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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적절하다"던 공정거래법, 결국 누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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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도 "적절하다"던 공정거래법, 결국 누더기

상법도 후퇴 조짐…'공정한 시장'은 말로만?

정부가 스스로 입법예고했던 법안을 대폭 완화시켜 공정거래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는 재계와 일부 경제부처의 반발을 수용한 것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재벌개혁 정책을 임기 말 들어 완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폭 후퇴한 공정거래법, 국무회의 통과
  
  9일 정부는 한명숙 총리로 국무회의를 열어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의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25%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개정안 50%에서 후퇴한 것.
  
  또한 당초 개정안에 포함됐던 내용 중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일 때 각종 자료의 훼손이나 변조를 막기 위한 '자료보전 조치권'도 이날 의결된 법안에서는 삭제됐다.
  
  이밖에 정부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은 상장의 경우 30%에서 20%로 낮췄고 비상장의 경우에는 50%에서 40%로 완화했다.
  
  정부는 급격한 주가 변동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할 때 처벌 유예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하고, 손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경우와 공동출자법인의 지분율 30%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는 증손회사 보유를 허용키로 했다.
  
  게다가 공정위는 조만간 출총제 적용대상을 자산규모 6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모든 소속 회사에서 10조 원 이상 집단의 2조원 이상인 중핵기업으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차관회의에서 하루 만에 뒤집힌 대통령 발언
  
  이같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1일 차관회의에서 이미 의결된 것으로 지난 해 12월 18일 정부 입법예고안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출총제는 일부 양보하는 대신 사후규제를 강화하겠다며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상설화, 봉인조치권 및 이행강제금제도, 동의명령제도나 자진신고자에 대한 고발면제근거 등을 입법예고안에 포함시켰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다 빠졌다.
  
  특히 이같은 법안 완화는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도 180도 배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대중소기업상생협력 보고회에서 이건희 삼성회장 등 재벌총수들을 앞에 두고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관련해 "현재 우리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가 많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으로서 적절한 수준의 균형점을 찾아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에도 '참여정부 4주년 대통령 국정과제 심포지엄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리고 공정거래제도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분들이 있다"며 "출총제 문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 행위에 대한 반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 대한 저항"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차관들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그 다음날 바로 차관회의를 통해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을 뒤집어 버린 것.
  
  하지만 차관회의나 국무회의의 법안 의결이 청와대 의견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지난 5일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국무회의에 올라간 공정거래법에 큰 차이가 있다. 의견차이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참여정부 말기 들어와 재벌개혁이 퇴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며 "해석하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차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뒤집힌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는 것.
  
  공정거래법 이어 상법도 완화
  
  공정거래법에 이어 상법 개정안도 재계와 경제부처의 입김에 의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개정안은 '모회사의 주식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 회사의 이사가 장래 또는 현재의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회사기회 유용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회사기회 유용금지' 항목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 등 2세가 높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한 사례, 신세계그룹이 광주신세계 백화점 증자에 2세만을 참여시킨 사례 등 탈법적 상속행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포함된 것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최근 △이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회사소유관계 및 이사와 집행임원의 겸임 여부, 출자자 중복 여부 등 실질지배관계 판단조건을 추가 △회사기회 유용금지에는 상법의 자기거래 내 개념으로만 회사기회 개념을 한정하는 한편 이사가 제3자로 하여금 자기 회사와 거래하게 하는 경우, 기회를 유용하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완화하는 방침을 정했다.
  
  한술 더 뜬 김영주 산자 "재계 요구 다시 반영하겠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입법예고 이후에 정부가 새삼스레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상법개정쟁점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논의 범위를 재계가 줄기차게 반대해 온 3가지 쟁점에만 한정한 것 자체가 편향된 결정이었다"며 "여기에 다시 재계 쪽 입장에 따라 이중대표소송과 회사기회유용과 관련된 규정들이 후퇴되었다"고 비판했다 .
  
  하지만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이날 전경련 등 사용자 5단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실제적 이슈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주면 법무부, 재경부 등과 협의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김성호 장관은 이미 지난 1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강연에서 "법이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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