 보장 제도와 노동 간의 연계는 부적절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1년 전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시하였다.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는 기존의 저소득층을 위한 급여 체계를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 체계 구축'과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지원'의 두 축으로 재구성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위한 기초생활 보장 제도 등 개편 방안'을 지난해 5월 14일 발표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편 연구진이 같은 해 6월 28일 또 다른 개편 방안을 제시하였고, 9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맞춤형 급여 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물들에 기초하여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을 최종 제시하였고, 이 안은 현재 2~3월 국회의 법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국민기초생활 보장 개편 방안이 긍정적인 정책 효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의 복지국가 전문가들은 우선 '최소 소득 보장'과 노동을 연계하는 것이 별다른 효과가 없으리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최소 소득 이하의 사람들은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즉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우파 정부였던 사르코지 정부가 최소 소득 보장 제도(RMA 제도)와 일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 여부를 연계한 정책을 시범 사업으로 시행했었는데, 정부의 보고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최소 소득 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고용률은 매우 미미하게 상승했을 뿐이었고, 이 상승률마저도 연계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 경기의 상승에 따른 것이었다고 평가되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초생활 급여 결정?

더 큰 문제는 최소 생계비와 그에 기반을 둔 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핵심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과정을 통해 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통합형 급여 체제를 맞춤형 개별 급여 체제로 변환하려 하고 있다.

첫째, 기초 급여(생계 급여, 주거 급여, 의료 급여 등 7가지)의 산정 방식이 최저 생계비에 기초한 절대적 방식에서 상대적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최저 생계비를 산정할 때, 정부가 3년마다 360여 종에 해당하는 물가 및 가구 실태 등에 대해 계측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매년 9월 1일까지 최저 생계비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 방안은 최저 생계비 개념을 없애고, 대신 '중위 소득의 일정 수준'이라는 상대적 방식을 도입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각 급여에 따라 기준이 되는 중위 소득의 퍼센트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생계 급여는 중위 소득의 40%가 수급자의 선정 기준이라면 의료 급여는 중위 소득의 30%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종합적인 '최저 생계비' 개념이 사라지는 대신, 수급자 선정 기준이 생계 급여, 주거 급여, 의료 급여 등으로 쪼개져 책정된다.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기초생활 보장 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사업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개연성이 매우 크다. 현재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최저 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 보장 제도 및 각종 복지 제도의 선정과 급여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통합 관리망을 통한 복지 사업 108개 중,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는 사업이 무려 76개나 된다. 즉 최저 생계비의 산정은 취약 계층이나 복지 사업 대상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저 생계비의 폐지는 기존에 진행되어 오던 많은 사업들에 일대 혼란을 야기할 것이고, 각 사업 간의 비교나 연계 또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복지 전달 체계의 비효율성을 낳을 것이 명백하다.

둘째,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은 선정 기준과 급여 기준을 이원화하려고 한다. 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원칙 중 하나는 사전에 계산법이 규정된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급여자의 선정 기준(어떤 사람들이 급여를 받을 것인가?)과 급여 수준(얼마의 급여를 받을 것인가?)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편 방안에 따르면, 급여 수급자의 선정 기준은 상대적 빈곤선 기준(중위 소득)을 사용하고, 보장 수준은 '최저 보장 수준'을 사용한다고 한다. 즉, 누가 받을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얼마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정부가 직접 자의적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은 행정부의 재량에 따라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을 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선정 기준으로서 중위 소득이 각 경우에 몇 퍼센트인지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최소 보장 수준' 또한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정부가 알아서 정할 것이며 정부를 믿어달라고만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자의적 결정은 기초 급여 수급자의 크기나 급여액이 정부의 입맛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의 재정 형편에 따라 수치가 매년 달라질 가능성도 내재한다.

넷째, 정부의 재량적 결정은 기존의 기초 급여가 갖고 있던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한다. 최저 생계비라는 기준은 정부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 생계비는 현실의 여러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반영된 객관적인 것으로 정부가 주관적으로 판단하거나 기초생활 보장 제도에 배분된 재정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법률은 최저 생계비를 선정 기준이자 급여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기에, 기초 급여에 드는 재정의 크기는 이미 사전에 결정된 '경성 예산'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에서는 급여 수준 결정을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투여되는 정부 예산은 '연성 예산'이 된다. 즉 정부가 원하는 만큼만 투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법적으로 안정적이고 재정적으로 견고하였던 기초 급여가 이제는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르는 제도로 추락하게 됨을 함축한다.

다섯째, 지금까지는 수급자들의 전체적인 필요 수준에 따라 기초 급여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각각의 필요가 갖는 개별적인 크기에 따라 기초 급여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기초생활 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급자의 생활 수준이 전체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최소한으로 여겨지는 기준(즉 현재의 최저 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소득 인정액(소득 평가액+재산의 소득 환산액)과 기초 급여를 합해서 최저 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고 있다(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7조). 이는 수급자가 최소 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확보함으로써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은 생활 전반에 걸쳐 전체적으로 필요한 자원의 크기를 상정하지 않고 단순히 개별적인 급여의 지급에 만족한다.

수급자 확대와 국민 최저선(최저 생계비 보장)의 맞바꾸기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 제도는 광범위한 빈곤층을 수급자로 포함하지 못하는, 즉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애주기별 맞춤형'이란 표현은 마치 이러한 비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제는 개별적인 기준으로 각각의 급여들을 준다면 수급자는 많아질 수 있지만, 그 급여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동일한 크기의 파이를 기존보다는 더 많은 수급자들이 나눠 가지면 각각의 수급자들이 받는 급여액은 줄어든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지금 설정되어 있는 최저 생계에 필요한 비용(국민 최저선, national minimum)이 낮게 책정됨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최저 보장 수준'을 사용하여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이다.

이러한 변화는 선정 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을 촉진한다는 정책 목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즉 각자에게 돌아가는 파이를 줄여서 기초 급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이를 통해 돈벌이의 현실적 필요성이 커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초 급여를 지금보다 더 적게 줄 테니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을 팔아 채우라는 것이다.

공공 부조에 대한 철학 부재인가, 의도적 수급자 감축인가

수급자 확대와 국민 최저선의 맞바꾸기의 맥락에서 볼 때, 이번 개편 방안을 추진하는 세력은 국민 최저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저 생계비는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수급자들은 자신의 소득 인정액과 기초 급여의 총합이 최저 생계비 이상이어야만 인간적 삶을 살 수 있지, 그 이하이면 수급자들의 삶이 인간 이하의 상황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수급자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 즉 모든 국민은 반드시 최저 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가져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 보장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갖는 보편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 부조는 '선별적 복지' 또는 '잔여적 복지'의 전형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최소 소득 보장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충족해야 하며, 거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보편성에 입각하는 특징이 있다. 기초 급여로 제공되는 것들, 즉 생계 급여, 의료 급여, 주거 급여, 교육 급여, 해산(解産) 급여, 장제 급여, 자활 급여 등은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명목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빈곤층에게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확보할 권리가 있는 것은 단순히 최소 소득 보장이 보편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빈곤층이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공헌에 따른 정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빈곤에 처한 가구의 남자들은 이미 병역의 의무를 했거나 미래에 할 것이다. 이들 가구의 구성원들은 매일 일정 정도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그들은 소비세를 부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비 활동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 보장이 갖는 권리의 보편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 즉 사회성에도 기인한다. 오늘날, 국제적 논의에서 보면 어느 누구도 빈곤이 개인적인 원인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한다. 공공 부조, 특히 최소 소득 보장 제도의 출발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지점이다.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는 사람들은 일정 부분은 자신에게만 귀속되는 원인, 예를 들어, 덜 부지런함, 무관심, 미래에 대한 잘못된 구상, 잘못된 투자 등에 의해 빈곤에 처했다.

하지만 이들은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 법, 실천 규칙, 자원 분포 구조, 국제적 상황 등에 의해 빈곤에 처하기도 한다. 만약 그들이 부모로부터 가난을 대물림받은 경우라면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은 이중적이다. 우선 부모들도 기존의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빈곤한 처지에 놓였고, 자식들은 그러한 부모로 인해 출발점부터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 이 또한 빈곤의 사회적 요인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

오늘날과 같이 개방도가 높은 경우에는 그것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클 뿐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은 이러한 사회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존재로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요인에 대한 반대급부의 요구와 그것의 제도화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제도가 기반을 둔 이러한 보편성과 사회성은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자주 무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도 예외는 아니다. 빈곤한 사람들은 기초 급여와 여러 감면 제도(주민세 비과세, TV 수신료 면제, 전기요금 감면 등)를 결코 그저 받지 않는다. 역으로, 우리나라의 국민 다수는 세금을 통해 빈곤층에게 그냥 자선하는 것이 아니다. 빈곤층에 대한 급여 제공은 그 자체가 사회가 사회로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 국민의 사회적 연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갖는 기초 급여에 대한 권리는 그것이 '권리로서 명명되기 이전에' 이미 권리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것이다. 즉 현행법이 권리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더 나아가 지금 현 정부가 시도하는 것처럼 기존의 권리를 축소·폐지하려 해도, 그들의 기초급여에 대한 권리는 보편적인 것으로서 항상 존재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제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려는 세력은 이 제도가 가진 이러한 본원적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통찰하고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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